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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4-17 막을 내린 후

Video: A함영 버전_텍스트 스토리 애니메이션_포뢰에게 USB 전달

며칠 후. 기계 교회.

아, 너무 아쉽다.

너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결과물이라면, 네 친구를 완전히 복원할 수 있었을 거야. 기억 모듈도 복원할 수 있었을 거고.

무엇보다도 네빌의 기술은 안심하고 믿어도 되는데.

아쉬워. 너무 아쉬워.

아쉬워할 것 없어요.

이건 그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에요. 전 그 선택에 간섭할 생각 없어요.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 데 내가 더 말한들 소용없겠지.

함영은 어디 갔어?

함영은 구룡으로 돌아갔어요.

오자마자 또 갔어?

함영이 아르카나 님의 초대를 받아들인 뒤, 아르카나 님께서 그녀에게 구룡의 동포를 도우라고 구룡 구역의 활동을 맡겼거든요.

음. 그건 그거대로 좋은데? 지금 우린 구룡 구역의 로봇 제작 기술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까.

네빌은 혀를 차며, 손안에 든 발명품을 만지작거렸다.

저기. 네빌.

응? 뭐 더 필요한 거 있어?

며칠 전, 함영이 아르카나 님의 초대를 받아들일 때, 아르카나 님의 표정이 조금 묘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요.

아, 그거. 그러고 보니 넌 아직 모르겠구나?

그건 "거꾸로 매달린 자"이라는 자리는 일반적인 "소모"로 공석이 된 게 아니기 때문이야.

무슨 뜻이죠? 혹시 함영이...

아니. 난 "거꾸로 매달린 자"의 선대를 말하는 거야.

오래전에... 뭐, 기껏해야 십여 년 전이지만, 그때 당시 넌 여기에 없었어.

"거꾸로 매달린 자"의 자리를 맡게 된 동포가 교회 내부 사정 때문에 가입한 첫날에 죽었거든.

그 후로, 선현님께서 함영을 깨우기 전까지 그 자리는 줄곧 공석이었어.

교회에 가입한 당일에 죽었다고요?

아르카나는 그때 일이 생각난 게 아니었을까?

대부분의 "거꾸로 매달린 자"는 수상한 죽음을 맞이했고, 심지어 전쟁에 특화된 "전차"와 "운명의 바퀴" 자리보다 더 빨리 소모됐어.

어쩌면 이미 한번 죽었던 함영이라면, 그 자리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네빌은 자신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턱을 문지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바로 함영과 그 자리의 "숙명"일지도 몰라.

조금 전. 야항선 심층. 제2 감옥의 깊숙한 곳.

현실에 삼켜져 사는 기분이 어때?

텅 빈 감옥 밖에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햇빛이 그의 얼굴에 비치진 않았지만, 요람은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허, 아직도 날 비웃을 여력이 있나 보지?

서로 과거라는 관에 갇혀있는 시체일 뿐인데 말이야. 그리고 네 관이 더 화려할지도 모르겠군. 윤

넌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너의 그 구긴 얼굴도 마찬가지네.

산에 있던 요람의 잔당들이 대부분 체포됐어. 방금 성내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네 "오랜 친구"도 죽었다던데.

너도, 너희도 모두 끝났어.

요람은 윤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감옥의 침대에 앉은 채,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 그건 진작에 끝났어.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는 법. 이런 결과는 그들도 예상했을 거야.

그는... 나이도 있으니, 죽어도 이상할 게 없지.

그래서 내가 너한테도 인과의 결과를 제공해 주려고 왔어.

윤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침대에 놓았다.

그건 권총 한 자루였다.

널 위해 준비한 거야. 총알은 한 발밖에 없어.

설마 내가 널 불어버릴까 봐 두려워?

자객을 육성하고, 배신자와 결탁해서 구룡의 주인을 암살한 건 이미 구룡의 역사가 됐어. 아. 정확히는 미래 구룡의 주인이 될 인물이었지.

날 죽이면 그들이 네가 한 짓을 다 잊어줄 것 같아?

그 젊은이들과 달리, 넌 요람 조직에서 그 일을 겪은 마지막 인물이니까.

마지막은 체면은 유지한 채 끝내야지 않겠어?

요람은 말없이 침대 위의 권총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늙은 요람에게 그 총은 너무 무거웠다.

마지막... 체면이라...

결국엔 그녀가 말한 대로 흘러가는군.

총을 쥔 손은 노쇠로 떨리고 있으면서도 칠흑 같은 총구는 윤을 향하고 있었다.

……

조급해할 거 없어. 난 내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하하하. 너 설마 겁먹은 거야?

요람

아니. 너라면 두려워하지 않겠지. 네 주머니에 총이 한 자루 더 있을 테니까.

그래도 두려워해야 할 거야. 내가 야항선의 마지막 죄수니까 야항선에서 죽는 건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이 시대엔 널 태울 배는 존재하지 않아.

이쯤에서 유언이나 남길까? 아쉽군...

펑!

천문대 가장 높은 곳에서 성 밖을 바라보자, 바다와 하늘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흰 선이 보였다.

높은 지대에서 부는 거센 바람이 황폐해진 연못에 파문을 일으켰다.

예나 지금이나 곡은 이곳에서 구룡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통치와 책임이라는 깃털을 빼면 곡의 날개는 그녀의 눈에 닿는 모든 것을 스쳐 지나간다 해도, 이 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성과 사람, 산과 바다. 모든 것이 같았다.

미세한 파동과 함께, 백규의 투영이 곡 옆에 나타났다.

곡 님.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이 돌아왔습니다.

나도 봤다.

곡 님께서 말씀하신 물건은 천문대에 있는 염유한테 부탁해서 준비해 뒀습니다.

응. 수고했어. 백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보렴.

현재까지 모은 정보에 따르면, 성 밖의 사람들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조립된 여과탑을 성 내로 옮기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가 퍼니싱을 대항하고 있을 때, 그 배신자들은 고향을 떠났습니다.

그런 그들과 그들의 후대에 이렇게까지 잘해줄 필요가 있을까요?

배신자라...

그렇게 말하면 우리도 구룡성의 배신자 아닌가?

……

과거에 구룡 사람의 신분을 포기하고 구룡을 혐오했거나, 이 땅에 다시 발을 들여놓길 갈망하는 것과 상관없이 구룡은 언제나 그들을 똑같이 대할 거다.

구룡에 해를 가하고 배신한 사람들에겐 처벌을 내리고, 구룡 역사의 수치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영원히 아이를 거부할 수 없는 법이지.

바람이 뻥 뚫린 옥상을 지나서 희미한 불빛이 켜져 있는 야항선을 스친 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쪽으로 불어갔다.

조삼모사의 정치, 음흉한 인간의 마음, 참으로 역겹네.

난 과학 이사회에 가입할 거야. 그곳에선 지금 "게슈탈트"라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

절대적인 논리, 절대적인 이성... 그래야만 인간의 나쁜 근성에서 벗어나 완벽해질 수 있어.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해하지 못한 거야? 한심하긴.

통치라는 건 서로의 위선과 우매함 위에 구축된 관계일 뿐이야.

하. 넌 그래도 이해할 수 없겠지.

너한텐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줄 권리가 없어.

그녀의 이름은 화서야.

그녀는 이 성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존재가 될 거야.

곡은 자신과 같은 피를 나눈 동생을 탓한 적이 없었다.

혈육과 땅 때문에 곡은 한평생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곡은 반드시 구룡을 위해서만 지저귀는 외로운 새여야 했다. 하지만 이런 새는 한 마리면 충분했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 곡은 뭘 할 수 있을까?

인간의 나쁜 근성에서 벗어나 완벽해진다라...

하지만 네가 만든 로봇이 더 구룡 사람 같더구나. 비리야.

곡 님?

다른 용무가 있나?

부희 쪽에서 곡 님께서 말씀하신 데이터가 준비되어 간다고 전해 왔습니다.

그래. 전에 말했던 대로 진행해.

죄송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만세명의 데이터를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요?

문제없어. 그녀에게 주는 사례라고 생각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얼마 전, 정체불명의 여인이 공중 정원에서 구룡으로 왔습니다.

그녀는 구룡에 도착한 뒤, 먼저 성 밖에 있는 야항선으로 향했는데 아무래도 야항선의 사람과 친분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백규의 데이터 투영이 한 장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허름한 조식 집에서 이상한 옷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조풍파와 이야기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자는...

곡 님께서 아시는 사람입니까?

두형을 기억하나?

두형... 흠천감의 두형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

두형은 성 방어전 때, 순직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그래. 살아남은 그의 아내가 두형의 이름을 이어받았지. 내가 성 방어전 때, 구룡에 돌아오지 말라고 그녀에게 말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니, 그녀도 늙었구나.

하지만 그녀는 아직 우리한테 접근해 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도 자신만의 계획이 있겠지. 그녀가 산만하긴 해도 생각이 깊고 성격이 강인하니 걱정할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귓가에 들리던 백규의 목소리가 작은 전류 소음과 함께 사라졌다.

말을 놓는 자가 스스로 판에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

야심한 밤, 야항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엔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조용히 바닷가에 서 있는 함영이 많은 것이 실려 있는 큰 배를 훑어보고 있었다.

안녕. 함영.

두형.

얼마 전에 구룡을 떠났다고 들었는데 다시 돌아왔네? 야항선엔 돌아가지 않을 건가?

네.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구룡의 다른 곳에 저만의 사명이 있으니까요.

그렇군. 근데 집은 가끔가다가 멀게 느껴질 때도 있고,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아.

두형은 야항선에 돌아가지 않으시나요?

"구름 끝에 있는 외로운 기러기, 물 위에 있는 개구리밥" 딱 우리를 말하는 거지.

야항선도 내가 있어야 할 장소는 아니야. 우린 각자 자신의 사명이 있으니까.

근데 난 혈혈단신이라 괜찮지만, 넌 동생이 있잖아.

유유도 야항선과 구룡에서 해야 할 일과 지켜야 할 사람이 있어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까요.

두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영 옆에 서더니, 앞에 있는 야항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면, 다시 구룡으로 돌아와 봐. 가까운 미래에 구룡이 과거의 웅장함과 번화함을 되찾을지도 모르잖아.

그때가 되면, 같이 차나 한잔하자. 찻값은 내가 내지.

함영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친 두형이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적막한 항구엔 함영만 남아 있었다.

함영은 손에 들고 있는 동판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배를 봤다.

그 카드에는 로마 숫자 "XII"가 적혀 있었고,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남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구름 끝에 있는 외로운 기러기, 물 위에 있는 개구리밥이라...

떠다니는 꿈이 잠시 이 세상에 머물러 있네.

함영은 현실과 환상이 무엇인지를 이해했다.

함영은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도 이해했다.

함영은 더 이상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았다. "마음"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 자체가 "마음"이라는 부품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남은 문제는...

시간의 굴레가 구룡의 땅에서 때론 빠르게, 때론 늦게 굴러가는 것처럼, 제방으로 밀려온 파도가 크고 작은 소리를 냈다.

청색 그림자가 구룡의 끝없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파도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내 마음이 편안한 곳이 바로 내 고향이야.

그날 밤, 부오산 깊숙한 곳.

며칠 전에 받은 알 수 없는 정보 파일의 내용에 따라, 두형은 혼자 요람의 실험 시설이 있는 산 정상의 대전 지하에 갔다.

고찰의 대전 지하에 있는 연구 시설은 위쪽에 있는 전당과 거의 같은 규모의 크기였다.

깊은 산속에 이렇게 복잡한 기지를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게 바로 그 "소스 코드"인가?

십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진공 저장 탱크 안에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내부엔 다양한 전기회로 기판의 부품과 케이블들이 교차하고 있었고, 틈새로 형형색색의 빛이 반짝였다.

그 위에는 여러 개의 감시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산속의 화면이나 잔도 위에 보일 듯 말 듯 한 검은색 그림자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건 케이블과 칩으로 구성된 거대한 심장 같았고, 데이터와 전류는 이 심장에서 흐르는 혈액 같았다.

처음 만들 때부터 미관 따윈 고려하지 않고, 조합과 수정만 해서 땜질과 상처투성이인 기이한 전자 "심장"을 만든 것 같았다.

미친 해커들이 이런 미친 물건을 만들어 낸 것도 이상하지 않네.

고개를 저은 두형은 실험 조작 콘솔을 조작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저기, 보이지?

???

응. 보여. 데이터도 정확한 거 같네.

화서, 로봇, 북아시아 생명 과학과 진화 연구소... 이건 뭐 잡탕이 따로 없네.

???

이 해커들은 화서가 만들어낸 만세명을 모방하려고 했던 거 같아. 게다가 북아시아 연구소의 뇌과학 관련 기술까지 훔쳤네.

하지만 그들이 장악했던 비리야의 일부 기술만으론 또 다른 화서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테고, 자연스럽게 만세명도 만들어 낼 수 없었겠지.

모두 훔쳐 온 것들이라,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만들 수 없었을 거야.

하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시도였잖아?

???

미친놈들의 작품일 뿐이야. 너 설마 만세명을 믿고 있는 거야?

내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아.

두형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는 저장 장치를 메마른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 모습이 신생아를 쓰다듬는 것 같기도, 죽은 자와 작별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우리의 협상카드로서, 잘 살아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