교장실
게스트리고 학원
141호 도시에서 돌아온 뒤, 지휘관은 교장실로 오라는 통지를 받았다.
마르타는 커다란 사무실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사무실 조명이 그녀의 눈썹과 미간에 드리워져, 표정과 감정을 읽어내기 힘들게 만들었다.
일단 앉으세요.
의자를 당기자 빨간 글씨가 인쇄된 종이가 눈앞에 들어왔다.
전장 명령 불복종에 대한 징계가 뒤늦게 도착한 것이 분명했다.
조사 목적과 맞지 않게 회사 규칙을 계속 어기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지휘관은 징계 결과가 어떻든 일단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지휘관이 종이를 다시 건넸다. 하지만 마르타는 다른 자료를 보느라, 바로 받지 않았다.
설명이나 변명을 하지 않을 생각인가요?
전장에서의 성과를 협상 카드로 쓰실 줄 알았는데요.
선생님께서 참전하셨기 때문에 학생들이 전장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잖아요. 이건 일반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는 행보였어요.
마르타는 교사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물론 그건 아니죠.
마르타의 어조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공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건 사회적 관습일 뿐, 학교에서는 허용되어선 안 돼요.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그 자체를 배워야 하니까요.
학생들이 옳고 그름을 등식에 대입할 수 있는 파라미터로 본다면, 모든 행동이 옳은 일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등식을 맞추는 쪽으로 흐르게 될 거예요.
이건 학생들이 특히 오해하기 쉬운 논리죠.
고개를 들어 지휘관과 시선을 마주친 마르타의 흰머리와 주름이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을 가릴 수는 없었다.
좋은 결과가 잘못된 행동을 덮을 순 없어요. 마찬가지로 나쁜 결과가 좋은 의도를 완전히 부정할 순 없죠.
(그렇다면, 마르타... 당신은 어떤 목적으로 이 모든 일을 하신 거죠?)
지휘관은 결국 그 질문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고, 마르타의 의미심장한 훈계도 그쳤다.
똑똑.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가 점점 무거워지던 실내 분위기를 깨트렸다.
눈살을 찌푸리며 문 쪽을 바라보던 마르타는 낮게 한숨을 쉬었고, 태도는 어느 정도 누그러져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수업하러 돌아가세요, [player name] 선생님.
서류만 보고 있는 마르타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특수한 시기에 명령을 따르지 않은 교원은 직무 정지 조사를 받은 뒤 그 결과에 따라 교사 자격을 박탈당해야 하죠.
하지만 그 전에 학생들을 지켜줬기 때문에, 표창부터 해야 하니, 우선 다른 절차부터 진행해야겠군요.
마르타의 어조는 여전히 진지했지만, 날카로움은 어느새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우선 교사의 책임을 다하러 가 보세요. 학생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게요.
징계는 때가 되면 내리도록 하죠.
마르타의 숨은 의도를 이해한 지휘관은 감사 인사를 한 뒤 교장실에서 나왔다.
교장실 문을 닫자, 구석에서 몰래 지켜보던 그림자가 보였다.
어, 나왔네?
저 여자가 귀찮게 한 건 아니지?
저 여자가 뭐 어때서? 아이비그가 보고했을 때도 기뻐하기는커녕 너한테 책임을 묻겠다고 으르렁거렸단 말이야.
누가? 저 여자가? 절대 그럴 일 없을걸?
크흠...
제타비의 말이 끝나자마자 묵직하고 의도적인 기침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제타비, 이번 주 평가 점수를 더 깎아야겠구나.
쳇. 죄송합니다. 마.르.타.장.관.님!
제타비는 불만스러운 듯 닫힌 문을 향해 눈을 굴리며 익살스럽게 얼굴을 찡그렸다가 인간 지휘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가자. 아이비그가 너한테 줄 게 있대.
학생 기숙사
게스트리고 학원
게스트리고 학원 학생 기숙사.
제타비를 따라 기숙사에 도착하니 아이비그가 종이로 된 책자를 들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player name](을)를 데려왔어.
아...
아이비그는 깊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지휘관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고, 이내 손에 든 책자를 지휘관에게 건넸다.
백의 일기예요. 떠나기 전에 선생님께 전해달라고 했어요. 찾는 데 꽤 걸렸네요.
백의 권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저장소를 검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었거든요.
직원들이 백의 기숙사를 정리하고 목록을 제출한 후에야, 그녀가 긴급 임무 전마다 일기를 특정한 장소에 숨겨 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기는 원래 숨기는 거잖아? 근데 뭐가 이상해?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것보다 다른 할 말이...
중요하지 않아?
제타비가 갑자기 아이비그의 말을 끊자, 아이비그의 담담한 표정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
우선순위로 판단하면 이건 확실히...
이건 백의 일기야. 그 애가 남긴 유일한 물건이라고!
그래서 나도 백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찾은 거잖아? 하지만 보관 상태가 내 판단과 달라서 시간이 좀 걸렸던 것뿐이야.
이게 불만이라면, 내 잘못이 맞아.
누가 그걸로 뭐래? 내가 화나는 건 네가 왜 백의 일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냐는 거야!
어리둥절한 표정의 아이비그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시스템 일지가 더 편리하고 빠르고, 분실 위험도 적어.
너는...
제타비가 분한 표정으로 아이비그를 내려놓았다. 아이비그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화난 게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특수한 시기가 아닐 때 선생님의 권한을 빌려 141호 도시에 가고 싶습니다.
침식체 침입 횟수가 증가하면서 샘플이 확대되었고, 저를 포함한 일부 학생들의 데이터 분석 모듈에서 비슷한 결론이 도출됐어요.
141호 도시의 습격에는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어요. 침식체의 침입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조건이 너무 적고 데이터도 부족해서 더 유용한 단서를 찾을 수가 없어요.
생각에 잠긴 지휘관이 대답하기도 전에 제타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게 부탁하는 태도야?
아니면, 백의 일기를 [player name](에)게 넘긴 걸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해? 그건 백과
하지만 네 말이 맞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주는 게 상식이지.
아이비그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권한을 빌리려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왜죠?
…………
그게 조건인가요?
백, 미안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이비그가 먼저 몸을 돌려 백이 있던 기숙사 방향으로 허리를 굽혔다. 그러자 일기를 들고 있던 지휘관의 손이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지휘관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아이비그의 이마를 톡 쳤다.
아이비그는 이마를 감싸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비그, 넌 정말 못 말리겠다.
언제든 가능해요.
아이비그는 옆의 제타비를 한 번 보고는 말을 덧붙였다.
감사해요. 선생님.
환승 입구
141호 도시
141호 도시 환승 입구
시스템의 합성음 안내 방송이 울리는 가운데, 지휘관은 제타비와 아이비그를 데리고 차량에서 내려 플랫폼으로 향했다.
지휘관이 뒤따라오는 아이비그를 돌아보니, 주변을 둘러보며 환경을 관찰할 뿐 길을 안내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아이비그?
왜?
이제 어디로 가야 돼?
몰라.
네. 침식체의 침입에 일정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돼서 도시에 와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관련 단서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많아서 답이 없는 것과 비슷해요.
두 분은 어떠세요?
너... 나...
잠시 말을 잃은 제타비가 뭐라고 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행인이 놀라며 멈칫했다.
으앙!
괜찮아. 울지 마.
여인이 아기를 안아 살살 흔들며 부드럽게 토닥였다.
아... 미안.
괜찮아요. 당신들을 알고 있어요.
침식체가 침입했을 때, 저희 가족이 도시 중심가의 쇼핑몰 근처에 있었거든요.
선생님은 외부에서 오신 것 같네요. 레보비츠 회사가 이곳을 관리하게 되면서 141호 도시에 쇼핑몰을 지었어요. 사람들이 물자를 교환하거나 장사라도 할 수 있게요.
그때, 저희는 쇼핑몰 근처에서 물건을 사던 중이었어요. 건물이 무너지면서 깜짝 놀랐고, 그다음에 여러분이 나타났죠.
여인은 웃으며 아기의 손을 살짝 들어 제타비 쪽으로 내밀었다.
괜찮아. 울지 마. 이 언니가 널 지켜준 영웅 언니야.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으으... 으앙?
아기의 감정은 순간순간 변했다. 하지만 여인의 달래는 말에 울음소리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타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손을 살짝 더 뻗었다.
……
평소와 달리 난처한 표정을 지은 제타비는 활발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자, 아기의 손에 닿았다.
이야... 히히...
아기가 당신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네요. 안아보실래요?
어... 내가?
제타비가 몸을 돌려 도움을 청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도움 필요해? 싫으면 내가 할게.
누가 싫대?
반사적으로 대답한 제타비가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았다.
이야... 이이~
어어, 흔... 흔들지 마.
제타비는 곧 아기를 여인에게 돌려줄 줄 알았지만, 의외로 아기가 졸린 숨소리를 낼 때까지 제타비가 꼭 안고 있었다.
잠들었어.
고마워요. 또 만날 수 있길 바랄게요.
여인이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나자, 제타비는 딴생각에 빠진 듯 멍하게 대답했다.
아쉬워? 다시 불러서 더 안아본다고 할까?
내 마음 해석하려고 하지 마. 듣기 짜증 나니까.
그냥 다른 생각이 났을 뿐이야.
제타비는 드물게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어릴 때"는 어땠을까?
누군가가 저렇게 안아주었을까?
시간을 기준으로 본다면, 저 시기의 개체는 아직 정신 배양 단계라 실체가 없었을 거야.
너한테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느니 차라리 중요한 일이나 생각하는 게 낫겠어.
뭔가 생각나는 게 있어? [player name].
멀어져 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본 지휘관은 그녀의 몇 마디로부터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좋아요.
하? 잠깐, 그냥 순순히 동의하지 마!
왜 쇼핑몰이야? 방금 그 아기 엄마가 한 말 때문은 아니겠지?
너무 대충 정한 거 같잖아.
백의 일기를 꺼내 표지를 넘기자, 손끝에 첫 페이지가 닿았다.
마르타 선생님께서 141호 도시에서 휴식을 취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다. 이런 명령은 처음이었다.
선생님의 의도나 휴식의 목적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코어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감정을 "기쁨"이라고 하던데.
나는 정말 기뻤고, 이 감정을 꼭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비그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휴식에 참여하긴 했지만, 그냥 명령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명령 수행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규칙인데 말이다.
설명하기 어려웠고, 어떤 논리 공식으로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정보를 찾았다.
"살면서 이해할 수 없거나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쇼핑을 해보세요."
결정했다. 아이비그를 "쇼핑몰"에 데려가야겠다.
……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비그의 동공이 규칙적으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아니요.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지 못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