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말했잖아. 술주정뱅이 몇 명일 뿐이야. 아무 문제 없어.
방금 이문 쪽에서 소식을 보내왔어. 야시장이 4시간은 더 열릴 것 같다는데, 어떡하지?
이따 식당에 가서 따뜻한 걸 먹고 생각해 보자고.
아이야, 우선 좀 진정해 보지 않을래? 넌 어디에서 엄마를 놓친 거니?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쪽이 너무 시끄러워서 안 들려.
여러 호객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셀 수 없이 많은 목소리 속에서 찬 바람이 간식 냄새를 머금은 채, 여러 곳에서 불규칙하게 터져 나오는 폭죽 소리와 함께 불어왔고, 그 바람은 처마의 장식과 붉은 등롱을 살랑거리게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 곁에서 뛰어다니거나, 부모의 든든한 어깨에 앉아, 멀리서 터지는 폭죽의 불꽃을 보곤 했다. 노인들은 불어온 찬바람을 욕하며, 곤충 코인을 아이들의 손에 쥐여줬다.
혼잡한 거리를 지나면 높은 건물이 있었다. 그곳의 난간엔 누군가가 기대어 서 있었다.
곡님, 야항선에 있었던... 포뢰를 데려왔습니다.
알았어.
백규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망설이고 있는 포뢰만 남게 될 때까지 곡은 계속 거리의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다.
곡은 포뢰의 망설임을 알고 있거나,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곡은 그저 조용히 정자에 서서 침묵을 지켰다.
그쪽이 바로... 진정한 곡님인가요?
포뢰는 용기를 내 곡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번화한 시장을 노려보던 곡은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는 포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이 주는 압박감은 야항선의 항쇄가 주는 것과 달랐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니?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포뢰는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물어보지 않으려 했다.
포뢰에게 있어 "진정한 곡"에 대한 인상은 아직 순환 도시 전투 전에 머물러있었다. 그때의 곡은 끝까지 야항선이 구룡으로 돌아가는 걸 반대했었다.
그러나 그 전투 이후, 야항선은 항구 밖에서 오랫동안 정박했고, 배에 있던 주민들은 구룡성의 폐허에서 서서히 새로운 집을 꾸려갔다. 그때부터 "진정한 곡"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고, 구룡성은 마치 야항선의 주민이 귀향하여 생활하는 걸 묵인한 것 같았다.
지금 포뢰의 면전에 진정한 구룡의 주인이 서 있었지만, 그녀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당연히 내 진실성, 심지어 눈앞의 모든 걸 의심할 수 있어.
하지만 구룡 그 자체는 의심하지 않아도 돼.
곡의 눈빛에서 쓸쓸함이 보였지만, 이는 포뢰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짧았다.
백규가 오는 길에 네게 지금 상황을 얘기해 줬지?
대략적으로 말해 줬어요.
포뢰는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뢰는 당장 이보다 더 합리적인 상황 설명을 들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눈앞의 모든 게 환상에 불과하단 걸 믿기 어려워했다.
이것들은 다 환상이라는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너와 나를 포함한 이 모든 건 화서가 연산한 결과의 부산물일 뿐이야. 화서는 역사를 재현해서, 잘못된 연산을 수정하려 하는 거고.
이 수정은 매해 진행되지. 이런 특별한 날을 선택하는 건 의례적인 규정 때문이야.
너도 화서와 교차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 연산에 넣어진 거야.
역사를 거울로 삼고, 계속 꺼내봐야 해.
곡은 정말로 거울을 꺼내 닦는 듯, 난간 위에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곳은 화서의 시스템에 존재하는 데이터 공간일 뿐이라는 거야.
하지만 이 모든 건 정말 진짜 같은걸요.
이 맛과 감각 그리고 감정이 모두 어우러져 구룡의 명절에 관한 기억이 형성된 거야. 이것들은 오래전부터 화서의 데이터에 저장돼 있었어.
곡은 다시 휘황찬란한 등불이 있는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건 마치 꿈같아요.
포뢰도 곡이 보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불꽃이 터지는 밤하늘이 있었으며, 이와 함께 곡의 어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래.
그럼, 전 언제 여길 떠날 수 있어요? 전 배로 돌아가고 싶어요.
연산이 끝나면, 너도 자연스럽게 이 꿈에서 깨어날 거야.
어찌 돼도 꿈에서 깨어날 날이 있을 테니, 그때까진 쉬어간다고 생각해.
곡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먼 밤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과거와 미래에서 보는 구룡의 밤하늘엔 남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일들만 존재했다.
그것이 역사의 연산에만 존재하는 허상의 밤하늘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