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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겨울의 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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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 방관자로서 저의 일생을 보는 "꿈"이었습니다.

꿈은 삶이 고달픈 인간에 의해 설원에 버려진 제가 한 예배당의 수녀가 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꿈의 끝에서 저는 또다시 신조를 어긴 마녀가 되어, 이곳으로 돌아와 방황하는 침식체가 됐습니다.

"마녀"라는 호칭... 그렇습니다. 수녀였을 때부터 저를 "마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말로는 제가 있는 곳엔 항상 사망 사건과 실종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모두의 존경을 받던 사람을 죽인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때의 저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비앙카가 "마녀"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건 반드시 "마녀"가 존재해야 하는 거였습니다.

그런 "마녀"가 존재했기에, 신의 가호가 강림하지 않았고, 그 "마녀"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을 원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누굴 탓해야 기적이 강림하지 않았다는 절망을 잊을 수 있을까요? 누굴 몰아내야 말세에서 짓밟히는 두려움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단지 그게 궁금했던 겁니다.

지금의 저에게 있어 이 호칭이 죄악을 의미하든, 원죄를 의미하든 모두 상관없습니다. 저는 이미...

영원히 침묵만 지키는 신께서 신자들에게 원수를 용서하라고 요구한다고 해도, 신조를 어기더라도, 난 절대 원수를 용서치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스노우 신부

하지만 아이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죄인이란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단다.

비앙카

그럼, 제가 선을 넘고 타인을 해치게 되면, 절 영원히 용서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이 있길 바라요.

스노우 신부

그렇다면, 넌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 거니?

기체 변경은 끝났어. 일어나.

어두운 꿈에서 깨어난 비앙카는 자신이 베살리우스의 연구실에 누워있다는 걸 눈치챘다.

기체 변경할 때 의식의 바다가 불안정하던데, 또 그 설원과 연관된 꿈을 꾼 거야?

비앙카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정비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잔류 데이터가 있다니... 참, 네가 저번에 신청한 코팅이 제작 완료돼서 기체 점검할 때 함께 교체했어.

비앙카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로 꿈속의 눈처럼 하얀 코팅을 바라봤다.

심흔 기체가 기록한 데이터를 확인했을 때, 백야 기체만큼 명확하고 거시적이진 않았지만, 비슷한 내용들이 많았어.

그 기록들은 내가 삭제해서 꿈속에 나오지 않을 텐데, 혹시 몰래 백업한 뒤, 아시모프한테 부탁해서 체크해 볼 생각이었니?

전 그렇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이유가 없다라... 그건 승격 네트워크가 시뮬레이션한 미래잖아. 네가 관측한 정보가 불명확하다 해도 뭔가 쓸만한 조각들이 있을 텐데.

베살리우스 좀 더 편한 자세를 취하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비앙카를 훑어보았다.

정화 부대는 요즘 배신자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

베살리우스는 뭔가를 떠보려는 것처럼 말을 꺼냈다.

복원된 데이터 기록을 보니, 넌 배신한 동료에게 여러 번 죽음을 당했더라고, 이번 기회에 조사해 볼 생각은 없니?

그 잔류 데이터에 기록된 내용이 미래라는 증거는 없어요.

시뮬레이션 기록을 안 믿는다고 하면서, 의식의 바다는 왜 그리 불안정한 건데?

…………

그 "꿈" 속에서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으니까요.

겨우 그거 때문이야? 정화 부대 대장에게도 감정 몰입하는 상대가 있었구나?

당연하죠.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정화 부대 대장이 될 수가 있었죠.

하, 그래, 네 맘대로 해. 그렇지만 뒤에서 나 몰래 뭘 캐고 싶다면, 네 조력자한테 이 난장판도 같이 치우라고 해.

다음 날 아침.

임무 계획대로 비앙카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정화 부대 대원과 한창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휘관이 다가오는 걸 의식하자, 비앙카는 즉시 대화를 멈추고 대원에게 떠나라는 눈치를 줬다.

좋은 아침이에요. 지휘관님.

베살리우스 아가씨께서 추가로 코팅을 신청해 줬어요. 심흔 기체가 급하게 실전에 투입된 터라, 초기 코팅은 주로 의식의 바다 안정용이었어요.

그분 말로는 저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아니요. 베살리우스 아가씨께서 신청만 하셨고, 디자인은 제가 골랐어요.

어떤가요?

네. 저도 이 코팅 디자인의 주제가 마음에 들어요.

별론가요... 예술 협회에서도 "순백색 코팅을 제작하면 효과가 좀 떨어질 거다"라고 했지만, 전 그래도 이 디자인을 선택했어요.

이 코팅을 선택할 때, 예술 협회 사람들이 웨딩드레스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어요.

"설원"을 주제로 한 코팅이라서요... 혹한의 설원에 꽃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네. 요즘 눈에 관한 꿈을 자주 꿔요.

그건 비밀이에요.

비앙카는 대답하며 귀 옆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 뒤를 힐끗 살폈다.

맞아요. 배신자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요.

이 임무엔 미지의 위험이 워낙 많아서, 배신자의 거처를 정확히 알아내기 전까지는 지휘관님을 위험에 끌어들이

네. 하지만 이번 임무 지점의 퍼니싱 농도는 높지 않아서요. 게다가 근원 추적 장치도 개선되서 원격 연결로도 충분해요.

비앙카는 손을 들어 세팅이 끝난 의식 연결고리를 보여줬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휘관님. 우리 손에 있는 연결 단말기가 항상 우리를 연결해 줄 거예요. 그리고 지휘관님이 안전한 곳에 계시면 저도 마음 놓고 전투할 수 있어요.

비앙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되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비앙카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 요즘이요?

고개를 든 비앙카는 지휘관이 자신의 어투에서 느낀 불안은 그저 착각이라고 말하는 듯, 냉정하고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소문 들었어? 정화 부대 대원 중에도 배신자가 한 명 생겨서 거기 대장이 직접 처리해야 한대.

하여튼 윗분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니까. 보안 제한만 없었다면 누가 의회를 들쑤셔놓아도 이상할 게 없지. 정화 부대도 별수 없을걸.

쌤통이네! 그들도 언젠간 우리와 한배를 탄 사이라는 걸 의식하게 되겠지. 엎어지면 다 같이 저세상 가는 거라고.

집행 부대 대원의 대부분은 정화 부대가 냉혹하고 잔인하며, 인정사정없고 권리를 남용하는 놈들이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정화 부대의 존재에 대해 불평이 많았기에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리도 없었다.

지상의 전황을 좀 보라고! 지금이 어떤 때인데 아직도 자기 동료를 죽일 생각을 하는 거야?

정화 부대의 임무에는 극비 임무가 많았다. 그들은 자신의 신분과 임무 내용을 숨긴 채, 조용히 정보를 조사하고 집중적으로 청산해야 했다.

이런 은밀한 행동은 더 큰 오해를 낳았고,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도 답을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걱정되는 게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건...

비앙카는 말하다가 문득 멈췄다.

레이난.

비앙카는 몸을 돌려 아무도 없는 모퉁이를 향해 이름을 불렀다.

대장님!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지휘관님과 한창 이야기하고 계셔서 방해될까 봐 다가올 수가 없었어요.

제가 방해된 건 아니죠?

레이난은 혹시나 자신이 공적인 대화 외에 사적인 대화를 방해한 건 아닌지 불안해하며 지휘관과 비앙카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요.

이쪽은 레이난이고, 정화 부대 대원이에요.

비앙카가 책임을 묻지 않을 거라 확신한 레이난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미소를 지으며 반듯한 군례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네. 레이난은 원래 센의 직속 부하로, 전투 능력이 우수해서 중대장까지 맡았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면 엘리트 소대로 전출될 예정이에요.

네. 성갑충 소대의 슈트롤 대장이 희생돼서 인원 보충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비앙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원할 때는 성갑충 소대라고 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바렐리아 지휘관님께서 절 좋아할 거 같지 않은데요.

레이난의 기체는 너무 낡았어요. 제가 레이난을 위해 새로운 기체를 신청하고 있어요. 교체하고 나면 바렐리아 지휘관의 테스트에 통과할 수 있을 거예요.

정말요?!

비앙카는 기뻐하는 대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할 말이 더 남으셨죠? 전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면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그럴 필요 없어요. 지휘관님께서 뭘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어요. 집행 부대가 보기에 정화 부대의 인사이동이 심하게 보일 거예요.

비앙카는 방금 했던 말을 이어서 다 하지 않고, 좀 더 "애매"하게 대답했다.

저희에겐 배신자와 침식체를 처리하는 것과 같이 익히 알려진 임무 외에 신분을 숨기고 잠복 조사해야 하는 임무도 많아요.

구조체가 됐다 해도 우리의 마음속엔 여전히 연약하고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죠.

그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면, 전 끝까지 책임지고 바로잡을 거예요.

맞아요. 아직은 전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의장님께선 일부 인원을 파견시켜, 집행 부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요.

동시에 진행하는데, 대신 저희는 배신자 사건과 이에 관련된 피해자 구조에만 참여해요. 아시다시피 일부 배신자들이 승격자를 도와 종교단체를 적조로 이끌고 있어요.

일이 점점 많아지네요. 그렇죠? 지휘관님.

구조에 참여하는 이유는 그들이 배신한 원인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서예요.

잡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원인 조사는 그 "비밀 요원"들이 하는 거 아니었나요?

그것에 대해선 제 나름의 생각이 있어요.

배신자 사건이 계속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평소 소홀했던 집단을 조사해야 하는 거예요.

알았어요. 이런 계획은 다 비밀이죠.

네. 저흰 다른 이들과 합류해서 적음신계를 계속 조사해야 해요.

네. 망각자와 근처 난민 거점에서 그레이스가 이끄는 신자들을 많이 수용했어요. 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면서 살아가는 걸 싫어하는 정신 나간 녀석들도 많아요.

그들은 모두 정상이 아니에요. 자신이 신앙하는 신이나 귀신에 관한 것 외에는 아무 말도 안 한다니까요.

센 부대장님이 있었다면, 이 구제 불능한 인간들 따위는 무시했을 거예요.

정화 부대는 망각자에 대한 감시를 멈춘 적이 없어요. 이건 하산 의장님의 명령이기도 하고요.

네. 지구의 생존 환경이 힘든 만큼 그들이 너무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의회에서도 모처럼 한곳에 모인 인간 거점을 공격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갈 곳을 잃은 일부 배신자들이 망각자들에게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화 부대는 그걸 그냥 넘길 수 없어요.

그리고... 지휘관님. 부하들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지휘관님께서는 아직도 망각자들과 사적인 연락이 있으시네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이 망각자들에게 납치된 적이 있었죠? 그런데도 명절마다 연락하시다니 마음도 참 넓으시네요.

윗분들과 정화 부대가 지휘관님을 막지 않는 건, 망각자들이 아직은 반란의 의도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지금은 그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도 있고요.

그들이 배신자들과 연합하게 되면서 정화 부대가 모두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저희가 추적해야 할 리스트에 지휘관님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네네네. 잘 알겠어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과 비앙카 대장님은 참 죽이 잘 맞겠네요.

그러니까... 이 세계에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계신 거요. 헤헤.

…………

지휘관님. 시간이 별로 없으니 어서 원격 연결해 주세요.

부드럽게 재촉한 비앙카는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았다. 옆에 사정을 모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신경 쓰여서였을까?

다른 도움은 필요 없냐고 넌지시 물어본 질문에 비앙카는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네. 이번 임무는 안전하기 때문에 지휘관님께선 이곳에 남으시면 돼요. 얼른 돌아올게요.

지휘관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비앙카는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근원 추적 장치는 더 이상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