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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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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와 함께하는 시간

전날 밤, 지휘관은 반즈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 뒤 그의 방에서 묵기로 했고, 어느새 날이 밝아져 있었다.

이런 날씨는 괜히 늦잠 자기 딱 좋은 날씨였다.

살짝 몸을 돌리자 이마에 무거운 압박감이 느껴졌다.

참나...

어디선가 나타난 반즈가 지휘관 머리 위에 올라앉은 고양이를 떼어냈다. 그제야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은은한 향기에 눈을 비비며 깨어난 지휘관은 곁에 앉은 흰머리의 구조체를 바라봤다.

깼어?

탁자 위에는 따뜻한 구룡식 차가 올려져 있었다.

응.

계속 안 깼으면, 더 무거운 걸 올릴 생각이었는데.

말을 마친 반즈는 지휘관 옆에 앉은 뒤, 앞에 놓인 병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모든 병을 정리한 반즈는 그중에서 비교적 작은 병 세 개를 따로 골라냈다.

전에 약속했던 소원 병이야.

욕심이 많구나.

예전에 약속한 대로,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소원 세 개는 ‘반즈 스페셜’ 음료 석 잔으로 대신할 거야.

이제 네 차례야.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니까, 원하는 거 다 들어줄게.

써봐. 훔쳐보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지휘관은 소원 병에서 종이를 꺼내 첫 번째 소원을 적었다.

열어봐도 돼?

지휘관의 허락을 받은 반즈는 오늘 이루어 줘야 할 첫 번째 소원 병을 열었다.

"첫 번째 소원, '반즈의 생일 축하주' 한 잔."

꽤 솔직하네.

반즈는 탁자 위에 놓인 병들을 천천히 훑어보더니, 잠시 생각 끝에 몇 가지 재료를 골라 따르고 섞어 특제 음료 한 잔을 완성했다.

미리 생각해 둔 거라 금방 만들어.

맛은… 직접 마셔보면 알 거야.

지휘관은 반즈가 건넨 잔을 받아 들고, 몇 초간 잔 속을 들여다보았다. 음료는 두 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윗부분은 빗방울을 머금은 새싹처럼 연한 초록빛, 아랫부분은 고요한 바다를 닮은 청록빛이었다.

어때?

재스민 차와 매실주 시럽이야.

매실주는 피로 회복에 좋고, 재스민은…

구룡에서는 "서로 적셔주며 평안하고, 물거품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함께하는 평안을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지.

응.

몽환적인 색감 덕분에 음료에 자주 쓰여.

하늘, 바다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색이니까.

"자유".

난 네가 상상할 수 있는 무대를 깔아줄 뿐이야. 그 위에서 어떤 소원을 어떻게 펼칠지는 전적으로 너에게 달려 있어.

평안도 좋지만, 난 네가 진심으로 바라는 곳에 닿기를 바라. 하늘을 나는 새처럼,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달콤한 향이 지휘관의 입안에 퍼지면서 긴 여운을 남겼다.

첫 번째 소원, 마음에 들어?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반즈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고, 전혀 걱정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많아. 어쩌면 오늘 하루로는 모자랄지도 몰라.

오늘은 아직 길어. 천천히, 하나씩 음미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