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당신은 [player name]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
평생을 <M>그</M><W>그녀</W>와 함께하며, <M>그</M><W>그녀</W>를 지켜낼 것을 맹세하시겠습니까?
석양이 저물고, 광활한 바다 위로 얇은 금빛 장막이 드리워졌다.
엄중한 의식 속에서 루시아는 고개를 숙였다가, 살며시 지휘관을 응시하기를 반복했다.
맹세합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변함없는 진심과 헌신으로 <M>그</M><W>그녀</W>를 지켜낼 것을 맹세하시겠습니까?
......
루시아는 꽃다발 사이로 지휘관을 응시하고 있었다.
곧이어 지휘관이 고개를 돌리자, 석양이 스며든 맑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수많은 전장에서 한 번도 물러선 적 없던 전사도, 이 순간만큼은 붉어진 귓가를 감추지 못했다.
......
지휘관의 따스한 손길에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굳어있던 표정에는 곧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
루시아는 자신과 다를 바 없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 지휘관의 손을 조심스레 마주 잡았다. 그리고 그 온기는 서로의 긴장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찰나의 침묵 후, 루시아의 굳어있던 표정이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네, 맹세합니다.
대서양의 바닷바람이 대리석 기둥 사이로 불어와, 시원하고 촉촉한 기운이 뺨과 만수국을 간지럽혔다.
[player name], 사부이 가문의 대자녀이자, 카타니아의 귀빈이시여.
사회자가 몸을 돌려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루시아와 평생을 함께하며, 서로 사랑하고 지켜줄 것을 맹세하시겠습니까?
루시아는 왼손을 가슴에 얹은 채, 뺨을 붉히며 지휘관을 바라봤다.
지휘관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변함없는 진심과 헌신으로 그녀를 지켜낼 것을 맹세하시겠습니까?
시원한 바닷바람에 찰랑거리는 웨딩드레스와 따스한 석양이 어우러져, 신성한 전당을 더욱 빛나게 했다.
황혼의 금빛 햇살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려와, 드레스를 입은 소녀를 찬란하게 비추었다.
그녀는 마치 세상에 강림한 천사 같았고, 석양마저 그 아름다움에 반해 수평선 위에 잠시 머무른 듯했다.
주께서 여러분의 선택을 지켜보셨으니, 이제 서약을 나누고 반지를 교환하여, 두 영혼이 하나 됨을 맹세하시기를 바랍니다.
......
루시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동자에는 떨림이 맺혀 있었고, 그 떨림을 마주한 지휘관은 깊은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루비처럼 반짝이는 눈 속에는 지휘관 자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휘관은 그녀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미리 준비해 둔 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잡은 채, 담담하면서도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루시아는 말없이 지휘관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귓가까지 번진 붉은 홍조가 그녀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수많은 감정이 진심 어린 맹세가 되어 루시아에게 전해졌다.
그녀의 눈가에 맺힌 작은 빛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후우...
루시아는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음속 망설임이 부드러운 숨결과 함께 사라진 듯했다.
[player name], 당신의 선서를 가슴 깊이 새기며, 영원한 동반자가 될게요.
천천히 눈을 뜬 그녀의 입가엔 부드럽고 설레는 미소가 번졌다.
이 반지를 끼고, 당신을 향한 저의 변함없는 사랑을 맹세할게요.
미소를 띤 루시아의 목소리에는 전사의 굳건한 의지와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황금과 다이아몬드가 영원히 빛나듯, 우리를 이어주는 이 맹세 또한 영원히 빛날 거예요.
그 순간, 분홍빛 꽃잎들이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하늘 위를 수놓았다.
복숭아 꽃잎이 춤추듯 흩날렸지만, 두 사람의 눈빛은 오직 서로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그때 사회자가 조용히 다가와, 축복의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우리의 사랑이 영원토록 이어지기를.
......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영원한 사랑의 증표가 루시아의 약지를 장식했다.
빛으로 가득 찬 성당 안, 반짝이는 작은 반지가 찬란하게 빛났고, 그와 함께 영원을 향한 맹세가 시작되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고, 황혼빛이 밤하늘을 은은하게 물들였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이 조용히 어우러지는 가운데—
긴 여정의 끝자락에서, 두 사람은 저 멀리 반짝이는 은하수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짧다면 짧았던 시간이지만, 그 모든 순간이 마치 꿈처럼 찬란했고, 사랑과 희망이 담긴 한 편의 시 같았다.
하지만 끝이라는 건 언제나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는 법이다.
이 만신창이가 된 세상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스쳐 가는 찰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온 지휘관과 루시아에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직 둘만의 소중한 동화였다.
별들이 하나둘 고요한 밤하늘을 수놓는 지금, 추억을 되새길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천년의 연가 A Day In The Life
며칠 전
며칠 전
"존경하는 하산 의장님께."
"카타니아를 향한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은 섬의 국민을 대표하여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펜촉이 편지지를 스치는 고요한 사각거림만 들려왔다.
블라인드 틈새로 비친 석양에 남자의 목덜미에 맺힌 땀방울이 반짝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몇 차례의 망설임 끝에 넥타이를 매만지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대모님, 저 카밀로 솔로조는 성실한 농부입니다.
저는 매일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공중 정원으로 귤을 한 상자씩 보냈습니다. 신께서 정직한 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실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죠.
대모님께서도 들으셨겠지만, 이번 달 노라 가문이 카타니아와 대양의 여러 보육 구역에 있는 제 농장을 셀 수도 없이 불법 점거했습니다.
그로 인해 모든 주문이 취소되어 저는 파산 직전에 이르렀고, 카타니아에서만 수백 명의 일꾼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하늘의 은총이 깃든 이 땅에서 이런 참상이 벌어지다니 말도 안 됩니다.
남자의 절절한 호소에도, 편지를 쓰던 이는 그림자 속에서 아무런 말 없이 펜을 움직일 뿐이었다.
"한때 카타니아는 역사와 아름다운 해안으로 이름난 명소였습니다."
"하지만 "13가문"이 통치한 30년 동안, 이곳은 폭력과 범죄의 온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선친께서는 카타니아 사람의 행복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고, 저 또한 그분의 뜻을 이어받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제, 때가 되었다 생각하여 제 "대자녀"의 결혼식을 거행하려 합니다."
"카타니아의 전통에 따르면, 모든 가문은 분쟁을 멈추고, 결혼식에 참석해 사부이 가문 대자녀에게 축복을 전해야 합니다."
"저는 이 결혼식에서 13가문의 해체를 선포하고, 연합 정부와 함께 새로운 자치위원회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명령을 따르는 이는 과거의 잘못을 묻지 않을 것이나, 끝까지 항거하는 이는 즉시 체포하여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할 것입니다."
"이에 공중 정원에서 우수한 전사 두 명을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그 전사들은 제 대자녀로 위장해 결혼식에 참석하며,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작전의 세부 사항은 담당자가 직접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모님, 곧 대자녀분의 결혼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돌아가신 아버님과의 인연을 헤아려 주시어, 은덕을 내려주시고, 카타니아의 고통받는 백성을 구해주십쇼.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슬쩍 시선을 옮겨, 상대방이 만년필로 편지지 하단에 마지막 말을 쓰는 걸 지켜보았다.
"올리비아 드림."
솔로조, 유감이지만 그 요청은 거절해야겠어.
어둠 속에서 들려온 차가운 대답에 남자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
곧이어 어둠 속 그림자는 만년필을 책상 위에 놓고, 고개를 들어 시가 의자에 천천히 기대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든 빛줄기가 위엄 있는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경찰, 정부, 군대까지... 네가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한 것도 벌써 한 달이나 됐네.
지금에서야 내 저택에 찾아와 "대모님"이라 부르는 이유가 뭐지?
올리비아가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툭툭 치자, 그 미세한 울림에도 솔로조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대모님, 저는 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미리암이 참회함에도 신의 징벌을 거두지 않으셨어. 나도 그분과 생각이 같아, 넌 대가를 치러야 해.
솔로조 과일 농업 회사의 지분 절반을 대모님께 넘기겠습니다. 부디 제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십...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올리비아는 검지를 살짝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솔로조. 나와 선친 그리고 너는 십계명을 따르는 사업가이거늘, 이처럼 값을 매기다니 부끄러운 일이군.
"값"이라는 말에 솔로조는 당황하며 가슴에 십자가를 그었다.
대모님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바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한 푼도 없어, 여동생의 도움으로 겨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카밀로 솔로조는 절망적인 자신의 상황을 애원하듯 토로했다.
난 네 돈 따위는 필요 없어.
...?
솔로조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자, 대모의 매서운 눈빛과 마주쳤다.
"존중은 가장 경건한 시혜고, 우정은 제일 귀중한 재산이다." 네가 선친과 친분이 있었다면, 이 신념을 들어봤겠지?
물론입니다. 그건 선친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죠.
네가 과수원을 되찾는 데 필요한 대가는 날 존중하고, 내 친구가 되는 거야.
그 말에 솔로조의 눈빛이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정, 정말입니까?
난 친구로서 네 정의를 지지할 테니, 언젠가 나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오면...
올리비아가 말을 멈추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솔로조를 바라보자, 그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긴장에 휩싸였다.
솔로조, 너도 그만큼의 의무를 다해줄 수 있겠어?
무, 물론입니다!
올리비아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그림자 속에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솔로조는 이를 보자 곧바로 허리를 굽혀, 경의를 담아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다.
대모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올리비아의 오른손을 꼭 잡은 채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주님은 정직한 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시지. 내 대자녀의 결혼 답례품이라 생각해.
올리비아는 차분하게 솔로조의 인사를 받은 후, 그가 진정되자 부드럽게 손을 거두었다.
멀리 나가지는 않을게, 솔로조. 주님의 가호로 사업이 번창하고 건강하기를.
대모님, 카타니아 사람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솔로조 가문은 대모님께서 말씀하신 우정과 존중을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올리비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즐거운 거래였어, 친구.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솔로조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
방안이 다시 고요해지자, 올리비아는 책상 위의 편지들을 정리하며 방 안쪽을 향해 눈짓했다.
프랭크, 이 일은 네가 처리해.
곧이어 방구석에서 사부이 가문의 모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결혼식 청첩장은 다 준비됐어?
모두 준비됐습니다. 동맹들도 새로운 시대의 방주에 올라, 계속 대모님을 모시겠다고 하였습니다.
수고했어. 다른 가문들의 동향은 어때?
보고드리려던 참입니다. 러셀 형제가 공장 구역을 봉쇄하여, 조만간 충돌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저희가 나서야 할까요?
올리비아가 그림자 속에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바다뱀과 문어가 서로 물어뜯을 때야말로 어부가 그물을 던질 적기지. 저들이 피 터지도록 싸울 때, 내가 나서서 공정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돼.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솔로조의 사촌 여동생이 비비안 드레스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대부님의 지원 덕분에 공중 정원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죠.
올리비아가 자신의 반지로 편지 봉랍을 눌러, 사부이 가문의 문장을 새겼다.
잠시 후에 내 새로운 친구에게 전해줘. 대모가 부탁할 일이 생겼다고 말이야.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
공중 정원
공중 정원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
얼마 전, 지휘관과 루시아는 함께 발성 장치 회수 작업을 마쳤다.
그때 즐겼던 온천 덕분에 오랫동안 동분서주하며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씻겨나갔다.
그러나 지휘관과 루시아가 공중 정원에 돌아오자마자, 군부는 새로운 "정기적인 테스트 임무"를 하달했다.
가문의 "대자녀"로 위장해, 카타니아 섬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요?
루시아가 임무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카타니아의 전통에 따르면 모든 가문의 수장들은 대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 상당히 위험한 계획이네요.
올리비아는 그런 힘과 권력이 있으면서, 왜 공중 정원 인원을 대자녀로 위장시키는 걸까요?
하지만 올리비아에게는 후계자가 없으니, 그 소문을 이용해 공중 정원과 함께 이번 결혼식을 계획한 걸까요?
그렇군요, 어느 정도 이해했어요.
간단히 정보를 정리한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괜찮아요. 지휘관님께서 임무를 확인하셨으니, 저도 "대자녀"의 신부 역할을 수행할게요.
알겠어요, [player name].
임무 정보에 따르면, 올리비아의 가문에서는 이미 루시아의 웨딩드레스 코팅을 여러 벌 준비해 둔 상태였다.
루시아는 서염 기체의 적응성을 위해, 결혼식 전까지 이 코팅으로 지휘관과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돌발 상황에서도 원활히 작전을 이어가기 위한 조치였다.
이제 그들은 지정된 드레스숍에 가서 적절한 웨딩드레스를 골라야 했다.
드레스숍의 푹신한 소파에 앉자, 눈앞에 펼쳐진 건 순백의 옥으로 빚어낸 궁전을 연상케 하는 홀 내부였다.
수많은 화려한 드레스들이 백합꽃처럼 순백의 공간에 만개해 있었고, 그 우아한 광채가 대리석 궁전을 환하게 밝혔다.
한 바퀴 돌아보시겠어요?
어머, 정말 천사가 따로 없네요!
[player name], 지금… 밖에 계세요?
피팅룸의 커튼이 살며시 흔들리며, 그 사이로 루시아의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 옷 다 갈아입었는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자, 이제 애인분께 보여드려야죠.
스윽.
아...
커튼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루시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호화로운 벽 장식을 배경으로 선 그녀는, 마치 이 순백의 공간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 같았다.
꽃잎처럼 흘러내리는 비단, 크리스탈로 장식된 가슴 부분은 조명 아래서 별처럼 빛났고,
복숭아꽃이 장식된 화려한 면사포는 하얀 웨딩드레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player name]...
화려한 배경 앞에 선 루시아의 모습은 마치 이 하얀 꿈의 궁전에 사는 주인 같았다.
어머~ 애인분이 엄청 놀라하시네요!
루시아는 조금 당황한 듯 시선을 피했다.
지휘관과 루시아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어려있었다.
......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루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시선을 옮겨 눈앞의 인간과 눈을 마주쳤다.
지휘관님, 이 드레스… 저한테 어울리나요?
루시아는 마치 중요한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순간만큼은, 단호하고 냉철한 루시아의 모습이 잠시 숨어버린 듯했다.
기대하던 답을 들은 루시아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에요. 저도 이 드레스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렇군요... 역시 저한텐 이런 화려한 옷이 어울리지 않나 봐요.
루시아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런가요?
이어지는 지휘관의 평가에, 루시아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지휘관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니 다행이에요.
애인분 전체적인 분위기가 저희 비비안 드레스와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직접 고르신 복숭아꽃 면사포는 그야말로 찰떡이네요!
가게 주인은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다가, 자연스레 대화에 동참하여 지휘관에게 루시아의 안목을 칭찬했다.
방금 입어보신 드레스들은 모두 저희 수석 디자이너 탈리아 솔로조가 직접 제작한 작품이에요. 새신랑 새신부께 축하 인사도 전해달라고 특별히 당부하셨답니다.
별말씀을요. 솔로조 가문의 분들을 뵙게 되다니, 저희 매장으로선 큰 영광이죠.
지휘관과 가게 주인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루시아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복숭아꽃 면사포를 어루만지며,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나지막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 코팅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걸까...
루시아는 천천히 몸을 돌려가며 거울 속 모습을 살펴보았다. 드레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애틋한 설렘이 깃들어 있었다.
[player name] 지휘관님도 이 드레스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데, 더럽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네...
생각에 잠겨있던 루시아가 고개를 돌려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네?
지휘관이 천천히 다가서자, 루시아와 나란히 선 두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네. 이 드레스와 면사포...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가게 주인이 살짝 자리를 비키자, 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은 한 장의 웨딩 사진처럼 보였다.
복숭아꽃 면사포를 어루만지던 루시아의 표정에는 어느새 행복한 미소가 피어있었다.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휘관님. 출발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