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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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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와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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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니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는데, 단말기를 확인하니 오늘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중, 휴게실로 돌아가서 쉬기로 했다.

지휘관님! 어서요!

휴게실 문을 막 열었을 때, 평소와 다른 모습의 리브가 입구에서 달려 나와 지휘관의 손을 잡고는 앞으로 전력 질주했다.

설명할 시간 없어요. 지휘관님!

달리는 소녀의 호흡이 조금 불안정했다.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은 보물을 잡고 있는 듯 지휘관의 손을 꽉 잡았다.

죄, 죄송해요. 지휘관님. 하지만 정말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일단 저와 함께 가시죠!

조금은 어리둥절했지만, 리브의 발걸음에 맞춰 긴 복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밤이 조금씩 깊어지면서, 밝게 빛나는 별들이 천막에 걸렸다. 선선한 밤바람이 급하게 달려가는 둘의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소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날렸다.

지휘관도 몰랐던 복잡하게 얽힌 지름길을 한동안 달린 리브가 드디어 멈춰 섰다.

후... 다행이에요.

단말기에 표시된 시간을 확인한 리브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있는 건물은 희귀 식물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유리 온실이었다.

다행이에요. 아직 늦지 않았네요.

다시 단말기의 시간을 확인한 리브는 온실 문을 능숙하게 연 뒤, 무균 소독실로 지휘관을 데려갔다.

가느다란 안개가 주변에서 피어오르자, 소녀의 목소리도 안개 속에서 조금씩 퍼지면서 흐릿해졌다.

얼마 전 이 온실에 의무 봉사를 신청했었어요. 여기로 운송된 한 송...

슉!

커다란 배기팬 소리가 리브의 말을 덮어버렸다.

지휘관은 확실치 않은 채, 리브 쪽을 바라봤다. 잠시 뒤, 소독 안개는 배기 팬에 의해 날아갔고, 리브는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한 뒤 지휘관의 손을 잡고 무균실을 빠져나갔다.

다행이에요. 제시간에 도착했어요!

무성하게 자란 몇몇 식물을 지나치자, 여러 개의 작은 유리 덮개가 눈앞에 보였다.

지휘관님, 어서 오세요!

곧 필 것 같아요.

살짝 몸을 숙인 리브는 기쁨과 부드러움을 가득 담은 눈으로 유리 덮개 안에 아직 피지 않은 순백의 꽃봉오리를 바라보았다.

네. 얼마 전 하얀 월하미인이 여기로 운송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 온실에 의무 봉사를 신청했어요.

그때, 어쩌면 지휘관님의 생일에 맞춰 꽃이 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현실로...

소녀가 닫힌 유리 덮개를 부드럽게 만지자, 함께 모여 있던 꽃잎들이 살며시 떨리면서 소리 없이 투명한 꽃잎을 천천히 펼치기 시작했다.

쉿... 꽃이 곧 필 것 같아요.

은은한 달빛이 유리 지붕을 통해 부드럽게 내렸고, 달빛을 받은 투명한 꽃잎들은 정교하게 조각된 보석처럼 맑았다.

단말기에서 월하미인이 피어나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이 꽃이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 지휘관님?

손에서 유리 덮개와는 다른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 지휘관은 소녀의 부드러운 손바닥을 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괜찮아요.

몸을 돌린 리브가 차가운 손으로 지휘관의 손등을 가볍게 덮었다.

그... 그 종이 월하미인 기억나세요?

베개 옆에 떨어져서 바늘로 고정한 종이 월하미인은 가벼운 먼지와 피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리브가 가장 확고한 순간에 지휘관에게 남겼던 선물이었기에, 지휘관은 그걸 잊을 수가 없었다.

제가 백야 기체로 변경할 때 지휘관님께 남긴 그 종이 월하미인 말이에요.

언젠가 지휘관님과 함께 진짜 월하미인이 피어나는 걸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리브의 눈에서 은색 빛이 스쳐 갔다.

지휘관님... 이 세상에 태어나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저를 찾아와 줘서 감사해요.

네!

아니에요. 울지 않았어요!

지휘관은 리브가 얼굴을 슬쩍 닦는 행동을 못 본 척했고, 소녀는 재빠르게 눈가에 흐른 눈물 자국을 정리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있어요.

쉬는 시간 동안 이 월하미인을 돌보느라 지휘관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네?

지휘관은 단말기에 녹화된 영상을 재생시켜 리브에게 보여줬다. 영상 속 순백의 소녀와 흰 월하미인은 서로의 빛을 받아 순수하고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월하미인은 한순간 피었다 지지만, 그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리브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조용히 지휘관 쪽으로 두 걸음 옮겨 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월하미인은 조용히 피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