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운명으로 이어진 만남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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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와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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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 파티가 끝난 후, 루시아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 시간에... 그녀는 대체 어디에 갔을까?

머릿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몸은 자연스럽게 루시아의 휴식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지휘관님? 쉬러 가신 거 아니었어요?

문을 연 루시아는 지휘관이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목을 가다듬고 물었다.

아? 네. 저 혼자 있어요.

……

좋아요.

루시아는 다시 한번 지휘관이 내민 손을 잡았다.

천막 위로 둥근 달이 높이 떠 있었고, 몇 개의 구름이 저 멀리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휴...

루시아는 옆에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지휘관님과 단둘이 산책 나온 게 오랜만인 것 같아서요.

모든 일이 끝나면, 매일 이런 식으로 여유롭게...

크르릉!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자, 빗방울이 천둥소리와 함께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루시아에게 비를 피하자고 말하려던 그 순간, 작은 우산 하나가 둘의 머리 위를 가려줬다.

오늘 일기 예보에서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해서 우산 챙겼어요. 계속 산책하시죠. 지휘관님.

그때가 되면, 매일 이렇게 휴식 시간에 루시아와 함께 정원을 한가로이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계속 가요.

그때가 되면, 지휘관님께 더 크고 근사한 케이크를 만들어 드릴 수 있을 거예요.

루시아의 시선이 갈피를 못 잡기 시작했다.

원래는 지휘관님 생일을 축하해드리려고 케이크를 직접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어요.

구운 후 색이 제가 단말기에서 본 자료와 조금 달랐거든요.

그래도 케이크를 다 만들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 뒀었는데, 청소 로봇이 잘못 판정해서 가져가 버렸어요. 결국 남은 건 재료 살 때 서비스로 받은 초밖에 남지 않게 됐어요.

루시아는 주머니에서 초 하나를 꺼냈다.

제가 있어서... 기쁘세요?

저도 그래요.

지휘관님께서 제 곁에 있어만 주신다면, 저는 언제 어디서든 기쁠 거예요.

그래도 아쉬운 게...

루시아는 "잘못 판정"된 케이크가 아쉬운 것 같았다. 그때, 루시아가 손에 들고 있던 초를 본 지휘관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소원을 빈다고요?

루시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 손에서 우산을 받아 든 지휘관은 재빨리 그녀가 들고 있는 생일 촛불에 불을 붙였다.

아... 네.

어색하게 눈을 감은 그녀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옆모습이 흐린 비 속에서 흔들리는 불빛에 비쳤다.

제 소원은...

빗방울이 우산 위에 떨어져 루시아의 속삭임을 부드럽게 가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비가 조금씩 약해졌다. 그리고 구름도 빠르게 걷히면서 천막에 밝은 달이 걸렸다.

달빛이 투명한 우산을 통해 루시아의 눈동자에 비쳤다.

지휘관님께서는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지휘관님께서 생일에 빈 소원은 정말 잘 이뤄지는군요.

그러면 제 소원도 분명 이뤄지겠죠?

말하기 불편하시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 소원이요? 전...

어느 세계에 있든, 몇 번을 다시 시작하든, 이전에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하든, 지휘관님과 만나고 싶다고 빌었어요.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서든 지휘관님께서... 제 지휘관님이 돼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제가 저인 한, 지휘관님께서 어디에 계시든 찾아갈 거예요.

달빛이 우산 위 물방울을 타고 흘러내렸다. 루시아의 눈 속에 담긴 그녀의 결심은 확고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네. 꼭 이뤄질 거예요.

맑은 은빛이 앞쪽의 좁은 길을 비추고 있었고, 오늘 밤 산책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