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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특별한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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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정원, 어느 은밀한 회의실.

공중 정원

어느 은밀한 회의실

예정 시간에서 10분이 지났네요. 모두 모이신 것 같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원, 케르베로스의 대장, 예술 협회의 음악가, 과묵한 하녀, 악마 꼬리를 단 기계체 소녀… 평소라면 한자리에 앉을 일 없는 이들이 같은 테이블에 모이자, 분위기는 한층 더 묘해졌다.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며칠 전,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지휘관님의 생일 축하 메시지가 발송되었습니다. 이 메시지는 연락처에 있는 사람만 볼 수 있도록 설정돼 있었죠.

그리고 저를 포함해, 해당 메시지에 글을 남겼던 사람들의 단말기에 이 회의 초대가 동시에 도착했습니다. 아마도 다 함께 지휘관님의 생일을 어떻게 축하할지 논의하라는 뜻이겠죠.

최근 우리 그레이 레이븐이 임무가 많았으니, 생일날만큼은 지휘관님이 푹 쉬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휴식 계획을 준비해 볼게요.

이봐, 이봐! 생일이잖아! 쉬는 것도 좋지만, 놀면서 푸는 게 더 재밌지 않겠어? 이 제타비 님이 하늘이 선택한 자를 데리고 아무도 못 찾는 재미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건 어때?

아무도 못 찾는 곳이라니, 너무 수상하네요. 전 그건 반대예요.

오블리크의 대각선 건너편,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앉은 붉은 머리의 구조체가 피식 웃으며 테이블을 두드렸다.

뭘 싸워. 지휘관을 아무 데나 보내면 안 돼. 나랑 약속 있어.

방금 정한 거지만 말이야.

긴 테이블의 빈자리에 놓인 투영 장치가 두 번 "웅"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켜졌다. 투영 속에는 기계 교회의 용의 날개 기사 한 명이, 인상을 찌푸린 채 앉아 있었다.

차라리 결투로 정하는 게 어때. 난 질 생각 없으니까.

좋은 공연이 꼭 격렬한 대립을 포함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휘자님이 평온하고 행복한 생일을 보내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깊다고 생각해요.

이어폰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하는 소리에, 지휘관은 나른한 오후의 얕은 잠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단말기를 확인해 보니, 모르는 사이 온라인 회의에 참여한 상태였다. 화면 너머의 그들은 지휘관이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회의가 늘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군요... 이런 대화가 지휘관님 귀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모두,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리브는 무언가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도저히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면, 각자 방안을 정리해서, 지휘관님께서 직접 결정하시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결국 그날의 주인공은 지휘관님 자신이니까요.

긴 테이블 양쪽에 앉아 있던 이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만든 계획을 랜덤 박스로 만들어서 랜덤 박스 기계에 넣는 건 어때? "열기 전의 설렘" 뭐 그런 거 있잖아. 인간들 사이에서도 꽤 유행이라던데~

어린 악마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손을 휘둘러 스크린 몇 개를 띄우더니, 순식간에 큐브 모델이 만들어졌다.

예술 협회에서 예전에 랜덤 박스를 만든 적이 있어요. 우선 준비해야 할 게...

접속 당시의 돌발 상황처럼 회의실 화면이 갑자기 꺼져버렸다. 다시 찾아보려 했지만, 회의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점심 휴식 시간도 거의 끝나 가서, 지휘관은 언젠가 알게 될 거라는 기대를 안고 다시 일에 몰두했다.

공중 정원 지휘관 숙소

며칠 후

며칠 후, 공중 정원 지휘관 숙소.

부드럽고 맑은 아침 햇살이 방 안을 채웠다. 한동안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왔던 일정표가, 오늘만큼은 말끔히 비어 있었다. 그 어떤 업무도 없는, 오롯이 지휘관만의 하루였다.

문을 열자, 낯익은 듯한 기계 큐브 하나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표면에는 깔끔한 활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에게: 지정된 구역에 3초간 손을 대 주세요."

그 아래에는 손 글씨로 쓴 쪽지가 붙어 있었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이 녀석이 벌떡 일어나 물어버릴걸~"

박스를 들고 와 안내에 따라 손을 대자, 박스가 가볍게 "윙"하고 울렸다. 이어, 여러 목소리를 어설프게 이어 붙인 듯한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쉽게 열다니… 경계심은 어디에다 둔 거야?

앞으로 널 더 지켜봐야겠네. 좋아, 간단히 말해주지. 넌 지금 이 녹음 파일에 "납치"된 거야. 이걸 끝까지 듣기 전엔, 아무것도 못 해.

하늘이 선택한 자가 이 세상에 강림한 날을 기념하려고 내가... 아니, 우리가 이 랜덤 박스 기계를 만들었어.

초대장, 계획, 증표, 힌트... 전부 하나하나 랜덤 박스 안에 봉인해 뒀어요. 모두 지휘관님을 위한 것들이에요.

지휘관님이 박스를 여는 그 순간, 마력이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내용물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어요.

오늘을 마음껏 즐기시고, 앞으로의 모든 순간이 행복하시길 바라요.

잔잔한 잡음과 함께, 멀리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난 누구의 초대 따윈 필요 없어. 1년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다들 너무 시시하게 낭비하고 있잖아. 진짜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날 찾아와. 그게 스릴러일지, 서프라이즈일지는 와 보면 알겠지?

다음 순간, 큐브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속 구조가 바깥으로 펼쳐지고, 여러 번 뒤집히고, 다시 접히더니 무기질의 표면이 꽃잎처럼 열리며, 안에 숨겨져 있던 꽃술이 드러났다.

그곳엔 서로 다른 여덟 개의 작은 박스와 반짝이는 한마디가 담겨 있었다. "생일 축하해."

자, 그럼. 어떤 것부터 열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