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
이번 작전 계획의 전체 내용은 이상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지금 말해줘요.
예전의 단체 행동이 아닌 단독 행동을 선택한 이유는 방금 리가 충분히 설명했으니, 완벽하게 이해했어요.
하지만 두 번째로 언급했던 사항에 대해 질문이 있어요. 그러니까 단독 행동 시작 전, 함께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이름으로 지휘관님께 서프라이즈 생일 선물을 드리는 부분 말입니다...
방금 "단독 행동으로 인해 다소 부족한 단체 분위기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어요. 물론 생일을 보낼 때 다 함께 보내는 게 제일 좋긴 하죠.
하지만 참여 인원을 저, 루시아, 리로 특정한 것과, 특히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건...
그 부분은... 솔직히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어요.
과거 경험으로 추측해 봤을 때, 지휘관님께서는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란 걸 까먹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이번엔 단독 행동이기 때문에...
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단말기를 몇 번 클릭했다.
오오오! 그럼, 첫 번째로 지휘관에게 생일 서프라이즈를 해주는 이가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야?!
단 하나뿐인 물건이라... 이거 재미있네.
짜짠! 지휘관 서프라이즈 생일 대작전의 히든 내용이야. 첫 번째로 지휘관에게 생일 서프라이즈를 하는 이에게는 추가 이스터에그 CG를 줄 거야! 헤헤, 그럼 지금부터 지휘관 서프라이즈 생일 쟁탈전 시작!
뭐? 너희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뭐, 어쨌든 상관없어. 대결이란 말이지? 너희들 다 비켜. 어차피 우승은 내 차지일 테니까!
다들 흥분하신 것 같네요.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저와 크롬이 상의한 끝에 단독 행동에 들어가기 전,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먼저 지휘관님께 생일 서프라이즈를 드리기로 했어요.
다른 분들은 이의 없나요?
다들 그리 쉽게 납득할 리가 없죠.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제가 정당한 이유를 들어 모두 거절했어요.
루시아와 리브의 시선에 리는 잠시 침묵했다.
왜냐하면, [player name] 님은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이시니까요.
음...
지휘관님께서 리가 이렇게 말했다는 걸 아시면 정말 기뻐하실 것 같은데요.
……
이런 일은 굳이 말할 필요 없어요.
지금은 생일 파티를 어떻게 준비할지만 고민하면 돼요.
생각할 시간 3분 드릴게요. 같이 의논해 봅시다.
지휘관을 위해 어떤 생일 서프라이즈를 준비할지에 대해서는 그레이 레이븐 셋이 모든 연산 능력을 쏟아부어 생각하고 싶은 문제였다.
고개를 숙인 리가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리브는 멍하니 바닥에 있는 보급 상자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갔다.
루시아는 방 안을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지휘관이 평소 앉는 자리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 책상 위에 어지럽혀진 파일을 봤다.
루시아의 손가락이 책상 표면을 살짝 스치자, 지휘관이 밤낮없이 여기 앉아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는 듯했다.
이번 생일 서프라이즈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요!
지휘관님에게 빅...
서프라이즈...
……
생일... 루시아? 무슨 일이에요?
리브는 책상 쪽에서 배회하는 루시아의 표정이 조금 이상한 것을 보고 걱정하며 물었다.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실수로 물건을 떨어뜨려서 주우려고요.
네?
지휘관님! 어째서 이곳에...
루시아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의 생일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갑자기 등장한다면, 루시아보다 더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휘관이 손에 들고 있는 파일 봉투와 책상 아래 흩어진 파일들은 여기에 숨겨져 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신 거예요?!
그땐 책상 밑에 있었고 일어난 뒤에 인사를 할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지휘관은 튀어나와 대원들을 놀라게 하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어쩌다 보니 듣지 말아야 할 걸 듣게 돼버렸다.
그러고 보니...
그러니까, 지휘관님은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거네요. 그럼, 저희가 한 말 모두...
전...
시간이 다 됐어요. 각자의 생각을 말해볼까요?
좋아요. 음, 루시아?
일단 전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진행하세요.
지휘관님...
지휘관은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지지 않도록 루시아에게 부탁한다는 눈치를 줬다.
노력해 볼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루시아는 계속 토론을 이어가지 않았고, 먼저 자신을 바라보는 리와 리브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듯 말했다.
방금 물건이 책상 밑으로 떨어져서... 제가 주웠을 뿐이에요. 근데...
참, 리브의 생각은 어때요?
저요?
저는 이번 생일에 가족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리브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기대와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이런 부탁은 지휘관님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겠어요.
하... 하하...
리는 어떻게 생각해요?
먼저 놀라게 한 다음, 상대는 심리적 방어를 낮추겠죠, 순간적으로 머리를 백지상태로 만들어 그 후의 감정을 쉽게 끌어낼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지휘관님을 더 놀라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면 그 후에 지휘관님께서 느끼실 기쁨이 더 강렬할 테니까요.
더 놀라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요?
예를 들면, 리가 지휘관님한테 가서, 저나 루시아가 쓰러졌다고 말씀드리고, 그다음에...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서프라이즈에 부정적인 내용이 있어서는 안 돼요. 서프라이즈엔 "기쁨"이 깃들어야 하는데, 그 부분과 상충되어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사람을 놀랍게 만들 수 있는 요소를 어떻게 넣어야 할지, 그 부분이 참 고민이군요.
우리 다 같이 생각해 보면 되잖아요. 그렇죠? 루시아.
음...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거죠... 사실 전 지금 충분히 놀랐어요.
루시아, 괜찮은 거예요?
당, 당연히 괜찮죠. 잠깐만요.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이상한 느낌이 든 리브는 궁금해져서 루시아 쪽으로 다가갔다.
루시아는 급히 몸을 숙여 책상을 가렸다.
루시아, 뒤에 뭘 숨기고 있는 건가요?
글쎄... 요... 그게 뭘까요?
리브는 루시아 뒤를 보려고 했지만, 루시아는 재빨리 자세를 바꿔 리브의 시선을 가렸다. 둘은 그렇게 몇 번이나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지친 루시아가 방심하는 순간...
리브는 지휘관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
지휘관의 신호에 리브는 급히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소리가 아슬아슬하게 새어 나가지 않았지만, 지휘관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은 리브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럼 지휘관님께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내용을 들으신 거예요?
이걸... 어떻게... 진정하라는 거죠?
그리고 루시아도...
거기서 뭐 하는 거예요?
생각에 잠겼던 리는 방 안에 자신만 남은 걸 알아차렸고, 어리둥절해하며 주위를 살피다가 루시아와 리브가 지휘관의 책상 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관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밝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루시아는 책상 뒤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리,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놀라지 마세요.
리브도 고개를 내밀었다.
듣고 나면 엄청 놀랄 수 있어요.
제가 엄청 놀란다고요?
그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하려는 거군요? 좋은 방법이네요. 저를 놀라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지휘관님께도 효과가 있을 거예요.
다만 저도 지휘관님도 많은 걸 겪어왔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부닥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어요.
그 말인즉, 저를 놀라게 만들 수 있는 건...
놀랍긴... 하네요.
공중 정원,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 의자에 똑바로 앉은 지휘관이 앞에 있는 대원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었다.
루시아는 지휘관 뒤에 서서 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잡고 있었고, 리브는 옆에 서서 파일 봉투를 안고 있었으며, 리는 멀지 않은 벽에 기대어 이마를 짚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세 대원의 표정은 매우 어색해 보였다.
어떤 걸 토론해야 하죠? 상대방이 서프라이즈의 존재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놀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을요?
이번에는 제 생각이 짧았네요. 이런 돌발 상황을 예상하진 못했어요.
빼곡하게 적힌 전술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예전에도 그들이 지휘관의 생일을 위해 계획을 세웠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적인 대화 정도로만 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네?
지휘관님...
……
안 돼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앞에 있는 대원들이 동시에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지휘관님의 생일 서프라이즈를 이렇게 심플하게 끝낼 순 없어요.
맞아요. 지휘관님, 절대 번거롭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그리고... 상대방이 이미 서프라이즈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쁘게 하는 방법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에요.
루시아, 리브, 이쪽으로 와주세요.
그레이 레이븐 대원 세 명이 모여 조용히 속삭이는 모습을 보면서, 지휘관도 궁금해서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는지 듣기도 전에 그들의 대화가 끝나버렸다.
좋아요. 지금 바로 계획한 대로 시작해요!
알겠어요!
리브는 지휘관이 제출해야 할 파일 봉투를 안고 문밖으로 달려 나갔다. 리는 미리 준비한 상자에서 각종 장식 도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루시아는 웃으며 지휘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뻗어 지휘관의 눈을 가렸다.
지휘관님은 여기 앉아서 서프라이즈를 기다리시면 돼요.
……
지휘관은 서프라이즈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프라이즈를 준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조금씩 알게 됐다.
루시아, 지금 그 각도에서 봤을 때 괜찮나요?
아주 완벽해요!
다녀왔어요. 이건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요?
일단 저쪽 테이블에 두세요. 이따가 제가 조정할게요. 참. 리브, 여기에 서 보세요. 맞아요. 그렇게요.
시야가 가려지자, 청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리가 방을 장식할 때 물품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 리브가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뭔가를 놓는 소리, 그리고 루시아가 가끔 리나 리브의 물음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통해 방의 대략적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지만, 세부 사항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고, 그 호기심이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안 돼요. 지휘관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거의 끝나가요.
장식하는 소리가 조금씩 줄어들다가, 완전히 조용해졌다.
지휘관님...
낮은 목소리와 함께, 루시아는 눈을 가리던 손을 내리고 지휘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지휘관님, 생일 축하드려요!
방 안의 조명은 부드럽고 아늑했으며, 몇몇 풍선은 천장을 가볍게 떠다니고 있었다. 생일 축하 메시지가 적힌 리본이 달린 풍선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방의 벽에 작은 등이 걸려 있었다. 벽의 등과 천장의 풍선 위치는 신중하게 배치되어 있었는지, 답답하거나 허전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루시아는 지휘관의 손을 잡고 활짝 미소 지었다.
리브는 반대편에 서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리는 케이크를 든 채 살짝 뒤쪽에 서 있었다. 평소처럼 차분해 보였지만,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지휘관님의 표정을 보니, 이번 서프라이즈 작전은 성공한 것 같네요.
이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지휘관님, 어서 소원 빌고, 촛불을 끄세요!
루시아는 리에게서 케이크를 건네받은 뒤, 리브와 함께 지휘관 앞으로 가져왔다. 원래는 테이블 위에 놓아달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그녀들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소원을 빌어야 한다면, 바로 그 소원을 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생일 축하 멘트를 한 번 더 외칠까요? 이번엔 더 큰 소리로 합시다.
…………
생일 축하한다는 멘트는 몇 번을 말해도 기분이 좋네요.
루시아와 리브는 서로를 바라본 뒤, 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소대의 대원들은 시선을 지휘관에게 돌렸다.
지휘관님, 생일 축하드려요!
……
생일 축하 행사는 어느새 끝났고, 지휘관이 한창 여운을 느끼고 있을 때, 루시아가 휴지를 건네며 뺨에 남은 크림을 닦으라고 손짓했다.
지휘관님, 그렇게 아쉬운 표정 짓지 마세요. 진정한 생일 서프라이즈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오늘 업무는 모두 완료했으니 편하게, 마음껏 즐기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처리할 테니, 지휘관님은 걱정 마세요. 방 정리는 저희 셋이 할게요. 도와주시겠다는 말씀은 미리 사양할게요. 오늘은 그런 일을 하는 날이 아니니까요.
오늘은 지휘관님만을 위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