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전문가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141호 도시에 들어선 수송차가 교외의 숲 입구에서 멈춰 섰다.
가는 길에 병사들에게서 레보비츠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멍한 표정들만 지을 뿐이어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아마도 그들의 신분과 관련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용병인 그들은 회사의 의뢰로 전문가를 141호 도시로 호송할 뿐, 회사의 정식 직원이 아니었기에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정보 수집은 결국 지휘관 스스로 해야만 했다.
간단히 작별 인사를 한 지휘관은 "학원"에서 보낸 운송 장비를 타고 멀지 않은 141호 도시로 천천히 이동했다.
부서진 성벽을 지나자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부드러운 이끼와 낙엽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길 끝에서 더 나아가자 의외로 온전한 모습의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백색의 고전 양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햇빛은 엷은 안개 속에서 침울해졌고, 날아다니던 새들의 지저귐도 조용해졌다.
분명 만물이 되살아나는 계절에 걷고 있음에도, 여기의 모든 것은 창백한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것만 같았다.
ID 카드의 사진과 대조해 보았다. 레보비츠 산하 학원. 게스트리고. 이곳이 "전문가"가 부임할 곳이었다.
ID 카드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살폈다.
지휘관의 추측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는 듯, 멀리 길가에 같은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삼삼오오 지나가고 있었다.
지휘관이 데려온 그 소녀도 분명 저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니 저들 중 누군가는 그녀를 알지도 모른다고 지휘관은 생각했다.
……
상대는 공손히 인사를 받았지만, 곧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서 다른 소녀에게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
조금 전 소녀와 마찬가지로 이 소녀도 인사는 받았지만, 지휘관의 말은 무시했다.
여러 학생에게 연속으로 물어봤지만,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보통 "학교"에서 낯선 얼굴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지휘관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지휘관에 대해서도, 지휘관이 데려온 여자아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은 없었다.
그녀가 죽었다는 것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소녀들은 어떤 명령을 따르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학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휘관이 데려온 소녀가 그들과 같은 학생이 아니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분명 같은 곳에서 온 것 같았다. 짙은 붉은색 순환액과 전장의 먼지가 묻은 검은 교복 그리고 소녀들의 머리 모양까지 다 비슷했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왜 잔혹한 전투에 참여해서 인적 없는 황야에서 전사한 것일까?
눈앞의 꽃들은 여전히 만개해 있었고, 뒤에서는 소녀가 침묵 속에 죽어갔다.
게스트리고의 봄은 미묘한 찢어짐을 느끼게 했다.
아이비그, 안색이 별로 좋지 않네.
제타비가 돌아오지 않아서 그래. 백.
지휘관이 희미한 대화 소리를 따라 앞으로 몇 걸음 더 걸어가자, 두 소녀가 화단 옆에서 화초를 돌보고 있었다.
걱정돼?
얼굴을 돌린 백발의 소녀가 자기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아니. 개체 중 최고 가치인 제타비가 소진된다면, 회사에 큰 타격을 줄 거야. 이건 우리 행동 전략에 맞지 않잖아.
제타비는 이미 "졸업"했잖아. 왜 여기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오늘 갑자기 떠났으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
최고 가치 개체의 전략은 인간형 전투 유닛 보호가 최우선이야.
우리가 아직 "최종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제타비는 함부로 떠나지 않을 거야.
이건 제타비의 "전략"이 아니라, 그녀가 원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백이라 불리는 소녀가 잠깐 말을 더듬거렸다.
그건 설명이 안 돼. 무기가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라는 건 있을 수 없어. 우리의 기본 논리에 맞지 않다고.
아이비그는 고개를 저었다.
말없이 몸을 숙인 백은 앞의 하얀 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이비그. 형광 국화가 피어나는 시기가 됐나 봐. 낮에도 빛이 나.
뒤에서 노트를 꺼낸 백은 무언가를 적었다.
응.
백은 예상치 못한 짧은 대답에 놀라며 아이비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이비그가 하얀 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꽃잎 아래서 번데기가 나비로 탈피하고 있었다.
떨어진 번데기를 만지기 위해 아이비그는 떨면서 쪼그려 앉으려 했다. 하지만 새로 이식된 왼쪽 다리가 적응되지 않아서인지...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백이 힘겹게 아이비그를 일으켰다.
지난번 "시험"에서 다들 손상을 입었고, 17호랑 11호도... 전장에서 소진됐잖아?
백이 말이 없는 아이비그의 왼쪽 다리를 끼우자, 이음매에서 금속이 결합하는 소리가 났다.
그때 제타비가 명령을 어기고 갑자기 후퇴해서 다리가 부러진 아이비그를 침식체 무리에서 구해내지 않았더라면, 너도 17호처럼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돌아온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나도 잘 모르겠어.
돌아오면 우리와 함께 꽃에 물을 줄 수 있잖아?
돌보는 건 한 개체만 있어도 돼.
하지만 이 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아?
... 시각 모듈이 처리 중추에 긍정적인 감정 신호를 전달하는 건 사실이야.
백은 그녀의 눈에 비친 다채로운 색처럼 아이비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이비그는 늘 빛나는 것들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기쁨"은 회사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해.
그런 문제 말고, 그냥 살아 있으면 안 돼?
꽃에서 시선을 거둔 아이비그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의 존재는 회사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야. 개체의 생사와는 관계없어.
비현실적인 것에 기대를 거는 건 감정 모듈에 부담만 줄 뿐이야.
지휘관이 마침내 그들 곁에 다가가 이곳의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
새로 오신 전문가님이신가요? 안녕하세요.
복장과 최근 받은 공지를 통해 신분을 빠르게 파악한 백이 공손히 인사한 뒤 관례대로 물러서려 했다.
이건... 17호?
처리 중추가 잠시 멈칫한 백은 아이비그를 돌아봤다. 하지만 아이비그도 분명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우리... "동창"이에요.
사전에 설정된 "화술"을 바탕으로 앞의 인간에게 대답한 백은 17호를 받으려 했다.
저한테 넘겨주세요. 제가 책임지고 돌려...
땡... 땡... 땡... 탑의 종소리가 백의 말을 갑자기 끊어버렸다.
백과 아이비그는 무슨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갑자기 돌아서더니 학원 안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못 들었다는 듯 그대로 돌아갔다.
이때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모든 교직원과 학생은 1층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아무도 17호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았다.
거기 새로 온 전문가님, 뭐 하시는 겁니까?
지휘관이 자신의 질문에 답할 만한 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중, 회사 병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안내 방송 못 들으셨습니까? 지금 1층 강당으로 모이라고 합니다.
들고 계신 게 뭡니까? 망가진 "무기"를 왜 들고 계시죠?
여기 두시면 누군가가 폐품 수거장으로 가져갈 겁니다.
쳇, 움직이지도 못하는 무기를 가져오시다니, 정말 귀찮게 만드시네요.
명령에 따르십시오.
전문가님에게는 실수나 부주의 또는 기타 사유로 명령을 따르지 않을 세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그 이상이 된다면 회사는 즉시 전문가님을 해고할 권리가 있습니다.
두 번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내려놓으시고 강당으로 가세요.
그녀를 이대로 둔다면 폐품 수거장에 버려질 것이다. 구조체 명패처럼 그녀를 기릴만한 것이 뭐 없을까?
지휘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목에서 17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목걸이가 보였다.
지휘관이 종소리를 따라 학원 강당으로 향하자 거대한 강당에 차가운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모두 일어나주십시오.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서자, 둥근 벽이 솟아오르는 듯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지휘관은 학생들의 일관된 동작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교편을 든 여성이 강당의 연단으로 걸어갔다.
또각또각. 구두 굽의 맑고 리듬감 있는 소리가 조용한 강당에서 유독 선명하게 들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발걸음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지닌 그녀가 마침내 연단 앞에 섰다.
전술 지휘 교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게스트리고 학원 총담당자 마르타라고 합니다.
첫 줄에 앉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마르타는 시선을 들어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각 인간형 전투 유닛들은 제가 앞으로 하는 발언과 명령을 잘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어제 전투는 게스트리고 학원이 치른 제5차 "시험"이었습니다.
이번 시험 전투가 종료된 후, 전투 구역 절반 정도가 침식체에 의해 무너져 폐허가 되었습니다.
전력 공급소 3곳이 파괴되었고, 통신 탑 2개가 마비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전투 구역에 배치된 연산 능력 지점의 약 84%가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경제 손실은 총 3178개의 표준 보급 단위에 달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회사의 제5차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음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험"이라고? 이 "학원"은 이토록 잔혹한 전투를 그런 순화된 용어로 표현하는 건가?
지휘관이 대충 보기만 해도 여기 서 있는 학생 중 많은 개체들이 중상을 입어 신체 일부가 손상되고 구조 또한 파손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망한 17호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이렇게 다른 학생들 말고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침식체와의 전투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을까?
모두가 자신의 망가진 몸에 익숙해진 듯했고, 그저 멍하게 똑바로 서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 조용해서 옷자락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보통 이 나이대의 아이들이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조용히 있을 수 있을까?
레보비츠의 최신 개발 "무기"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정말로 믿기 힘든 결과입니다.
회사가 여러분에게 인간형 기체를 준 것은 무기가 쓸데없는 감정을 가지라고 준 것이 아닙니다.
어찌 되었든, 제5차 시험의 실패는 분명 우리에게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전투 구역의 함락은 앞으로의 형세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이번 실패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랍니다.
회사는 이번 시험 결과로 우리에게 실질적인 상벌은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최종 시험"인 도시 구역의 내환을 지켜내기만 한다면 여러분 모두는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분 모두가 폐기될 운명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위치와 사명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최종 시험은 전에 백과 아이비그의 대화에서 들었던 단어였다.
최종 시험만 통과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폐기된다. 이것이 학생들이 싸우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렇게 인형처럼 생기 없는 학생들이 과연 "자유"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제5차 시험이 가져온 재앙적인 결과 때문에, 기존 전술 지휘관은 회사에 의해 해임되었습니다.
다행히 오늘 회사에서 새로운 전문가를 파견해 줬습니다.
저는 새로운 지도 교사를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워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던 보고 시간에 새로운 지도 교사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한 마르타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당에서 하나밖에 없는 새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르타는 연단 위에 있으면서도, 눈빛은 지휘관을 심판하는 것 같았다.
제 질문에 답변해 주시겠습니까? 전문가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군인의 직감으로 이 압박감의 근원을 빠르게 파악했다. 지휘관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 10명이 넘는 무장 병사들이 마르타의 질문과 동시에 일제히 지휘관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똑같이 무장했지만, 학생들의 임무가 침식체와의 전투라면, 이 병사들의 역할은 다른 것 같았다.
그들은 학원 군사 관리의 하나로, 교직원들이 명령에 복종하게 만드는 위협적인 힘인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서는 신중하게 답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5차 시험이 막 끝난 상황에서 141호 도시를 둘러싼 침식체들은 대부분 제거되었을 텐데요.
다시 말해서, 전문가님께서 만난 침식체들은 아무리 많았다 해도 이동 경로를 포위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수송차를 우회시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굳이 침식체들과 전투를 벌인 이유를 설명해 주시기를 바라요.
회사가 게스트리고로 파견하기 전에 이런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나요?
마르타는 짜증 난 듯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그들은 구조체가 아닌 기계체입니다. 회사가 개발한 전쟁 무기죠. 인간이 굳이 목숨을 걸고 무기를 구할 필요는 없단 말입니다.
무기는 절대적으로 회사 명령에 따라 이익을 위해 싸우죠. 그리고 모든 무기는 명령에 따라 적을 죽이기만 하면 돼요.
하지만 인간이라 해도 게스트리고의 회사 규칙을 따라야 해요.
회사는 인간의 나약함을 용인해 실수할 기회를 세 번 드려요. 그리고 세 번이 채워지면 해고되죠. 전문가님께서는 이미 지각으로 한 번을 기록하셨으니, 더 이상 실수하지 마시길 바라요.
마르타가 시선을 들어 현장의 모든 학생을 둘러보았다.
지금 공식적으로 새로운 전술 교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직원 번호 035034 전문가입니다.
회사는 원래 전문가님과 같은 직급의 직원 이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 학생들과의 교류를 위해, 그녀들이 전문가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허용할게요.
또한, 이전 지휘관들의 현장 지휘가 계속 실패했던 경험을 고려한 결정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 지휘관은 일상적인 전술 협동 훈련만 담당하고 현장 지휘는 참여하지 않을 거예요.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은 원래 전문가님의 상급자가 설명해 드려야 하는 내용이군요.
……
하지만 진지한 표정의 여성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인간형 무기들은 출하 시 개인적으로는 강력한 싱글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개체들과 협력한 경험은 없어요.
다른 개체들의 행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매우 방대하고 복잡한 복합 파라미터죠. 그래서 팀 인원이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어 그들의 논리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어요.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전술 조합을 배워야 하며, 이를 통해 팀 전투의 학습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따라서 일상적인 전술 협동 지도는 필수적이지만, 현장의 전투 판단은 그들 스스로 하도록 할 거예요.
거기까지였다. 마르타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오히려 연단 위의 서류를 정리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size=42>천천히 강당을 나왔다. 미확인 부대를 조사하는 임무는 방금 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size>
<size=42>이 특수 "부대"의 정체는 게스트리고 학원 소속이며, </size>
<size=42>이 학원은 레보비츠 회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size>
<size=42>부대 대원들은 모두 "전쟁 무기"라 불리는 기계체인가? 그녀들은 학생 모습을 하고 있다.</size>
<size=42>"최종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침식체와 싸운다.</size>
<size=42>일부 의문은 풀렸지만, 곧이어 더 많은 의문점이 생겼다.</size>
<size=40>전쟁 무기라 부르면서 왜 그들에게 교복을 입혔을까?</size>
<size=40>인간 교사들조차 자유롭지 않고, 학원의 군사화된 관리는 지나쳐 보이는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size>
<size=40>어째서 외부 세력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고, 레보비츠 회사 뒤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size>
온갖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며, 조사 임무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지휘관은 여러 문제를 고민하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한적한 구석에 다다랐다.
어?
어디선가 은방울 같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나 여기 있어.
흑백의 긴 트윈테일이 지휘관의 시야에 들어왔다. 소녀는 학원 높은 곳에 앉아 한가로이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 지휘관.
난 제타비야.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나게 됐네.
난 ???야.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나게 됐네.
이상한 기시감이었다.
소녀의 뒤로 눈부신 석양빛이 흘러내리며 몽롱한 의식을 흔들어댔다.
그녀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냥 몇 시간 못 본 것뿐인데, 내가 너의 기억 속에서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존재였어?
상대는 분명 조금 전 수송차가 침식체를 만난 일을 말하고 있었다.
방금 느낀 이상한 기시감은 여전히 희미했고, 장면과 사물도 흐릿하기만 해서 더 기억해 내기가 힘들었다. 현재 이어갈 수 있는 화제는 이것밖에 없었다.
너희 수송차가 도로에서 춤추는 모습이 재미있던데.
내가 춤추게 하지 않았다면, 너희는 멍청하게 침식체 무리한테 돌진했을 거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처음 들었던 총소리는 빈번했지만 실제로 수송차에 맞은 것은 없었다. 아마도 일부러 빗맞힌 것 같았다.
흥흥, 나에게 고마워해야 해.
제타비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다른 방향으로 그대로 돌진해 버리더라.
그리고 그렇게 하게 된 이유는 내 총알을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겠지?
제타비는 비꼬듯 말하며 지휘관이 쥐고 있던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인간한테는 그렇지 않아?
석양의 빛은 여전히 눈부셨고, 제타비의 미소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소모품을 추모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야.
오늘의 17호가 망가지면, 내일은 새로운 17호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겠지.
오호?
제타비는 흥미롭게 지휘관을 보며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제타비는 크게 기지개를 켠 뒤,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하아, 정말 어처구니없네.
제타비는 민첩하게 착지한 뒤 지휘관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녀들을 무기 취급하는 건 이 학원의 선생님들뿐만 아니야. 그녀 자신들도 그래.
자신의 생명에 대한 인식조차도 그렇게 모호한데, 어떻게 죽음을 배우고, 누군가를 기리는 법을 배우겠어?
제타비의 얼굴에서 미소가 언제 사라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가벼운 몸짓이 석양을 등지며 그림자 속에 숨어, 몽롱한 느낌을 자아냈다.
어리석지 않아?
제타비가 질문인지 중얼거림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
지휘관은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17호는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광경을 보고도 그녀를 구하려고 하다니...
그럼, 누가 널 구해주겠어?
제타비가 진지하게 지휘관을 응시했다.
나 너와 똑같은 바보 하나를 알고 있어.
제타비는 발끝을 들고 혼자 주변을 빙빙 돌며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처럼 "만약"이라는 지루한 단어를 좋아해.
다른 이를 탈출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게 아무리 희박해도 목숨 걸고 희망을 찾으려 하지.
윤회의 기회가 몇 번 주어져도,
제타비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서성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햇빛이 비칠 때, 지휘관은 그녀의 옆모습을 얼핏 보았다.
그것은 아득함과 쓸쓸함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모르겠어.
제타비는 그렇게 몸을 돌려 심심한 듯 뒤로 두 걸음 걸었다.
제타비가 다시 돌아섰을 때, 조금 전의 진지함은 없었다는 듯 다시 그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 근데 현실에 그와 똑같은 바보가 또 있다니.
두 손을 펼친 제타비가 지휘관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도와주지 않았어도 넌 빠져나갈 방법이 있었겠지?
나도 마침 17호를 찾고 있었거든.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 것뿐이야.
제타비는 심심한 듯 지휘관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너랑 같이 싸우니까 즐거웠어. 그렇게 신나게 싸운 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
이렇게 좋은 전투가 있었는데, 회사는 최전선에서 지휘하는 것을 금지하다니... 융통성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다니까.
제타비는 말하면서 꼬리로 총을 시큰둥하게 휘둘렀다.
제타비의 차림새는 이 학원과 어울리지 않았고, 이렇게 귀신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도 다른 학생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난 여기 "졸업"생이라고 할 수 있지.
제타비 같은 존재를 졸업생이라 부른다면, 게스트리고는 대체 기계체들 상대로 어떤 학업을 시키고 있는 걸까?
난 그냥 누군가를 찾기 위해 잠시 여기 있는 거야.
신비로운 미소를 지은 제타비가 무심코 지휘관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지휘관도 덩달아 뒤를 돌아보니 아이비그와 백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네 다음 시간을 내줘야 할 것 같네.
그럼, 나 먼저 실례할게.
제타비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우아하게 인사했다. 조금 전에 보여줬던 제 멋대로인 행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제타비의 모습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유령처럼 사라져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