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장은 지휘관 일행을 내쫓을 때까지 "인간은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라는 문제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전차가 새벽 6시의 행정 층에 있는 큰길에 정차했다. 그곳엔 뒤따라 나오는 시뮬레이션 된 바쁜 공무원들을 말고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지휘관 일행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굶주린 니콜라 사령관, 앨런, 시카 그리고 지휘관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시뮬레이션한 거예요?
로봇과 구조체에게 인간의 굶주림은 짐이자 결함입니다.
이런 것도 재현해야 완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인간이 말하는 장인 정신 아니겠습니까?
이건 프로그램의 버그도 함께 재현하는 거랑 다를 바 없잖아요.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절대 인정한다는 게 아니에요.
정말 몇 달 전으로 돌아왔네.
앨런은 거리에 설치된 전자 스크린을 가리켰다. 스크린에 표시된 시간은 지금이 몇 달 전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럼, 여러분 각자의 신분대로 업무를 시작하십쇼.
그럼 너는?
여러분이 전투를 치러 데이터 인증이 완료될 때까지,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그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전차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전과 같이 문 옆에 서서 지휘관 일행에게 그의 로봇 팔을 흔들었다.
그럼 시작하지.
니콜라는 가슴의 넥타이를 정리했고, 옆에 오가는 공무원의 인파에 들어갔다.
그러면 난 일단 아이라랑 예술 협회로 돌아갈게.
음... 지금의 앨런 회장님은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의 일을 걱정하고 있겠지?
하지만 전...
맞네요. 이때의 시카는 아직 지휘 센터에 있었죠?
시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이어 어떤 큰 결심을 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이젠 괜찮아요.
다 지나간 일들이니 이젠 괜찮아요.
게임에서 클리어했던 스토리를 다시 본다고 생각하지 뭐!
그럼, 우린 먼저 들어갈게.
큰일이에요! 평소의 지금이라면, 전 지휘 센터의 관제실에서 임무를 처리하고 있어야 해요!
먼저 가볼게요!
아이라와 앨런은 지휘관 일행에게 인사를 한 후, 시카와 함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럼 저희도 갈까요?
저희는 그때 뭘 하고 있었죠?
무슨 소리죠?
참, 지휘관님은 배가 고프시겠네요.
가상 공간에서 밥을 먹으면 정말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어떡하죠? 그럼, 먼저 대기실로 돌아가시겠어요?
행정 층에도 식당이 있으니, 대기실로 돌아가기 전에 아침을 좀 먹으러 가죠.
그 정도는 아니에요. 예전에 머레이와 이곳을 얘기한 적이 있었거든요
저 방향으로 500미터만 더 가면 돼요.
카레니나는 방금 정비 부대의 본부로 돌아갔어요. 카무이는... 어디 간 거죠?
카무이는 꼭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고 하면서 방금 급하게 떠났어요.
음. 그럼, 저희도 출발할까요?
그렇게 리가 지휘관 일행을 이끌고 양복 차림의 인파로 들어갔다.
사장님, 샌드위치 두 개랑 우유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밀지 마세요! 내 만두!
전병 한 장 그리고 커피 두 잔도요. 감사합니다!
의회의 로비 밖엔 서류 가방을 든 공무원들이 가득했다.
물론 인파 속엔 아침을 사러 가겠다고 자진한 루시아도 있었다.
커피 한 잔이랑 와플 한 조각 부탁하네. 고맙네.
니콜라 사령관님!?
음? 너희들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니콜라는 점원이 건네준 종이컵을 받아, 와플이 담긴 포장 봉지를 서류 가방에 넣었다.
단맛이 나는 음식은 에너지를 더 빨리 회복해 줄 수 있다는 걸 너도 잘 알 테지.
내가 기억하기론, 이때의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지상에 내려와 처리해야 할 임무가 없을 텐데?
이중합 탑의 일은 일단락됐고, 리의 보고서와 공중 정원의 뒷수습만 남았네.
니콜라는 리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음 얘기로 넘어갔다.
몇 주 후면 컨스텔레이션의 그 일이 일어날 걸세.
그래. 하지만 그전에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에 관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네.
앨런은 정말 너희들에게 공문 처리 실력을 배워야겠군. 그때 소대 신청 서류의 작성 방법을 가르쳐 줄 선생님으로 널 추천했어야 했는데.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에... 에취!
얼굴에 짙은 다크서클이 있는 공무원은 커피 두 잔을 든 채, 인파 사이를 지나가려다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재채기를 참지 못해, 하마터면 손에 든 커피를 니콜라에게 쏟을 뻔했다.
니, 니콜라 사령관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네.
감사합니다! 방금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됐어, 가 봐.
공무원은 미안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황급히 몸을 돌려 의회 로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시간이 다 됐으니 난 이만 가보지. 너희들도 과거의 역할을 "연기"하러 가야 하지 않나? 여기서 시간 낭비할 생각 마.
니콜라는 고개를 끄덕여 모두에게 인사하고, 종이컵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몸을 돌려 의회 로비로 돌아갔다.
왠지 지금의 니콜라 사령관님은 평소와 좀 다른 것 같아요.
아무리 엄격한 사람이라도 느슨해질 때가 있는 거지.
어쩌면 니콜라 사령관님께서 이렇게 긴장을 풀 수 있는 것도 잘된 일인 건지도 모르겠네요.
지휘관님이 주문하신 커피와 샌드위치에요! 리와 리브 거도 있어요!
왜 이렇게 많이 사 온 거예요? 우리는 뭔가를 먹을 필요가 없잖아요?
저희가 같이 아침을 먹은 지도 오래됐잖아요.
그래요? 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임무를 수행할 때 지휘관님이 가끔 에너지바 같은 걸 먹기도 했고...
그거랑 다르죠!
음. 이렇게 여유롭게 아침을 같이 먹은 건 제가 기억하기로도 별로 없었어요.
말을 이어가며 리의 손에 뜨거운 커피와 샌드위치를 쥐여줬다.
이번 정례 회의는 이 정도겠군.
월리스, 더 보충할 말이 있나?
없습니다. 니콜라 사령관님은 어떠십니까?
있네.
니콜라가 서류 가방에서 파일철을 꺼내 하산에게 건넸다.
지난번에 앨런이 구두로 제기한 제안에 대한 일이네. 이건 그가 제출한 서면 신청일세.
이중합 탑의 주변엔 아직 처리해야 할 사항이 많으니, 앨런의 신청은 참모부의 승인에 맡기도록 하지.
음, 이걸 말하는 건가?
하산이 파일철을 펼쳤다. 하지만 곧이어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들어 니콜라를 바라봤다.
그렇네.
앨런이 네게 장난을 치는 것 같군.
하산이 조심스럽게 파일철을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그 파일철엔 향기로운 황금빛 메이플 시럽이 뿌려진 레몬 와플이 있었다.
분명히...
…………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군.
이건 앨런이 니콜라 사령관님에게 드린 파일이 아니겠죠?
당연히 아니네!
그렇다면 이 "서류"를 먼저 처리하는 건 어떨지 제안하고 싶군.
서류의 당분이 과할 것 같지만, 회의 후의 "추가 의제"론 적절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 니콜라?
그래.
소파에 앉아 있던 앨런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어, 방금 먹은 아침 식사의 여운을 즐겼다.
오늘 앨런 회장님이 처음으로 소대 신청서를 니콜라 사령관님에게 제출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어제가 맞아.
네? 엄청 자세하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당연하지. 그 후에 신청서를 몇 번이나 다시 썼거든. 그 소대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 그래서 나한테 더 와닿았지.
하지만 니콜라 사령관님은 내가 너무 추상적으로 써서 공문 같지 않다고 하셨지.
그러고 보니 저는 앨런 회장님이 쓰신 첫 번째 신청서를 못 봤네요.
어? 그걸 보고 싶다고? 니콜라 사령관님은 그걸 공문 같지 않게 썼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나름 잘 썼다고 생각해.
메이플 시럽이 뿌려진 맛있는 레몬 와플처럼 말이야.
와, 앨런 회장님은 그 신청서에 정말 만족스러우셨나 봐요. 음, 더 궁금해졌어요!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어디 보자. 그때 내가 그 신청서를 어디에 뒀더라...
앨런이 캐비닛에서 예술 협회의 로고가 새겨진 연노란 서류를 꺼내, 아이라에게 건넸다.
그러나 아이라가 앨런의 서류를 받기도 전에, 그 연노란 서류가 갑자기 두 장으로 변했다.
어?
그들이 들고 있던 서류뿐만 아니라, 예술 협회의 사무실에 있는 서류도 1장에서 2장, 2장에서 4장... 8장은 16장으로 변해 쏟아져 나왔다.
서류가 순식간에 둘의 가슴까지 차올랐다.
앨런 회장님!
이건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