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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1-2 참 품위 없는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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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비츠는 대체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카드를 뒤집자, "게스트리고" 학원이라는 또 다른 글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레보비츠 산하에 있으며, 이 카드의 주인이 원래 부임할 예정이었던 곳이었다.

학원? 공중 정원의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봤지만, 레보비츠와 관련된 기록에는 이 학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즉, 이 "학원"은 레보비츠가 은신한 후에 설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했다.

한 무리의 소녀들이 동일한 복장을 입고 침식체와 대항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위장한 지휘관이 이 학원에 부임하기로 되어 있었다면, 상대 부대가 같은 복장을 입고 있던 것도 학원의 "학생들"일 가능성이 컸다.

침식체에 대항할 수 있다는 건, 이 "학생들"의 정체가 구조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왜 구조체에게 교복을 입히는 걸까? 그리고 학생 신분을 강조하는 거라면 왜 전장으로 보내는 걸까?

차체의 흔들림이 지휘관의 생각을 현실로 돌려놓았다.

수송차가 끝없는 황야를 달리고 있었다.

대장님. 전방에 누군가 쓰러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지체할 시간 없다. 이 근처엔 침식체들이 널려 있어서 누군가 죽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처음에는 폐허만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폐허 속에서 불꽃이 튀는 게 보였다.

그 소녀는 더 이상 소녀라 부르기도 힘든 모습으로 다른 철근 잔해처럼 생기 없이 폐허 위에 쌓여 있었다.

팔다리의 일부가 잘려 나간 듯 단면이 드러나 있었고, 합선된 케이블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이 불꽃만이 그녀를 다른 죽은 것들과 구분 짓는 유일한 특징이었다.

시신의 경우에는 구조가 아닌 회수라고 말하죠.

선두에 선 용병이 지휘관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설득하듯 대답했다.

전문가 양반. 참 난처하게 만드시네요.

빈정거림이 담긴 대답이었지만, 용병 대장은 바로 거절하지는 않았다.

지나가면서 한번 볼게요.

용병 대장이 말하는 도중 운전하던 용병이 갑자기 핸들을 돌리자,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적의 공격입니다!!

무슨 일이야?

누군가 우리를 향해 총을 쏘고 있습니다! 대장님!

방향을 바꿔서 일단 후퇴해!

따다다다다.

연이은 총소리가 끊임없이 귓가를 울렸다.

흥...

수송차가 흔들거리면서, 총탄 세례를 간신히 피해 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웅 행세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 방금 봤던 폐허로 가!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총알을 막아줄 수 있었다. 그래서 저 폐허로 들어간다면 잠시 피신할 만한 곳이 될 것 같았다.

수송차가 다시 흔들리면서, 버려진 마을 방향으로 이동했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총성이 이상하게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잦아졌다.

???

어~ 오히려 앞으로 간다고? 거기 위험해.

제기랄! 왜 이쪽으로 가는 거야. 총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잖아!

용병이 운전자에게 크게 욕설을 내뱉었다.

어서 가! *장! 난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고!

대장님, 꽉 잡으십시오!

총성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수송차의 중요 부위에는 총알이 거의 맞지 않았다.

그 총알들은 수송차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이 지역에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모래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수송차가 버려진 마을로 들어서자, 시야가 점점 황사로 뒤덮였다.

수송차가 안개 속으로 들어선 덕분인지, 조금 전까지 멈추지 않던 총성도 점차 잠잠해졌다.

따, 따돌린 겁니까?

주변이 묘한 적막에 휩싸였다.

끼익!!!

황사에 가려진 폐허 속에서 갑자기 침식체 하나가 앞 유리창으로 돌진해 왔고, 이어서 수많은 붉은 눈동자가 연기 속에서 반짝였다.

젠장. 침식체의 소굴을 건드린 건가!

하나, 둘, 셋, 무리 지은 침식체들이 안개 속에서 수송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들 무기 들고 전투태세 준비!

침식체들이 차 앞에 몰려들면서 수송차는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장. 일단 차에서 내린다!

으어어!

용병 대장이 몸을 반쯤 내밀자마자 대형 침식체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윽...

중심을 잃은 침식체가 끊어진 연처럼 땅에 굴러떨어졌다.

호오. 역시 고용 전문가님, 정확한 사격 솜씨입니다!

뭔가 이상했다.

조금 전 그 총알은 분명 명중했다.

하지만 공중 정원에서 개조 강화한 총이라도 단 한 발의 총알로 대형 침식체를 마비시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으어어!

침식체가 포효하며 다시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크으으...

달려오던 침식체가 총에 맞아 관성에 의해 날아갔다.

어떻게 된 일이지? 지휘관은 분명 한 발만 쐈다. 하지만 연기 속에서는 두 번의 총성이 울렸다.

참 품위 없는 만남이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검은 옷의 소녀가 높은 곳에서 어렴풋이 보였다.

침식체다. 널 잡아먹으러 왔다~ 그래서 쏠 거야?

갑자기 몰려든 침식체 무리 속에서 이런 소녀가 나타난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지휘관은 본능적으로 총구를 들어 올렸다.

오호?

바람 속에서 소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검은 그림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모래바람이 점차 잦아들자, 침식체 무리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여전히 총성은 두 발이 울리면서, 총구가 가리킨 침식체는 쓰러졌다.

지휘관은 문득 재미있는 추측이 떠올랐다.

예상대로였다. 지휘관의 총알은 빗나갔는데도 침식체가 쓰러졌다.

누군가가 몰래 지휘관을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누구일까?

누군가가 총알의 경고를 무시한 수송차가 침식체가 가득한 버려진 마을로 돌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아... 정말 말을 안 듣네. 저쪽엔 침식체가 많다고. 무슨 일 생기면 난 몰라.

지루한 듯 하품을 한 소녀는 자신의 꼬리에 검은 총을 건넸다.

그런 후, 나무로 만든 집의 높은 지붕에 앉아 한가로이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저 수송차는 사격으로 경고했는데도 고집스럽게 앞으로 나아갔을까?

더 먼 곳을 바라본 그녀는 동료의 잔해가 저 폐허 속에 가라앉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그 시신을 회수하는 것, 이것이 그녀가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이었다.

일어서서 동료에게 가려던 그녀는 다시 멈춰 섰다.

왜 저 수송차는 아직도 동료가 있는 폐허로 다가가고 있는 걸까?

말도 안 돼.

우연일까?

하, 못 말리겠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꼬리에 있던 총을 들어 침식체를 조준하고 다시 사격 준비를 했다.

어라?

동기화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자신의 신호가 다른 누군가와 동기화된 것 같았다.

상대는 장전한 뒤, 옆으로 서서 총을 들고 빠르게 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그 사람의 행동이 선명하게 감지됐다.

누구지? 어디 있지? 시각 모듈이 계속 움직이며 그 사람의 위치를 찾으려 했다.

찾았다.

외골격 전투복을 입은 모습이 하늘을 뒤덮은 모래 먼지 아래에서 조금은 초라해 보였다.

참 품위 없는 만남이네.

저절로 흥미가 생겼다.

장전, 조준, 방아쇠 당기기, 그녀에게는 하나하나 완전히 분간할 수 있는 느린 동작이었다.

그래서 그녀도 그 느린 동작을 따라 하며 천천히 총구를 들어 올렸다.

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