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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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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향한 맹세

지휘관님, 뒤 조심하세요!

루시아는 적을 베어 넘긴 직후, 몸을 돌려 자신의 빛 무늬 태도를 지휘관 쪽으로 던졌다.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자, 뒤편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지휘관은 곧바로 권총을 들어, 루시아 뒤편의 적을 조준했다.

전당은 이미 완전한 아수라장이었다. 수백 명이 뒤엉켜 싸우는 가운데, 총성과 무기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지휘관은 루시아와 등을 맞댄 채, 전당 한가운데 서서 물밀듯이 밀려오는 적들과 대치했다.

!!

올리비아가 빠르게 앞으로 나와, 한 손으로 적을 붙잡고는 군중 속으로 던져, 지휘관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곧 정오야.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식은 끝내야 해!

결혼식이 12시 전에 끝나지 않으면, 신랑과 신부는 <b>악마의 저주를 받은 것</b>으로 간주되고,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영원히 카타니아에서 추방당하게 됩니다. 이는 전쟁 속에서도 카타니아 사람들이 수 세기 동안 엄격히 지켜온 신조예요.

카타니아의 전장이야!

올리비아는 고함과 함께 주먹을 날려 달려드는 적을 쓰러뜨렸다.

반드시 12시 전에 의식을 끝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사부이 가문의 위신은 무너지고, 13가문 해산도 물거품이 될 거야!

혼란스러운 전장을 울리는 대모의 목소리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명령처럼 울려 퍼졌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또다시 폭발음이 들렸고, 루시아는 반사적으로 옆에 있는 인간을 감싸안았다.

시간이 없어. 어젯밤에 내가 가르쳐준 대로 해!

루시아

지휘관님!

그때, 루시아가 망설이고 있던 지휘관의 손을 붙잡았다.

루시아

지휘관님...

정오의 햇살 아래, 생화와 탄피들이 하얀 들판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파편이 하늘을 뒤덮고, 탄피들이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리며 전당을 휩쓸었다.

자욱한 화약 연기 속에서도, 지휘관의 시선은 오직 루시아의 얼굴만을 담고 있었다.

루시아의 눈동자 속엔 작지만 떨리는 설렘이 비쳐 있었다.

대자녀가 여기 있다!

기도문이 끝나기도 전에 계단 위로 적이 올라와 칼을 휘둘렀다.

루시아

지휘관님, 조심하세요!

루시아

!!

루시아가 뒤로 끌어당긴 덕분에 날아든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둘은 곧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적을 차례로 제압했다.

으윽.

지휘관은 루시아의 팔을 끌어당겨 그녀를 품에 안았다.

치열했던 전투로 거친 호흡을 내쉬는 둘의 따뜻한 숨결이 서로의 뺨을 간질였다.

지휘관님...

루시아가 갑자기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저는 우리만의 맹세로 이 결혼식을 끝맺고 싶어요.

흔들림 없는 눈빛에는 굳건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고, 표정은 결의로 가득 찼다.

지휘관님이 읽어주신 시에서 이 순간과 어울리는 구절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지휘관님은 제게 너무도 특별한 존재라, 어떤 시구로도 이 만남의 기적을 담아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진심 어린 고백에 품속이 더욱 따스해졌다.

맞잡은 손끝에 힘이 실리고, 루비처럼 빛나는 눈동자에 애틋한 감정이 어렸다.

전당의 축복 아래, 제 생이 끝날 때까지 이 기적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짧은 시간 동안 오고 간 말들, 가슴이 터질 듯한 감정. 이건 악기보다 감미롭고, 독한 술보다 짙은 감정이었다.

[player name] 지휘관님.

그 순간, 흰 비둘기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꽃잎이 흩날리며,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휘관은 눈을 감고, 세상과 점점 멀어졌다.

종소리 속, 총성이 귓가를 스치고 모든 것이 불타오르며 흔들렸지만,

그 둘을 감싼 공기만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비명, 파열음, 폭발음— 그 모든 소리가 장미 향기와 바닷바람 속에 녹아들며, 마치 축복의 폭죽처럼 들렸다.

과일 향을 머금은 달콤한 숨결이 입술 위로 스며들고 경건한 감정인지, 아니면 그 너머의 마음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서로의 체온에 천천히 녹아들었다.

사랑이 여명을 맞이할 때, 타오르는 태양조차 그저 평범한 별일 뿐이었다.

수억 년의 세월로도, 이 영원의 찰나를 다 담아낼 순 없었다.

순수하고도 열렬한 둘만의 입맞춤이었다.

<size=35>종소리가 울린 순간, 지휘관은 루시아를 꼭 껴안았다.</size>

<size=35>장미와 그녀의 향기가 세상의 쇳내를 씻어내며, 눈부신 황금빛 전당을 감쌌다.</size>

<size=35>가슴을 맞댄 채 느껴진 건, 미세하지만 분명한 심장의 떨림이었다.</size>

<size=35>그 떨림은 종소리도, 총탄의 포효도 모두 덮을 만큼 강렬했다.</size>

<size=35>모든 것이 희미해져 가는 순간,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지휘관을 감싸안은 루시아의 두 팔뿐이었다.</size>

지휘관님...

<size=35>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입가에 맴돌기만 했다.</size>

<size=35>둘은 말없이 서로에게 기대어 있었다.</size>

<size=35>오직 품 안의 뜨거운 사랑과 깊은 애틋함만이,</size>

<size=35>경건한 이 순간에 조용히 새겨지고 있었다.</size>

올리비아

의식이 모두 끝났네. 축하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열두 번의 종소리가 멎고, 혼란스러웠던 전장도 점차 잠잠해졌다.

그렇게 카타니아의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레무스, 너를 살인, 담배 불법 재배, 반란 선동 등의 혐의로 카타니아 자치위원회에서 체포한다. 하고 싶은 말 있나?

카타니아여 영원하라.

데리고 가.

알겠습니다.

올리비아는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가, 황폐해진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발밑에는 탄피와 꽃잎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제 카타니아의 미래를 가로막던 마지막 걸림돌이 사라졌습니다.

전당에 울려 퍼진 강렬한 선언에, 각 가문의 수장들은 일제히 카타니아의 지도자를 향해 존경과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카타니아 위원회의 정식 설립을 선포합니다!

군중

!!

이제 결혼식의 대미를 장식할 카타니아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겠습니다.

올리비아는 한 걸음 물러나, 지휘관과 루시아에게 단상 중앙을 내주었다.

대자녀와 신부는 앞으로 나와, 술잔 교환식을 해주세요.

처참한 전장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방금 전의 처절했던 전투를 잊은 듯, 결혼식의 흥겨운 연회를 이어갔다.

이것이 바로 카타니아의 피에 흐르는 정신이었다. 죽을 때까지 축제를 즐기거나, 축제를 즐기다 죽거나. 천 년이 흘러도 그 정신은 변함없었다.

환호성 속에서 루시아는 "피에몬테"의 코르크를 따고, 진홍빛 와인을 두 금잔에 따랐다.

그녀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잔을 내밀었다.

지휘관님, 우리 이 순간을 위해 건배해요.

지휘관과 루시아는 잔을 들고 팔을 교차시킨 뒤, 달콤한 축복의 술을 단숨에 마셨다.

드럼 소리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루시아와 지휘관은 팔짱을 끼고, 하객들 사이를 다니며 분주히 인사를 나누었다.

호호호, 정말 피가로의 결혼식답군요. 두 분이 이렇게 실력자일 줄은 몰랐어요. 정말 천생연분입니다!

우리도 관장님께서 가문의 수장이실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호호, 무대 위의 공연자는 가면을 잘 써야 하는 법이지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도 마찬가지 아니신가요?

두 분 백년해로하시고, 영원히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여러 차례 인사를 나누다 보니, 축하하러 온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결혼식장 한쪽에서는 올리비아가 주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흩어지게 하고는, 조용히 두 사람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

지휘관님, 대모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것 같아요.

올리비아는 대리석 기둥에 기대어 선 채, 다가오는 신랑 신부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 의장님께 두 사람의 활약상을 그대로 전할게.

그래. 주께서 카타니아의 자녀들을 굽어살피시고, 우리를 불사조처럼 다시 태어나게 해주시길.

올리비아는 찬란히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경건한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대모님,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오늘 대모님의 모든 행보는 카타니아의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가문을 위한 것인가요?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질문인 듯했다.

올리비아의 표정이 잠깐 굳어지더니, 눈빛엔 짧은 망설임이 스쳐 갔다.

하지만 그녀는 곧 다시 대모다운 위엄을 되찾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야. 다 나 자신을 위해서였어.

대모님을 위해서라고요?

구시대의 13가문은 한 여자아이의 꿈을 짓밟았어. 난 그 아이에게 복수할 기회를 준 것뿐이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어?

......

루시아는 묵묵히 듣기만 할 뿐, 올리비아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쯤 하자.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이잖아.

대모가 잔을 들어 올렸다.

존중은 가장 진실한 시혜고, 우정은 가장 귀중한 재산이지. 이제부터 너희는 카타니아 사람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됐어. 이 작이 섬은 너희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사부이 가문의 저택 문은 언제나 너희에게 열려있어.

올리비아는 미소를 지으며, 루시아의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꽃잎을 조용히 털어냈다.

루시아, 방금 어떤 아가씨가 그러더군, 너한테서 과거의 그림자를 봤다고.

아무리 힘든 선택이 닥쳐와도, 네 마음속의 사랑이 답을 알려줄 거야.

그러니 그녀의 꿈을 안고, 후회 없이 미래로 나아가봐.

너희와 카타니아의 미래를 위해, 건배!

미래를 위해!

카타니아 천상곶

일출 전

카타니아 천상곶 일출 전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녘, 하늘과 바다가 짙은 감빛으로 맞닿아 하나가 되었다.

어스름한 하늘 아래, 카타니아의 모든 것이 고요하고 아름답게 빛났다.

둘은 천상곶 위에 서서,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 작은 섬을 내려다봤다. 짧았지만 찬란했던 휴일의 기억이 마치 모래사장을 스치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휘관님, 이 각도면 될까요?

지휘관은 단말기의 카메라 앵글을 조정하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화면을 확인하던 순간, 루시아가 살그머니 프레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반응할 틈도 없이 그녀는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서로 맞닿자, 루시아가 지휘관을 화면 안으로 끌어당겼다.

해안선 너머로 금빛 아침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카타니아의 경치는 언제봐도 정말 아름답네요.

그녀는 손을 뻗어, 가늘고 긴 손가락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휘관님, 요 며칠 계속 생각해 봤는데, 모든 일이 끝나면… 이 작은 섬에 와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때가 되면, 바닷가에 우리만의 집을 지어요.

사계절 내내 아침의 따뜻한 햇살이 느껴지고, 밤이면 사람들과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그런 바다가 보이는 집이요.

함께 강아지도 키워요.

이름 짓는 건… 제가 좀 서툴러서, 지휘관님께 맡길게요.

지휘관의 걱정이 담긴 질문에 루시아는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렸다.

지휘관님과 함께라면, 제겐 어디든 다 똑같아요.

하지만… 이곳은 특별해요. 우린 여기서 색다른 임무를 마쳤고, 소중한 휴일을 보냈어요.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이 깃든 곳이에요.

짧은 대화가 고요한 바다 위로 흩어졌고, 세상은 숨죽인 채 아침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때, 루시아가 살짝 힘을 주어 지휘관의 손을 꼭 잡았다.

[player name] 지휘관님.

그녀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지만 따뜻하게 이름을 불렀다. 그 눈빛에는 동경과 애틋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루시아

다른 사람들에겐 우리가 그저 하나의 "임무"를 완수한 걸로 보이겠죠.

하지만 제게 이 며칠은… 그 이상이었어요.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루시아의 머리카락이 살랑이며 흔들렸다.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대지 위로 찬란한 금빛을 쏟아냈다.

루시아

......

루시아가 섬세한 손길로 지휘관의 목을 감싸며, 천천히 따스한 품에 몸을 기댔다.

루시아

루키아는 바로 이곳에서 새벽을 맞으며, 그녀가 사랑했던 세상에 축복을 보냈어요.

[player name], 저도... 지휘관님에게 축복을 전하고 싶어요.

찬란한 햇살 아래 루시아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갈매기 울음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성가대의 찬송처럼 울려 퍼졌다.

카메라는 그 모든 순간을 조용히 담아내며, 열정적이고 시적인 여정을 기록해 나갔다.

푸른 하늘과 바다 아래, 카타니아의 모든 것이 새로운 하루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내일에 어떤 걱정이 닥치더라도

내일에 어떤 슬픔이 찾아오더라도

우리가 함께라면—

이 긴 밤도 결국엔 지나갈 거예요.

기적은 여명과 함께 찾아올 테죠.

왜냐하면...

전 당신을 위해 태어난 루시아니까요. 지휘관님만 있다면... 전 어떤 미래도 두렵지 않아요.

전, 그 무지개와 같은 찬란한 빛을 손에 넣은 것 같아요.

지휘관님, 이제 돌아가요.

천년의 연가 Here's To You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