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다차원 연출 / 선서망향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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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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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환히 비추는 꿈처럼 슬픔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밝은 날개를 펼친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나타나며 밤이 되면 태어나고 날이 밝으면 죽는다.

세상 사람들이 애원하고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용사는 용을 도살했고 악룡은 이미 죽었다.

악룡은 사람들의 지나간 날들을 파괴했지만, 사람들의 미래에 영광을 더했다.

사람들은 기쁨 속에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고, 용사의 전설은 대륙의 모든 곳에 퍼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같은 노래를 불렀다.

노래 속 저주에 영원히 피지 못할 꽃들이 온 산과 들에 흔들렸고, 바람은 소녀의 뼈를 스치지 않았으며, 비는 따스한 기운을 머금어 내렸고, 더 이상 폭풍을 일으키지 않았다.

해가 막 떠오르면서 소녀가 보는 모든 만물을 비췄고, 호수의 수면이 반짝였으며, 산은 밝고 웅장했다.

피리를 부는 소녀는 산을 넘어 호수를 지나갔다.

소녀는 땅 위를 걷고 있었다.

그녀는 두 발로 다니며 두 눈으로 보았다.

그녀는 곡식을 심은 기름진 밭과 양 떼가 노닐고 있는 풀밭을 보았다.

그녀는 풀로 덮인 평원과 꽃이 자라는 제방을 보았다.

그녀는 파도가 밀려드는 낭만적인 해변과 비바람 뒤의 무지개빛 노을을 보았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위대하고 낭만적인 풍경들을 보았다.

피리 소리가 아득히 울려 퍼졌고, 악룡이 길게 울부짖었으며, 용사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뜨거운 목소리가 그녀의 세계에서 피어났고, 한 줄기 빛이 이 끝없는 어둠을 뚫었다. 마침내 모든 것이 변했다.

그녀는 깨어 있나? 그녀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나? 목소리는 그녀를 부르는 건가?

흩어진 기억들이 천천히 모여들었고, 수많은 소리들이 황무지의 의식의 바다에 모여 하나의 가냘프고 미세한 선이 되어 곧 무너질 듯 흔들렸다.

소녀는 눈을 떴고 세상은 고요했다.

썰물 뒤에.

소녀는 땅 위를 걷고 있었다.

그녀는 두 발로 다니며 두 눈으로 보았다.

마지막 황혼이 암담해졌고, 첫 번째 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별의 궤도가 회전했고, 별빛이 변했으며, 하늘의 성에 유광이 넘쳤다.

방황하던 발걸음을 여기서 멈췄다. 떼 지어 날아다니는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오랫동안 공중에서 선회했다. 소녀는 보랏빛 꽃바다에 몸을 담갔으며,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하늘은 분명히 높고 멀었으며, 밤의 장막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을 것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가는 길에 본 여러 가지 진풍경은 모두 기적이었다.

가슴속 핵심 부분이 시큼하고 만족스러워 매우 묘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그 기이한 느낌은 그녀에게 단단히 달라붙어 그녀가 털어놓고 싶게 만들었고, 지금 이 순간들을 나누고 싶게 만들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한없이 넓은 땅에는 사람이 없어 적막했다.

그녀는 누군가가 여기에 있기를 바라는 건가?

그녀는 누구와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그녀는 누구에게 이 모든 것을 흥미진진하게 말하고 싶은 건가? 그녀는 어떤 매체에 마음을 담아 반복적으로 묘사한 적이…… 있는가?

응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머릿속의 기억은 연기처럼 아련하게 흩어져 있었고, 한 가닥으로 얽힌 가늘고 긴 선만이 버티고 있었다. 선이 닿는 순간 소녀는 반응하는 듯 고개를 살짝 들었다.

우아한 유성이 이 순간 하늘을 가로질렀다.

——정말 아름답네요.

밤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하는 듯한 가요가 저절로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머나먼 하늘 위에 무엇이 있을까?

별 사이에 누군가가 존재할까?

소녀는 생각했다.

에덴의 인공 밤하늘이 내려앉자, 침실 조명 시설은 자동으로 야간 모드로 전환됐다.

결말을 쓰고, 이야기의 마지막 마침표까지 찍은 뒤 펜을 거둬야 하지만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소녀는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펜 끝의 잉크가 번지기 전, 이야기의 결말 뒤에 그는 펜을 들어 가슴에 떠오르는 시를 썼다.

제가 어떻게든 구한 저의 알맹이를 당신에게 드릴게요——

글자를 쓰지 않고 문장을 만들지 않으며 꿈과 거래하지 않는다.

시간, 즐거움, 역경에 흔들리지 않는 코어.

제가 당신에게 삶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당신의 관한 이론,

당신의 진실하고 놀라운 존재.

——제가 무엇으로 당신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연극이 구축한 세계는 서서히 해체됐고, 영상은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졌으며, 현실의 이목구비는 다시 몸으로 돌아왔다.

손 하나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아이라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관심은 세레나의 연극에 쏠렸다.

무슨 시요?

…… 제가 간신히 지켜온 저의 알맹이를 당신에게 드릴게요.

황금시대의 유명한 시인과 작가, 번역가의 작품 중 한 편인데, 역사의 옛 종이 더미에 귀속되어 있어서 공중 정원의 신세대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저도 세레나한테서 들었어요.

그녀와 주고받는 메일에서 좋아하는 시라고 언급했고, 작품에 마무리로 인용하기도 했어요.

아이라는 자신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너의 그런 점이 세레나랑 비슷해.

갑자기 멍 때리고, 입에서 시와 노래가 나오고, 입가에 신비로운 웃음이……

따지거나 비웃는 것이 아닌 아이라의 낮은 말투는 이해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현실 밖에서 창작자는 다른 세상을 갖고 있어요.

진실이든 환상이든 모든 세상을 거짓이 아닌 똑같이 진실한 감정으로 대하죠.

아이라가 예전에 했던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그녀는 제가 본 가장 이상주의적이고 가장 실용주의적인 사람이었어요. 성숙할 때는 결단력이 극에 달하고, 순진할 때는 비현실적인 낭만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세레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 넌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

이번에 연극에서 무엇을 보았나요?

아이라의 말은 나의 연상을 끊었다.

제 생각은 '제4의 벽'을 촉발시킨 게 아닌가 싶어요.

제4의 벽은 연극의 용어로, 통속적으로 전통 연극 공연에서 관객과 배우를 분리하려는 보이지 않는 벽을 말해요. '제4의 벽을 깬다'는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의미하고, 리얼리즘 연극이 등장한 뒤에도 연극 연출의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해요.

역시 '수석'이라고 해야 하나요?

'햄릿'의 밑바닥 논리는 비극을 '최적해'로 삼는 거예요. 그래서 세레나가 결말을 하나 이상 썼더라도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연기해요.

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햄릿》은 황금시대부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유명했으니깐요.

'햄릿'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의 모든 연출 및 배열 가공은 인위적으로 추가된 원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원시 데이터를 따라야 하고, 이건 기본 코드에 쓰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극 중 배우인 당신이 인물의 합리적인 행동을 통해 비극이 아닌 결말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면서 제4의 벽을 발동하여 햄릿을 연극에 직접적으로 등장시켰어요.

이미 있는 표현 수법치고는 놀랄 일도 아닌데……

어쨌든…… 악룡은 패배했고 '용사'와 '피리부는 사나이'는 모두 살아남았나요?

마지막으로 피리부는 사나이는 여행길에 올랐나요?

전 이전보다 이 결말이 더 좋아요.

혼자 여행을 떠난 피리부는 사나이는 외롭지 않았을까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하지만 적어도, 살아남았어요. 모두…… 다 살았어요.

아이라는 긴 한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 말을 돌렸다.

이미 세 가지 결말을 발동시켰는데……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것이 세레나가 남긴 모든 메시지일까요……? 다른 빠뜨린 정보는 없으신가요?

왜요?

자색 눈을 가진 여행자요?

…… 어쩌면 그녀들은 모두 이야기 속의 세레나를 대표하는 거일 지도 몰라요. 이 여행 때문에 그녀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되었을 거예요.

음?

이 소리가 "고래의 노래" 같다고 여기겠지만, 난민들은 이 소리를 "세이렌의 소리"라고 불렀어.

황금시대에 남겨진 문헌에 적혀진 것에 의하면 세이렌은 바다에서 노래 소리로 선원을 유혹하는 괴물이래.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선원은 넋을 잃게 되고 배는 좌초된다고 해.

왜 이토록 부정적인 연상이 생겼는지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 소리와 적조는 죽음과 연동되어 있으니까.

...맞아. 그것과 적조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우린 소리에 따라 적조의 간만을 판단할 수 있는 거지.

아이러니한 건, 사람을 유혹하는 소리라기보다는, 초래한 결과로 보면 이건 마치... 사람들에게 적조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소리 같아.

……

이 물음에 조석 위의 괴물이 놀란 듯 발버둥 치며 고개를 쳐들더니 무겁고도 중후한 "노랫소리"를 냈다.

???

——▆▂——▄▆█——

바로 지금까지 들어왔던 "세이렌의 소리"였다.

갑자기 괴물이 고개를 돌려 이곳을 바라봤다. 고요하던 적조도 돌연 생명을 얻은 듯 넘실대며 주변의 땅을 덮기 시작했다.

적조 행동 때의 기억이 머리에 떠올랐다.

기억 속 '세이렌의 소리'의 근원, 그 무시무시한 괴물이 바로 이 연극의 작가였다.

……!

그 멜로디를 기억하세요?

멜로디가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그 멜로디를 곰곰이 떠올려보니.

한순간에.

한 단락의 기억이 머리에 떠올랐다.

아이라는 단말기를 켰다.

아다지오의 부드러운 아리아가 흘러나왔다.

이것은 자신이 이번 생에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

선율이 점차 높아지고, 그 순간 넓은 바다가 마치 자신 앞에 펼쳐진 듯했다.

여성의 노래는 고래의 소리를 따라 하지 않았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멜로디 뒤에 숨겨진 뜻을 깨닫게 했다.

——외로운 고래 한 마리가 꼬리지느러미를 저으며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몇 번이고 부르는 고래의 노랫소리는 해구에서 메아리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영탄이 끝났다. 이것은 미완성한 노래다. 왜냐하면 외로운 고래는 끝내 종족을 찾지 못했다.

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녀는 진정한 바다를 본 적이 없기에 이 노래의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언젠가 진정한 바다를 보게 된다면 이 노래의 남은 부분을 써 내려갈 거라고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어요.

노래가 끝나갈수록 나는 확신이 들었다.

이것은 부드러운 아리아의 후렴 부분으로, 심해에 빠진 외로운 고래들이 무리들을 찾은 후 첫 만남에서 넓은 바다에 바치는 가장 부드러운 찬가였다.

완벽에 가까운 결말이었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 진정한 바다를 봐야지만 이 노래의 남은 부분을 쓴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 멜로디가 어떻게 그녀가 써놓은 연극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

두 개의 기억 속 멜로디는 또 너무 조화로웠다.

대담하고 우습고 독선적인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긴장, 흥분, 두려움 각종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고 아이라의 몸은 미세하게 떨렸다.

나를 바라보는 아이라의 눈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억지로 억누르는 기쁨과 조심스러운 애원까지 있어서 다음 순간 그녀가 웃거나——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내면의 격앙된 감정에 저항하듯 그녀는 몸을 꼿꼿이 세웠다.

…… 네.

부탁할게요. [player n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