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 선생이 손에 든 북채로 원앙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또렷하게 들려왔다.
두 분, 차 드시고 가세요~
청색 벽돌과 회색 기와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 문 앞에는 환한 홍황색 등롱이 걸려 있었다. 등롱에는 큼직한 "차"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야시장을 돌아다닐 때, 차는 마지막에 마시는 게 좋을 것이었다. 많이 먹고 난 후에는 가벼운 차 한 잔으로 씻어내야만 집으로 돌아갈 때 입안에 남은 냄새를 없앨 수 있었다.
거절당한 찻집 점원은 미련 없이, 다시 다른 지나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달려갔다.
"뭘 먹을래? 산사 열매 아니면 간식?"
아직 결정을 못 했어.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밤은 이제 시작이니까, 구경하면서 뭘 먹을지 결정하자."
"여기가 야시장 입구야. 쭉 가면 재밌는 게 더 많을 거야."
언니는 여길 엄청 잘 아는 것 같아.
"응. 여기 있는 노점상들이 뭘 파는지, 어느 집이 맛있는지, 점주들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다 알아."
"안으로 들어가 보자. 밤은 이제 시작이니까."
탕후루~ 갓 만든 탕후루~
꽃 사세요~ 갓 따온 꽃 보고 가세요~
매일 저녁 공연이 끝나면, 이 거리는 항상 이렇게 북적거리네.
무용단은 이 거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면, 무용단 배우나 관객들은 할 것 없이 이 골목길로 쏟아져 나와 식사하곤 했다.
그리고 그리움이 남은 일부 손님만은 찻집의 오두막으로 들어가 차를 마시고 다과를 먹으며, 몇 단락의 이야기를 들은 뒤,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 아침이면 이 거리는 한산해질 것이고, 오후 서너 시쯤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노래나 춤 공연도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저녁 여섯 시엔 또다시 흩어질 것이고, 야시장을 돌아다니는 이도 있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도 있다. 그렇게 이 거리는 하루의 흐름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런 삶이 힘들긴 하지만 재미있어!
"그렇다면 다행이네."
"검무를 추는 공손 아주머니가 엄격하긴 하지만, 아주머니의 검무는 성안에서 독보적이야."
응! 열심히 배울게!
■■이잖아? 야시장을 구경하러 오다니, 희한한 일이군.
"오랜만이네요."
"심심해서 동생이랑 야시장을 구경하려고요."
요즘 너희 무용단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두 자매가 무용단의 간판 배우가 됐다지, 역시 성안에서 장사하는 게 배에서 하는 것보단 훨씬 좋은가 봐!
저번에도 말했지만, 우리 쪽에서 일한다고 하면, 지금의 두 배로 쳐서 줄게.
"음... 말씀은 감사하지만, 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뚱뚱한 남자가 멋쩍은 웃음을 짓고, 담뱃대를 든 손으로 가게 안을 향해 손짓하자, 식당 종업원이 딤섬 봉지 하나를 들고나왔다.
여기 육심재의 반찬과 배사림의 딤섬이다. 가져가서 먹어. 이 나이에 어린애들은 많이 먹어야 쑥쑥 크니까.
저녁에 야시장 구경할 거지? 그럼, 이건 내일 아침으로 먹어도 괜찮아.
"어... 그래도 이런 걸 받는 건..."
비싼 거 아니니까, 사양하지 말고 얼른 받아.
"잘 받아. 그리고 인사하는 거 잊지 말..."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인사성이 밝은 아이구먼. 됐고, 너희들 어서 구경하러 가. 나도 오늘 밤은 바쁠 것 같아서 재고 준비해야겠어.
손을 흔든 남자의 튀어나온 배가 손보다 먼저 청회색 문발을 걷어냈고, 그 뒤로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언니, 이것 좀 봐. 엄청 많아. 그리고 연잎에 싸여 있는 이게 냄새가 아주 좋아.
이건 남겨뒀다가 내일 아침에 먹자!
"왜? 딤섬은 따뜻할 때 먹는 게 좋잖아."
오늘은 야시장 구경해야 하니까, 이건 내일 아침에 언니랑 같이 먹을래.
설탕 공예다!
빛으로 가득한 구룡의 밤 속에서 이 거리의 번화함은 안쪽 끝까지 이어졌다.
"밤은 이제 시작이니까."
두 분, 설탕 공예 보시겠어요? 모두 단풍나무 당과 엿당으로 방금 만든 거예요. 동식물도 있고 이야기 주인공도 있어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음... 너무 다양해서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가 좋아하는 걸로 선택하면 돼."
그럼, 이거요!
방금 만든 거예요. 청부 두 개만 주세요. 바로 포장해 드릴게요.
청부 두 개? 가지고 있던 두루주머니에서 청부 두 개를 꺼냈다.
"근데... 넌 어디로 간 거지?"
그녀가 선택한 설탕 공예가 노점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걷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설탕 공예가 많이 달아? 아빠도 먹어보고 싶은데...
음!
이는 그 나이를 먹고도 아직 애들 거 뺏어 먹고 싶어?
저기... 이거 네 거야?
등 뒤에서 다소 차가운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고, 그 옆에는 다른 이가 서 있었다. 둘은 이상하리만치 친해 보였다.
"목... 목에 걸고 있던 물건이 없어진 건가요?"
이거 그쪽 건가?
청년은 조금 전보다 부드러운 어투로 다시 한번 물었다.
"부채인가요?"
하지만 부채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네가 방금 떨어뜨린 거야.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가지고 있어.
로봇... 흥.
현재 구룡은 너희들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데, 이런 보호를 받으면서도 이렇게 덤벙거리다니.
청년은 고개를 저으며 먼 곳을 가리켰다.
화서, 저쪽으로 가자. 저쪽에 네가 아직 보지 못한 게 있어.
화서...
청년의 옆에 있던 그림자는 청년과 함께 떠났다.
엄마! 이거 받으세요!
어머, 더 이상 못 먹겠어?
너무 달아요! 그리고 이건 아빠 드릴게요.
이런, 사탕이 녹을 것 같고... 너무 달구나!
<부모랑 함께 있는 그 아이>?
그들한테 가보자. 자신의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삶은 분명 행복해 보였다.
"응. 그들을 찾으러 가자."
<그들을 찾으러 가자>
………………
…………
두 분, 차 드시고 가세요~
청색 벽돌과 회색 기와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 문 앞에는 환한 홍황색 등롱이 걸려 있었다. 등롱에는 큼직한 "차"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
"뭘 먹을래? 산사 열매 아니면 간식?"
산사 열매가 그 새콤달콤한 과일 맞지? 한번 먹어보자.
"네?"
이렇게 꼬챙이에 꽂는 건가? 음... 그랜드 슬램! 너도 한번 해볼래?
<처음 듣는 질문이야>
"해볼.... 까요?"
소녀는 찻집 탕후루 매대에서 탕후루 하나를 꺼내 한입 베어 물었다.
우와! 너무 신기한 신맛이야! 적어도 내가 먹어본 신맛 중에 슈퍼 TOP3에 드는 신맛이야.
"아니에요. 예전엔 이런 상황이 없었는데..."
<우린> 이 찻집의 탕후루를 산 적이 없었다. 그 후에 딤섬과 반찬을 받고, 청부 두 개로 설탕 공예를 샀었다.
하지만 가끔은 신 걸 먹어도 좋아. 먹어보지 않으면 어떤 맛인지 모르니까.
아니면 언니의 친구는 단 걸 더 좋아해?
<친구>?
응. 나나미가 보기엔 언니가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나나미도 친구들이 올 수 없는 아주 먼 곳에서 친구를 기다린 적이 있었거든. 그때 엄청 쓸쓸했었어.
그래서 언니를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네.
아... 미리 말 못 했다고 서운해하지 마!
"네. 괜찮아요."
<쓸쓸>이라?
아니면... <진실>?
그러면 <진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나미. 이게 당신의 이름인가요?"
맞아. 나나미의 이름은 나나미야. 언니의 이름은 뭐야?
<내/?>... <이름>?
넌 그저 도구일 뿐이야. 지금 이 시뮬레이션 AI도 내 실험 품에 불과하니, 이름은 필요 없어.
<이름>이... 필요 없어?
언니가 이름이 없으면 안 되지.
<이름>이 없으면 안 돼?
그게 언니의... 언니만의 <이름>이야.
<내/?>... <이름>?
<나나미> 같은 이름인 건가?
"그럼 나나미는 친구와 만났어요?"
응. 그들이 올 순 없었지만, 나나미는 큰 로봇을 타고 그들을 찾아갈 수 있어!
찾아... 가?
아니. 여긴 <진실>이 아니야.
손가락 끝에서 따뜻한 감촉이 감지됐다.
눈앞의 <회색 머리/?> 소녀가 <내/?> 손을 잡았다.
언니! 우리 저쪽으로 가자!
<저쪽>은 <진실>일까? 무엇이 <진실>일까?
<그녀>를 찾아.
엄마 아빠를 찾은 후, 우리 함께...
<찾아>.
그건 AI 프로그램을 넘어서고... 명령을 어기는 거야.
<난/?> 마음이 없는 자야.
언니?
그녀는 북적거리는 인파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뒷모습 옆에 있던 그림자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고독한 그녀의 뒷모습만 남아 있었다.
미안해...
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