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다차원 연출 / 선서망향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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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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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처럼 타오르지만 불은 아니었다.

당신의 심장이 두근거릴 때, 그는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가슴을 누르고 귀를 막으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의 숨이 끊어진다면, 그는 차가워질 겁니다.

——피였다.

뚝뚝 떨어지는 피가 소녀의 치맛자락을 적셨다.

악룡은 거대한 머리를 늘어뜨리면서 흉강은 계속해서 변화했고, 발톱은 힘없이 긁고 있었다.

소녀는 마지막 기력을 다 써보려는 듯 입술을 오므렸다. 피리 소리는 약하고 처참했지만 오랫동안 끊이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제비붓꽃의 보랏빛 눈동자에는 가을의 잔잔한 호수처럼 아무런 원망과 원한은 없었으나, 천 마디의 말이 담겨 있었다.

——용과 소녀의 생명은 연결되어 있었다.

——악룡은 반드시 처치돼야 했다.

소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망설이는 1초마다 누군가는 죽는다는 것을.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생각과 결의를 깨달았다.

피리 밑단의 날카로운 칼날이 살에 깊숙이 박혔다.

고통은 그녀의 숨결을 끊겼다 이어지게 했고 애절한 피리 소리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용사는 반드시 그의 사명을 완수해야 했다.

소녀는 머리를 살짝 젖혔고, 하늘의 빛 아래에서 그녀의 시선은 음산한 동굴을 지나, 재앙이 가득한 황무지를 넘어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든 고난을 잊은 듯 입가를 살짝 움직였다.

악장의 마지막 음표가 떨어지기 직전 소녀는 피리를 가슴에 비스듬히 기대고 두 눈을 편안하게 감았다.

악룡의 핏빛 눈동자는 점차 어두워졌고, 그는 땅에 주저앉아 완전히 숨을 거두었다.

엄청난 무력감이 당신을 엄습했다.

세상이 빠르게 후퇴했고, 현실의 오감은 당신의 몸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기억들이 당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각한 예언처럼, 선지자에 대한 심판처럼.

소녀가 그녀의 결말을 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극적인 우연인가.

그는 상상한 모든 고난을 펜 끝으로 옮겼고, 자세히 묘사하고 썼으며, 모든 슬픔의 깨달음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그 차가운 현실을 낱낱이 실천했다.

이것은 슬프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연극이었다.

오만.

자주 번쩍이는 강한 빛, 정교한 생체공학 부케, 붐비는 인파, 열렬한 박수, 간절한 미소, 끊임없이 다물고 벌리는 입.

남의 이목구비의 일부분만 쳐다보거나 인터뷰 도중 멍 때리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축하, 칭찬, 지나친 찬사.

천재.

유치.

세레나는 손가락을 꽉 쥐고 등을 살짝 폈다.

기자

…… 《아카디아 대철수》라는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많은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고 들었습니다……

창백한 억상.

기자

…… 연극 결말을 위한 설계——죽음을 앞둔 병사들이 지표면을 떠난 이들을 축복하는 장면에서 많은 관객, 심지어 평론가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디서 창작의 영감을 받나요?

…… 정말 훌륭한 결말이네요.

당신의 작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자

…… 차라리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어보죠.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이런 질문에 그녀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강한 빛이 비쳤고 기기는 눈알의 회전, 손가락의 움직임, 입술 각도, 몸의 모든 떨림을 마이크로초를 초과하는 속도로 기록했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입을 벌리고 소리 없이 숨을 몰아쉬던 세레나는 두 손으로 자신의 요란하고 불안하게 뛰는 심장을 꽉 눌렀다.

짙은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었고, 만년필이 마루 위에 떨어졌다.

홀로그램 화면은 항상 켜져 있었고 한 단락의 글씨가 나타났다가 철회되었다.

수많은 환상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 찼고, 과거의 망혼이 그녀에게 매달린 것처럼, 영혼을 드러내려고 아우성쳤다.

그녀의 손끝은 뜨거워졌지만 자랑스러워했던 글씨는 산산조각이 났고, 그녀의 글귀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고 어떤 의미 있는 단락도 맞출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펜을 멈춘 적이 없었고, 흩어지는 것은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었고, 불안하게 써 내려갔다.

그녀, 자신이 아무것도 써내지 못한다고 생각할지라도, 그녀가 아무것도 써낼 수 없다고 해도.

그녀의 펜 아래는 오만, 유치, 순진, 거짓, 창백한 억상이었고 그녀의 작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온실의 꽃은 진정한 폭풍우를 마주한 적이 없었고, 종말인 상황 속에서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방주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았고, 모든 것이 그렇게 창백하고 힘이 없었으며, 어떤 무거운 의미도 없었다.

그녀의 매우 난처한 상황이 날카로운 평가만으로 진짜 고난을 헤아리는 순간, 그녀를 내내 감돌았던 자괴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미안함이 주는 불안과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창작의 에너지를 뽑아내기를 갈망했다.

그녀는 모든 마법을 잃었다.

창작이 이렇게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던가?

창작은 고통스러운 일인가요?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부터 그녀를 이 길로 이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의 첫 번째 창작을 찾았다.

그것은 매우 간단하고 유치한 판타지 스토리였다.

그녀는 아직 매끄럽지 못한 필치로 온 세상을 그렸다.

그녀는 말로 절친에게 자신의 세계를 공유했다.

그녀의 세계는 작은 공책 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는 마음씨 좋은 용사, 신비한 피리부는 사나이, 마력을 가진 마녀, 사악하고 거대한 용과 수많은 곤경에 빠졌지만 여전히 희망에 찬 사람들이 있었다.

그 안에는 어리고 순진하며 유치한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 처음에 그녀는 고상한 이상이 없었다.

그녀는 단지 표현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펜을 들어.

그녀는 자신을 짓밟았다.

그녀는 오만하고 고통스럽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지금의 자신까지 이 이야기 속에 넣었다.

이 어수선하고 유치한 이야기는 어쩌면 수많은 결말이 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자신이 존재할 수도 있다.

진실, 환상 속의 자신.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신.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자신이었다.

이들이 함께 만든 세상에서 세레나는 자신의 결말과 운명을 갖고 자신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보고, 경험한 여러 가지 상황을 자신에게 이야기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됐다.

적조 행동 당일, 공중 정원, 감사원, 기술부 내.

각각의 조작 단말기를 빠르게 조작했고, 홀로그램 화면은 빠른 속도로 깜박였으며 사람들은 손에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가끔은 모여서 대화하는 소리가 났다. 삼삼오오 모여 원을 형성했고 또 각자 빠르게 흩어졌다. '띠-'하는 소리와 함께 과실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제복을 입은 인간이 마중 나가 단말기를 조작하며 목록을 체크했다.

이번 운송 물품에 눈길이 닿았을 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거대한 막 아래 인간형 조각상의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났지만 워낙 거대해 통로를 거의 막았다.

술레르

이게 뭐야? 왜 예술 협회의 설비를 우리 쪽에서 실체 기술 검사와 감사 심사를 하는 거지?

이런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기대하지 않았고 감탄에 좀 더 가까웠다. 왜냐면 공중 정원 행정 부서의 모든 물품의 유통 결재는 명확한 문서 설명과 함께 해당 접수 부서의 단말기에 업로드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에서 수령 명령을 터치했지만 술레르는 첨부된 설명 문서에 접근 권한 제한에 대한 알림이 표시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술레르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자 놀랐고 한 손은 천막 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똑같은 제복을 입은 핑크색 단발머리의 여성 구조체는 시선을 돌려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술레르

이스마엘, 깜짝 놀랐잖아.

미안, 방금 시야가 가려져서.

이렇게 거대한 물체가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으면 누구든지 관심이 끌렸다.

술레르는 이 주제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손을 내저으며 그만두라고 표시했다.

술레르

지상에서 올라왔어? 뭐 발견한 거라도 있어?

이번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고 들었는데, 무슨 상황이야? 해당 임무의 비밀 권한 레벨이 매우 높아서 별다른 소식을 못 들었어.

??

집행 부대가 필요한 일에서 급하지 않은 게 어디 있어.

과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스마엘의 등장으로 방 안의 답답하고 단조로운 분위기가 깨졌다.

이번에는 좀 특별해.

이스마엘의 톤은 높지 않았지만 임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얼른 화제를 바꿨다.

그녀는 한 손을 뻗은 후 손바닥을 펼쳤다.

보라색 꽃이 그녀의 손바닥에 나타났다.

나는 아래에서 이걸 발견했어.

자색의 제비붓꽃.

긴 칼날처럼 펼쳐진 잎사귀와 몽환적인 보랏빛의 가냘픈 꽃잎이 오그라들면서 아름다운 모양으로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 어떤 인공 조물도 비교가 안 되는 절묘한 걸작이었다.

꽃은 이스마엘의 손바닥에 둥둥 떠다녔고 반짝이는 빛은 손바닥의 풍경이 사실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이것은 한송이의 데이터 꽃이었다.

술레르

너 정말 한가하구나.

자세히 살펴본 후, 술레르는 이것이 평범한 데이터로 구성된 아름다운 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흥미를 잃었다.

모든 인원이 지표면에서 귀항할 때에 장기간 여러 단계의 검사 및 소독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표에서 가져온 모든 물품은 꽃 한 송이, 돌 한 알이라도 특별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스마엘을 수집을 무척 좋아했다.

그녀는 지상의 모든 사물에 대해 흥미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현실의 제한으로 이스마엘은 그녀의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스마엘은 강력한 데이터 수집 및 재구성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검증한 적은 없지만 술레르는 이스마엘이 공중 정원에서 구조체 연산이 가장 좋은 무리라고 확신했다.

——그것은 거의 마법에 가까웠다.

이스마엘의 손을 거쳐 복원된 물건은 실제 물건보다 오히려 더 정교하고 '진실'했다.

마치 황금시대 전설의 라비가 마법으로 점토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엉뚱한 물건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이번의 제비붓꽃, 지난번에 가져온 회색 꼭두각시 인형……

매우 빈티지한 취향이었다.

술레르는 이스마엘의 자리를 바라보았고, 책상 위에는 반점이 빛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황금시대를 방불케 하는 진열장에는 온갖 기이한 소품들을 놓여 있었다.

생각이 흩어지자 그녀는 돌아서서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침 과실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었고, 술레르의 시선을 의식한 듯 살짝 곁눈질을 했다.

그 하얀 눈동자는 마치 마력이 가득 차 있었지만 공허한 것 같았고, 그녀는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 미소를 지었다.

술레르

아참…… 밖에 있는 저 거대한 물건…… '햄릿'이라고 했던 것 같아.

내 권한 레벨이 부족해서 인수인계 문서를 볼 수 없어. 네 쪽에서 한번 볼래?

이스마엘은 주변 사람들에게 의사를 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시스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빛은 어느 한 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고, 한참 동안 있다가 그녀는 시스템을 껐다.

좋아. 내가 인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