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대지를 감싸며, 꽃밭 속 소녀를 반짝이게 했다.
색채의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용사는 이곳의 모든 파도를 안아보려는 듯 두 팔을 활짝 폈다.
그 동작은 검을 든 수호자가 멀리서 나타나 용사와 맞서기 전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수호자는 이 광경을 목격한 후, 자신의 장검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 뒤 수호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꽃바다 속으로 깡충깡충 뛰어서 들어갔다.
컷.
꽃바다에 어떤 마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예전에 말했던 충돌은 어떻게 할 거야?
음...
이렇게는 어떨까요?
수호자가 꽃을 밟은 걸 본 용사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수호자를 향해 소리쳤다.
꽃을 밟지 마세요. 꽃들이 정말 아프다고 말하고 있어요.
꽃바다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수호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꽃바다의 깊은 곳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용사는 결국 수호자의 행동을 참을 수 없게 됐다.
꽃의 원한을...
느끼게 해드리죠!!
그래서 용사는 무기를 들고 수호자를 향해 돌진했어요.
상대를 꽃바다 밖으로 밀어내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죠.
컷.
갈등의 이유가... 너무 약한 거 같은데? 좀 더 시선을 끌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할 거 같아.
아? 그런가요?
하지만 다른 싸움의 이유를 상상해 내기는 어려웠어요.
예를 들면.... 그 꽃들이 용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든지?
아니면 고향의 수호자가 위협을 느끼고, 자위적으로 무기를 든 것일 수도 있잖아?
음... 이 내용을 루시아에게도 한번 해보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리브가 진지하게 듣고 있던 루시아를 바라봤다.
저요?
정말로 괜찮을까요? 한 번도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없거든요.
맞아. 루시아 한번 시도해 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함께 논의해 보면 돼.
그럼, 일단... 시도해 볼게요.
격렬한 충돌... 전투... 새로운 적인가요?
좋아요. 이대로 한번 시작해 볼게요.
아침 햇살이 대지를 감싸며, 꽃밭 속 소녀를 반짝이게 했다.
색채의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용사는 이곳의 모든 파도를 안아보려는 듯 두 팔을 활짝 폈다.
그 동작은 검을 든 수호자가 멀리서 나타나 용사와 맞서기 전까지 계속됐다.
시작은 같네요?
네. 이 장면이 꽤 괜찮다고 생각해서요. 리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다음은 어떻게 돼요?
수호자는 용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틀린 자세로 서 있었다.
크어엉!
그러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검은 안개가 갑옷 틈으로 새어 나왔다.
꽃바다를 흔들던 미풍마저 재앙의 색깔로 물들여 버린 검은 안개는 꽃바다를 휩쓸고 지나갔다.
미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꽃이든 싱싱한 푸른 잎이든 모두 기이한 시듦 속에서 사라져갔다.
오오. 이런 긴장감은 좋은 거 같아. 조금 더 해봐.
고향의 수호자는 어깨에 검을 걸쳤다.
용사 역시 상대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상대를 정신 차리게 하려는 듯했다.
일 대 일인가요? 패널 상으로는 용사가 좀 더 유리한 것 같은데요.
양쪽의 상태를 종합해 예측해 보면, 승률이 거의 99% 이상이에요.
음... 그 부분을 깜빡했네요. 바로 조정할게요.
그리고 수호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에요.
크어엉!!
아니요. 세 명이 좋겠네요.
크어엉!
아직도 부족한 것 같은데요. 그럼, 수호자를 한 무리로 만들게요.
이러자, 계절이 바뀌듯 수호자들이 전장에 빼곡하게 배치됐다.
……
……
……
잠깐. 잠깐. 잠깐.
수호자들이 너무 많아서 용사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잖아.
음... 여기서 큰 전투를 벌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랬어요.
하지만 수호자라는 캐릭터는 유일해야 해요.
긴장감을 만들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아요.
제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아요. 리.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한 가지 제안할 게 있어요.
그럼, 리가 이 부분을 조정해 주시겠어요?
하지만 실제 데이터가 부족해서 최종 효과는 보장할 수 없어요.
음. 저도 리의 제안에 꽤 관심이 가네요!
저도 그래요.
지휘관님께서는 왠지 처음부터 흥미진진하게 구경만 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
알았어요. 일단 시도해 보죠.
그럼, 리. 맘껏 실력을 발휘해 봐.
그럼... 시작할게요.
아침 햇살이 대지를 감싸며, 꽃밭 속 소녀를 반짝이게 했다.
색채의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용사는 이곳의 모든 파도를 안아보려는 듯 두 팔을 활짝 폈다.
잠깐. 이 부분은 빨리 넘어가자.
삐걱거리는 듯한 노이즈가 한바탕 지나간 후...
크어엉!
수호자님. 당신을 정신 차리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네요.
갑자기 나타난 무기를 잡은 용사가 결연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최대 23까지 버프를 받은 제 슈퍼 위력...
잠깐.
??
내가 어둠에 조종당하고 있다면, 어둠의 생물을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거대한 블랙 드래곤을 선택해서 소환하겠다.
포효와 함께 몰아치는 바람이 주변을 휩쓸면서, 지옥에서 돌아온 듯한 거대한 그림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거대한 블랙 드래곤. HP 3000.
……
……
……
서로를 빤히 바라보는 텅 빈 눈빛과 기묘한 대치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결국 용사는 참을 수 없게 됐다.
신님. 잠시 나오셔서 소환된 게 무엇인지 봐주세요.
정상적인 생물이 이런 HP를 가질 수 있는 건가요? 저 소환물에 비하면, 저라는 용사가 바람 앞에 촛불과 다름없어요.
이건 정상적인 생물이 아니에요. 이 대륙에 속하지 않는 특별한 악마예요.
특별한 악마라고?
네. 대륙 밖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틀을 초월하는 설정을 적용할 수 있어요.
틀을 초월한다고... 리. 혹시 누구에게 영감을 받은 거야?
이건 제가 황금시대 자료를 검색하면서 완결된 이야기의 후속편은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 본 거예요.
그때는 지옥에서 온 악마요.
고대 지옥의 깊은 곳에서 온 악마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악마요.
단호한 말투로 말한 리는 이 결과를 매우 믿고 있는 듯 보였다.
이론적으로 기존 틈에 몇 가지 초 규격 설정을 추가한다면, 이야기를 무한 반복으로 확장할 수 있어요.
기존 자료를 분석해 보니, 이것이 스토리 속편을 개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어요.
리는 장편 연재 소설을 한 번도 본 적 없지? 황금시대의 몇백 장짜리 그런 인터넷 문학 소설 말이야.
그래서 내 선택은... 컷.
일부러 말끝을 길게 늘인 아이라는 동시에 프로그램을 재설정 상태로 만들었다. 그래서 모두의 생각을 완전히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잘못된 게 있나요?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리가 말한 방식대로 한다면...
시나리오 담당자로서 내 결말은 테루테루보즈처럼 예술 협회 발코니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이런 일은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 거 같네요.
아니. 아니.
방금 내가 말한 거 못 들었어? 리의 이론은 맞아.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의 "고향의 수호자"는 더 이상 악당 리더를 맡을 수 없어. 새로운 적을 추가해야 해.
음...
음...
음...
스읍...
찻상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이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그들은 테이블 위에 펼쳐진 <단오 영화 속편 촬영과 관련 사항> 파일을 바라봤다.
한동안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이들은 세리카가 임무를 맡겼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지난번 단오 특별 영화는 반응이 좋았어요.
물리쳤다뇨! 누군가가 선봉에서 전투를 회피한 뒤 "수업 땡땡이" 같은 방식으로 결정적 아이템을 훔쳐 간 거잖아요?
그런 걸 전술적 후퇴라고 말해요.
쿨럭... 어쨌든, 지난번 용사의 모험 이야기는 큰 호평을 받았어요.
그래서 논의 끝에 이번 단오 기념행사에서 영화의 속편을 선보이기로 했어요.
용사들이 용들의 고향을 떠난 뒤, 일 년이 지나 마법 세계로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
그렇게 해서 후속 시나리오를 어떻게 작성할지를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아이라가 함께 참여하여 논의하게 됐다.
그들은 예술 협회의 방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
그래서 너희들은 결국 날 놓아주기로 한 건가? 용들의 고향이여,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