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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시간이 속삭이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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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좋아해?

회백색 제복 차림의 여인이 커피잔에 설탕 세 숟가락을 넣고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티스푼을 잡고 천천히 저었다.

설탕도 종류가 많아. 백설탕은 순수한 단맛, 얼음 설탕은 바삭하고, 흑설탕은 캐러멜처럼 깊은 향이 나.

단맛이 다 달라.

어떤 설탕이든, 한 번쯤은 맛볼 만해.

이스마엘은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옆에 놓인 캔에서 수저로 설탕을 수북이 떠올리더니 잔에 부었다.

남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실례임을 의식한 지휘관은 시선을 멀리 돌렸다.

돔을 통해 비치는 따스한 빛이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연구원, 공무원, 군인, 구조체… 지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저마다 달랐지만, 하나같이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은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 뒤에 감춰진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웅성이는 대화 소리가 귀를 채웠지만, 정작 그 내용은 흐릿했다.

모든 것이 안개 속에 가려진 것만 같았다.

고민이 있어 보여.

흐릿한 세상 속, 유독 선명하게 보이는 건 이스마엘뿐이었다.

지휘관은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단지 착각일지도 모른다.

말을 꺼내려 망설이던 찰나, 이스마엘이 눈빛으로 말을 재촉했다.

무엇인가 생각해 내려 했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

방금 설탕마다 단맛이 다 다르다고 했잖아.

어떤 건 섞으면 더 깊고 풍부해지는데, 어떤 건 이상한 맛을 내는 경우도 있어.

그럼, 전부 섞으면 어떤 맛이 날까?

이스마엘은 설탕 캔에서 계속 다른 설탕들을 떠올렸다. 하얀 설탕, 갈색 설탕, 조각 설탕… 매번 다른 모습이었다.

이스마엘은 떠올린 여러 종류의 설탕을 커피잔에 넣었다. 어느새 커피보다 설탕이 더 많아졌지만, 마치 포화라는 개념이 사라진 듯 모든 설탕이 완벽히 녹아들었다.

이스마엘은 그 커피를 지휘관 앞으로 밀었다.

어떤 맛일 것 같아?

이스마엘의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그녀의 미소는 왜인지 더 즐거워 보였다.

지휘관은 본능적으로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잔 속의 액체는 거울처럼 매끄럽게 주위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잔 속의 풍경이 서서히 변해가더니 더 깊은 곳에서 새로운 장면들이 나타났다.

지휘관은 그 장면을 더 잘 보기 위해 얼굴을 잔에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잔 속의 칠흑 같은 액체가 서서히 열리며 지휘관의 의식을 삼켜버렸다.

세상이 흐려졌다가, 이내 완전히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

백발의 대행자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있는 듯하면서도,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이었다.

그래. 이대로.

하지만...

루나는 무언가 결심한 듯 보였지만, 금세 새로운 문제에 부딪힌 듯, 눈썹을 찌푸리며 손에 든 물건을 바라보았다.

물건이 궁금해 진 지휘관은 한발 다가섰고, 그 순간, 세상은 구겨진 종이처럼 일그러졌다.

구겨진 종이를 다시 펼치자, 완전히 새로운 장면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면 괜찮을 것 같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만, 방금 말씀하신 부분은 선현님께 다시 여쭤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곡과 함영이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그러다 걸음을 옮기며 누군가를 불렀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자, 대전 가장자리에 있는 기계체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고 무릎으로 방석을 누르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한쪽 다리만 있는 의자는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부름에 고개를 돌린 소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나미가 방금 우주 최강으로 좋은 계획을 생각해 냈어!

그녀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지휘관의 귀엔 그 대화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휘관은 그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대전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구조물 아래에는 회의실이 있었다.

몇몇 낯익은 구조체들이 스크린 앞에 모여 있었다.

초안은 준비됐어요. 사실 더 일찍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최근 임무가 많아서…

다행히 아직 시간이 있으니, 스크린을 봐주세요. 제가 하나씩 설명해 드릴게요.

루시아는 내용을 짚어가며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아래쪽 좌석에 앉아 있던 팔지와 브리이타는 잠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 뒤 손을 들고 의견을 냈다.

2번이랑 7번에 대해서는…

6번도 추가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좋아. 방금 팔지랑 2, 6, 7번에 대해 얘기해봤는데…

그들이 제안한 안건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일부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6번은 내가 조금 더 보완할게.

테디베어는 스크린 옆에서 열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며 내용을 수정해 나갔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너무...

확실히 좀 그렇네요. 다시 생각해 볼게요.

작년 상황 참고하면 될 것 같은데…

토론이 다소 교착 상태에 빠졌을 즈음,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던 반즈가 눈을 뜨며 말했다.

작년... 그렇네요. 알겠어요.

그러면 이렇게...

웃음이 오가는 가운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지휘관은 스크린을 바라봤지만, 내용이 흐릿하게 느껴졌다. 음성이 점점 멀어지고, 화면도 서서히 흐려지더니 곧 사라졌다.

그 이후로는 어떤 장면도 떠오르지 않았고, 지휘관의 의식은 고요 속으로 가라앉았다.

...

...

???

지...

휘... 관... 님.

그레이... 지... 휘관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

보육 구역

오전 옛 아카이브관 앞

몇 번을 불렀는데도 반응이 없으셔서요.

계속 커피만 바라보고 계시던데, 입에 안 맞으신가요?

고개를 숙이자, 지휘관의 손에는 커피가 담긴 일회용 종이컵이 들려 있었다.

그는 지금, 수송 부대와 함께 보육 구역 내 옛 아카이브관에서 자료를 옮기고 있었다.

조금 전...

분명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것만 남았습니다.

수송 부대 멤버는 두 손으로 종이상자 밑부분을 잡은 뒤 들어 올렸다.

이것들만 옮기면 끝입니다.

이제 어디로 가실 계획이십니까?

다들 임무가 끝난 뒤 계획이 있다기에 여쭤봤습니다.

몇몇은 주변 경치를 둘러보겠다 하고, 또 몇몇은 구룡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습니다. 바로 공중정원으로 복귀하겠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지휘관님도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방향이 같으면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계획이나 가고 싶은 곳이라...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중요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한참 고민하던 지휘관은 무의식중에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단맛이 입안에 퍼졌다.

하지만 그 맛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다시 한 모금 마셔봤지만, 이번엔 평범한 커피 맛뿐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선가 가볍게 웃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자, 지휘관은 무언가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일어난 지휘관은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