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새해 열차의 밤 / Story
리브가 반응하기도 전, 그녀의 등에 올라탔던 침식체가 총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그 침식체의 부서진 팔다리는 몇 번 꿈틀거리다 연기처럼 사라졌다.
허상의 이중합 탑에는 결국 지휘관 일행과 전차만 남게 됐다. 전차장은 전차의 문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
익숙한 그림자가 차창을 열며, 지휘관 일행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아이라!?
방금의 진행 과정으로 이번 전차의 승객이 추가됐습니다.
다시 전차로 돌아오자, 원래 비어 있던 차량은 한순간에 혼잡해졌다.
이 가상 공간엔 아이라뿐만 아니라, 니콜라 사령관, 예술 협회의 앨런 회장, 시카, 카레니나 그리고 카무이까지 침입된 거였다.
아이라의 말에 따르면, 지휘관 일행이 전투를 끝내기 전, 전차장이 그들에게 "임무"와 "업무"를 설명해 줬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희는 이 가상 공간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경험해야 한다는 거죠?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은데? 정말 기대되네.
진심인가요...
아마 게임 속의 불러오기 같은 거 아닐까? 어제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
어제?
어젯밤에 카무가 지옥 불닭 덮밥을 먹고 싶어 했는데, 포장해 준다는 걸 깜빡했어.
저녁 식사를 꼭 해야 하는 건가?
아니, 새로 생긴 식당이 있는데 카무가 맛보고 싶다고 했었거든.
카무는 임무가 있어서 나한테 포장을 부탁했었어. 도착했을 땐 이미 다 팔렸더라고.
시끄러운 와중에도 니콜라 사령관은 조용히 자리에 앉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정말 난리가 났군.
난 여기에 침입되기 전, 과학 이사회의 보고서를 받았네.
과학 이사회는 우리가 게슈탈트 내부에 있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군.
과학 이사회가 외부에서 이 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거네요. 그리고 이 로봇 프로그램은 게슈탈트 소속의 브랜치 모듈 중 하나인 셈이네요.
니콜라는 고개를 끄덕여 리의 추측에 동의했다.
그러니까, 다 이 낡은 로봇이 벌인 일이라는 거지?
결과적으로 보면,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씀을 정정해야 합니다. 제 프로그램은 최신 버전이고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너 같은 로봇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알아?
？
너의 전자두뇌를 감자에 이식시켜서 우주로 날려버리는 거야.
죄송하지만, 저는 9000형 로봇으로 감자의 생물 전기보다 작동 전압이 높습니다.
왜 당신이 그를 감자에 이식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긴 프로그램의 공간이고, 관리 프로그램이 최고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요.
컴퓨터의 권한을 고려하면, 이런 폭력적인 방법으로 그를 파괴하는 건 불가능해요.
……
우리는 지금 게슈탈트 안에 갇혀 있다는 거지? 이 로봇을 도와 일을 끝내야 나갈 수 있다는 거네.
맞아.
어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야?
지난 24시간의 필요 가치를 증명해 주신다면, 저는 다음 역을 어제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필요 가치?
지난 24시간의 일상이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음... 지옥 불닭 덮밥이 없으면 카무는 엄청 화를 낼 거야.
카무가 화나면, 불러올 결과는 정말 심각하지.
……？
그리고 오랫동안 기대했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더 의욕이 생기잖아? 그렇게 되면 임무도 더욱 순조롭게 완수할 수 있을 거야.
지옥 불닭 덮밥과 임무에 어떤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가장 중요한 건 행복해진다는 거야! 지휘관도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야."라고 했었잖아.
……
……
…………
왜 다들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아, 이 가게라면 나한테 쿠폰이 있어. 오픈 전에 로고 디자인을 해줬거든.
마침 나 혼자서 다 못 먹으니까, 나눠줄게!
와, 정말이야? 고마워!
아쉽게도 당신의 어제는 다음 목적지가 될 수 없습니다.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일은 가치가 없고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말씀하신 내용의 논리를 이해할 순 없지만, 이 질문을 조사 대기 목록에 추가하겠습니다.
전차장은 고개를 저으며 차량의 문을 닫았다.
방금 탑승한 승객의 정보에 따라, 제가 여러분의 다음 목적지를 선택해 드리겠습니다.
덜컹, 덜컹...
전차의 바퀴와 궤도 사이에서 울리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전차가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창밖에서 보이는 이중합 탑도 점점 뒤로 멀어졌고, 창밖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다.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준 큰 사건들을 제외한 역사 데이터에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
덜컹, 덜컹...
전차가 곧 행정 층 2번가에 도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