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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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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의 신성

해가 산 뒤로 몸을 숨기자, 지평선 너머로 황혼을 알리던 주황빛이 조금씩 어두운 밤하늘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스태프와 몇몇 로봇들이 거리 청소를 하고 있었고, 축제 분위기는 며칠 전에 비해 조금 약해진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낙원 축제가 막을 내렸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와 반대로 밤이 되면, 축제는 진정한 하이라이트를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몰려든 관광객들의 "열정"이 다소 지나쳤다. 그들은 저녁 공연에 관해 더 많은 소식을 알고 싶어 했다.

그들한테서 겨우 빠져나가려 할 때, 누군가가 "저 사람은 공중 정원의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 같은데?"라고 외쳤다.

최근 정화 구역의 홍보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레이 레이븐 소대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또 다른 무리가 몰려들게 됐는데, 이번엔 지휘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다소 헝클어진 옷깃을 정리하고 시간을 확인한 지휘관은 카레니나를 찾아가려고 했다.

그때, 아이라가 숨을 헐떡이며 멀리서 달려왔다.

지휘관...? 여기 있었구나. 카레니나 봤어?

이상하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공연 전에 레오니가 카레니나와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가 없었대.

카레니나의 단말기에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어. 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지?

그냥 개인적인 경험인데, 예술 협회가 살롱을 열기 전에도 몇몇 인원들이 갑자기 사라지곤 했었어. 가끔은 나도 그러긴 하지만...

카레니나는 무대에 오른 경험이 없잖아. 이번이 처음인 거고, 너무 압박감을 느끼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

카레니나가 워낙 승부욕이 강하잖아. 그래서 연습할 때도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았어.

그래? 그럼, 카레니나는 지휘관에게 부탁할게. 난 레오니와 다른 이들에게 연락할게.

아이라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카레니나를 찾는 임무를 지휘관에게 맡긴 뒤, 예술 협회 인원들과 업무를 조율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갔다.

자신의 판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다.

카레니나가 그곳에 있을 거라는 직감이었다.

행사장을 나와 도시의 주요 도로를 따라, 해가 지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카레니나에게 이끌려 딱 한 번 가본 곳이었지만, 그때의 기억에 의지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골목길로 들어선 뒤, 지도에 표식되지 않은 복잡한 비밀 통로를 지났다.

그리고 곧 처음의 그 장소에 도착했다.

비밀 기지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카레니나가 희미한 불빛 아래, 간이 작업대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카레니나는 지휘관이 자신의 곁으로 걸어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휘관. 왔구나.

지휘관이 이곳을 찾아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카레니나의 차분한 목소리에는 조금의 놀라움도 없었다.

방금은 미안해. 지휘관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하게 해서.

내가 좀 더 침착하게 행동했어야 했어. 아이라가 말한 것처럼 "아이돌"이 관객 앞에서 주눅 들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공연을 보러 온 거 같더라.

낙원 축제가 잘 마무리되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하니까 자꾸 긴장돼.

난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도 지휘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당, 당연하지! 너... 너 혹시 다 까먹은 거야!?

맞아. 우리가 함께 노력했어.

그날 내가 이 코팅이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근데 대원들이 이 코팅을 선물하지 않았다면,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이 일이 있기 전에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나한테 말했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응. 그래서 난 계속 생각했어. 이 기회를 통해 평소와 "다른" 날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예를 들면, 아이라한테 따로 내 노래 음반을 녹음해달라고 부탁했었어. 이제 곧 제작할 수 있을 거야.

판매할 곳이 없어서 시험 삼아 만든 건 딱 한 장뿐이야. 지휘관이 나한테 도움을 많이 줬으니까, 이 음반을 지휘관한테 줄게.

전통적인 턴테이블은 황금시대 이후로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술 협회에서도 유통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지휘관이 그 말을 하길 기다렸다는 듯, 카레니나의 머리 위의 역원 장치가 살짝 움직였다.

쿨럭... 그럼, 할 수 없지.

마침 나한테 수리를 막 마친 턴테이블이 있어. 참나,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싶어.

카레니나가 살짝 몸을 옮기자, 완벽하게 수리된 턴테이블이 작업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는 게 보였다.

이건 우리가 같이 외출했던 그날, 마지막으로 들렀던 잡화점에서 산 거야. 내가 시간을 내서 수리했지.

내가 평소에 남한테 선물 같은 거 잘 주지 않는다는 건 지휘관도 잘 알지? 이번에 특별히 지휘관한테 선물할게.

그 턴테이블을 집어 든 카레니나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턴테이블 아랫부분을 쓰다듬었다. 그런 뒤, 손을 내밀어 턴테이블을 지휘관에게 건넸다.

턴테이블을 받으려는 찰나, 카레니나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것을 조금 더 높이 들어 올렸다.

이거 받으면, 평생 간직하겠다고 약속해.

부품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야. 다시 고장 나면 수리할 수 없을지도 몰라.

이런 턴테이블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요즘은 턴테이블로 음악 들을 필요는 없지만...

이건 내가 지휘관한테 주는 거니까, "필요 없다"고 하면 안 돼. 알았지?

지휘관이 약속한 후에야 카레니나는 조심스럽게 턴테이블을 지휘관의 손에 놓았다.

그 묵직한 무게를 느끼고 있을 때, 카레니나는 갑자기 몸을 돌려서 무대의 기둥 앞에 기댔다.

줬어. 줬어. 줬어. 줬어.

후... 어려울 일도 아니네.

뭐, 뭐라고 했어!?

흥분? 아니... 나... 지금 설레고 있는 거야. 그래. 맞아. 지금 되게 설레고 있어!

나 지금 달 표면 기지에 있는 괴물 백 마리쯤은 주먹 한 방에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내 말은 공연이 곧 시작하기 때문에 너무 설레어서 제어가 안 된다는 거야!

카레니나 머리 위의 역원 장치가 붉은빛으로 깜박이기 시작했다. 그건 그녀의 감정 모듈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신호였다.

으... 이게 뭐야. 내 순환액의 펌프 속도를 제어할 수가 없네.

카레니나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휘관...

카레니나의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서려 있을 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당연하지! 지금 당장 무대에 올라가도 전혀 문제없어!

아...

설명하지 않아도 카레니나는 지휘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카레니나가 지휘관을 자기 비밀 기지로 데리고 왔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응. 여기가 바로 우리의 출발점이야.

자신의 마음을 마침내 가라앉힌 카레니나가 이 작은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희미한 집중 조명 아래, 카레니나는 작은 무대 위로 올라섰다.

기타를 든 카레니나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

카레니나

곧... 낙원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이 노래를 듣게 될 거야.

물론, 이 노래는 처음부터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야.

하지만 지금, 너와 나만 있는 이 순간.

이 공연의 모든 것이 시작된 "출발점"에 바치고 싶어.

카레니나

응. 함께 하자.

카레니나는 무대 위에 서 있었고, 지휘관은 며칠 만에 다시 드러머 자리에 앉았다.

이 곡은 모두의 노력이 담긴 결실이었기 때문에, 지휘관도 멜로디와 악보 모두를 기억하고 있었다.

피크가 기타 줄을 스치며, 소녀의 마음을 끌어냈다.

지휘관의 손에 있는 드럼 스틱이 드럼을 두드리며, 그 용기와 함께 울려 퍼졌다.

카레니나의 노랫소리가 작은방 안에 울려 퍼졌다.

카레니나의 모습은 이곳, 오직 지휘관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반짝였다.

현악의 선율이 바뀌었다. 그건 카레니나가 지휘관에게 보내는 초대였다.

지휘관에게 리듬을 따라오라는 카레니나의 초대였다. 이 격동적인 리듬을 따라 지휘관이 발견하지 못한 세계를 보러 가자는 거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손에 들린 드럼 스틱이 반자동으로 움직였다. 땀이 조금씩 지휘관의 눈을 적시기 시작했지만, 다음 순간 밝은 비트로 흩날려 버렸다.

무심코 고개를 든 순간, 카레니나와 지휘관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의 눈에서 말하지 않은 한마디를 읽어낸 것 같았다.

"날 따라올 수 있겠어?"

그 순간, 합주는 승부욕이 느껴지는 대결로 변했다.

그러자, 먼지 쌓였던 기억들이 리듬에 따라 마음속에서 튀어나왔다.

야. [player name]. 듣고 있어?

우리 반 몇 명이 비밀리에 밴드를 만들려고 하는데, 너도 들어올래?

생각해 봐. 졸업까지 일 년 정도 남았잖아. 졸업하고 나면 다들 제 갈 길 갈 거고, 최전선 상황은 아무도 모르잖아. 나중에 다시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맞아. 그래서 파오스에 있는 동안,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다른 애한테 들었는데, 수석이 음악을 좋아한다면서? 평소에 어떤 음악 들어? 신스팝? 아니면 좀 더 올드스쿨 한 로큰롤이나 메탈?

어때? 너도 들어올래?

그때 지휘관은 뭐라고 대답했을까? 동의했을까? 거절했을까?

그때의 선택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번 선택은 꼭 기억할 것이다.

마지막 음표가 공기 속에 흩어지자, 비밀 기지는 다시 조용해졌다.

박수 소리는 없었지만 괜찮았다.

이건 카레니나와 지휘관 단둘이 즐기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카레니나

… 끝났어.

고마워. 지휘관.

카레니나는 어떠한 가식도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응. 기분이 개운해진 것 같아.

카레니나는 자신의 "다른 모습"이 존재하는 이곳을 바라보며 떠날 준비를 했다.

아.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카레니나는 고개를 저으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정식 공연이 내 마음속 "최고"에 도달할 수는 없을 거야.

그건 당연히...

내 최고의 공연은 여기에 남아 있으니까.

말을 마친 카레니나가 먼저 걸음을 옮겨 출구로 향했다. 그러고는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지휘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지휘관. 안 가면 두고 간다?

과거의 고요함까지도 함께 깨트려 버릴 듯, 오늘 밤 컨스텔레이션의 밤하늘 아래는 화려한 네온 빛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후...

카레니나는 무대와 대기실을 연결하는 통로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전방에는 작은 체구의 로봇들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건 방금 공연을 마친 밴드 선더 스파크였다.

이제는 그들이 마지막 바통을 카레니나에게 전달할 시간이었다.

카레니나 옆에 선 지휘관은 그녀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을 지켜봤다. 그제야 "프로듀서"로서의 첫 번째 임무가 끝난 셈이었다.

당연하지!

환하게 웃은 카레니나가 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커튼이 젖혀지고, 이어서...

모든 빛이 카레니나 몸에 비쳤다.

모든 기대, 모든 축복, 모든 환호와 함께...

자밀라. 영상 잘 보여?

까치발을 하는 소피아가 단말기를 들어 현장의 화면을 오지 못한 아딜레 사람들과 공유했다.

소피아 옆에 서 있는 함영은 자신의 관자놀이 옆에 있는 시각 단말기의 조정기를 누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멀리 떨어진 동료들의 모습이 비쳐 있었다.

여러분. 화면 잘 보이시나요? 아니면 뭔가 더 조정해야 할까요?

세르반테스. 좀 제대로 해 봐. 내가 설정한 파라미터를 또 막 건드렸지? 내가 말했잖아. 이 통신 프로토콜은 이렇게...

진정하세요. 방금 테스트할 때까지는 잘 됐었어요.

경험이 있는 제가 해보겠습니다.

기계적인 충돌 소리와 함께, 원래는 백색 소음으로 가득 찼던 화면이 순식간에 선명해졌다.

자. 수리됐습니다.

하카마. 이 방법은 광휘한테서 배운 거야?

쉿! 모두 조용! 공연에 집중해!

후... 마지막 부분도 해결했네.

끝났으니 모두 쉬어.

그리고 이 구역 연결 효과를 테스트...

부대장님. 저기 좀 보세요! 대장 아닌가요?

봤어. 음. 제법 그럴듯하네. 코팅 선물하길 잘했어.

신규 보육 구역 내, 남은 정비 부대 대원과 이곳의 주민들이 막 설치한 통신용 스크린 주변에 모여, 연결 너머의 먼 광경을 보고 있었다.

……

한적한 폐허 어딘가에서 기적적으로 켜진 단말기 스크린이 어떤 방랑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밤하늘에 물든 것 같은 새까만 눈동자가 화려한 빛으로 가득 찼다.

왜 이런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소리가 안 나오는 거죠!?

어차피 나중에 녹화된 걸 볼 수 있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

꼬마 아가씨들이 참을성이 없네. 일시적인 신호가 불안정한 것뿐이야. 너무 놀랄 필요 없어. 그러니까 아시모프. 이걸 고치는 데 딱 십 초 줄게.

……

다 같이 보지 않고, 왜 사람 없는 구석으로 온 거야?

흥... 내 나이가 몇인데, 젊은이들하고 어울리나?

허허, 누구나 젊었을 때가 있었지.

카레니나... 정말 노래를 잘 부르네요.

루시아도 다음에 참가해 볼래요?

다음 기회가 있다면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분명 기회가 있을 거예요.

네. 그럼, 다음번에는 그레이 레이븐 넷이 함께 방송에 나가죠?

… 모두가 함께라면 괜찮겠네요.

무수히 많은 시선이 한데 모였다.

무수한 상상이 서로 얽혀 있었다.

행사장 안이든, 밖이든.

인간이든, 구조체든, 로봇이든.

어디에 있든, 무슨 직책을 맡고 있든.

적이든, 아군이든, 예전에 다툼이 있었든 없었든.

현실이 아무리 무거울지라도.

미래가 뚜렷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이 복잡하면서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때로는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것들은

소녀의 노랫소리에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잊어도 상관없고, 마주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 "행복"이 단 몇십 분간만 지속될 수 있는 백일몽과 같은 짧은 마법일지라도 괜찮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계에 조금은 과한 소원을 빌어도 괜찮았다.

오늘은 곧 지나갈 것이고,

내일은 반드시 오늘 하루 잘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