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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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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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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챠~

폭죽이 담긴 상자를 껴안은 포뢰는 정해진 위치에 상자를 놨다.

15번째. 좋아! 거의 다 옮겼어.

기대에 찬 포뢰는 폭죽을 잘 정리했고, 다음 상자를 옮기려고 돌아섰다.

???

창위, 왜 여기서 게으름 피우고 있어요? 축제가 곧 시작되는데, 옮겨야 할 폭죽이 몇 상자 더 있어요!

아. 미안. 방금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어.

오랜만에 이곳에서 밤을 새워서 그런가, 추억이 떠오르네.

창위가 바다에서 시선을 거두고, 포뢰가 잘 쌓아 놓은 상자 위를 바라봤다.

……

황금시대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나요?

음... 그냥 뭐.

그때의 축제도 지금처럼 아침부터 준비해야 했나요?

그땐 더 했어. 공연이 계획돼 있으면, 대부분 한 달 전부터 예행연습을 하고, 중간에 각종 물자도 준비해야 했어.

그렇게 긴 시간을 준비했나요? 다들 너무 몰입해서...

그때는 퍼니싱이 없어서 한가한 사람들이 많았거든.

오히려 이런 축제가 없었으면,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할 일이 없었을 거야.

창위의 시선이 옛 건물로 향했다.

분명 윤곽은 기억 속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낯설기만 했다.

예전엔 저 고층 건물이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컴컴했는데.

하지만 구조체가 된 지금, 창위의 눈에는 밤이 더 이상 일몰 후의 장막이 아니라 그 아래에 감춘 썰렁함까지 고스란히 보였다.

그럼, 황금시대에 있었다면 지금쯤 창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겠네요?

당연하지.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구룡에 왔을 것이고, 우리도 축제를 통해서 명성을 날렸을 거야.

게다가 관장님도 명절은 시끌벅적한 것이 좋다고 하셨거든.

그렇죠.

저도 예전엔 거리로 나가는 걸 좋아했어요. 명절이 되면 사람들로 길이 붐볐지만 싫기보다는 오히려 재밌었어요.

창위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들로 북적이는 추억 속 장면이 조금씩 눈앞의 경치와 겹쳤다.

이제 그런 장면은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지금은 모두 지구 곳곳으로 흩어졌고, 심지어 하늘로 올라간 사람도 있잖아.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

여기까지 말한 창위는 머리를 잡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그리고 더 이상 그런 일에 얽매이지 말아요.

와서 폭죽 옮기는 것 좀 도와주세요. 이젠 창위가 말한 것처럼 명절을 보낼 수는 없지만, 다들 이번 축제를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돌아서서 가려던 포뢰가 창위 쪽의 이상을 느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봤다.

창위?

창위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공중에서 떨어지는 무언가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선명한 색깔의 무언가가 갑자기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포뢰가 그것을 재빠르게 잡았다.

종잇조각?

손바닥을 펼치자, 작은 조각이 포뢰의 손바닥에 조용히 놓여있었다.

뒤이어 하늘에서 더 많은 색깔의 종잇조각이 떨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창위가 대답하기도 전에 개인 단말기에서 새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자밀라 아가씨가 보낸 축하 카드인가요?

아니.

조금은 놀란 표정의 창위가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봤다.

공중 정원의 축하 카드야.

어선이 해안가에 정박한 뒤, 다양한 해양 생물을 가득 담은 상자가 하나씩 부두로 옮겨지고 있었다.

이러면 당분간 어획량은 보장할 수 있을 거야.

숲을 지키는 자의 도움으로 당분간은 굶을 일 없겠네.

어휴, 전에 있던 수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고기들이 많이 줄어들었어.

요한한테 펌프를 빌려서 물을 퍼내고 싶을 정도야.

어민들이 수다를 떨고 있을 때, 그들의 개인 단말기에서 비슷한 알림음이 동시에 울렸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공중 정원에서 보낸 건가?

명절의 추가 물자는 이미 분배를 마쳤어요.

수고했어. 푹 쉬어.

리더는요?

난 사람들이 작성한 축하 카드를 취합해야 해.

과거처럼 몇 장 골라서 읽으실 건가요? 이번 해엔 누가 걸릴지 모르겠네요.

이건 우리의 전통 행사야. 왜? 본인 운에 자신이 없나?

리더. 리더!

진정해. 무슨 일이야?

공중 정원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어요!

공중 정원? 그들이 이런 시기에 왜 우리한테 연락을 한 거지?

편지의 내용은?

그들이... 공중 정원에서...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라고 보내왔어요.

밝은 달이 비치고 아무도 없는 폐허 속에서 소녀가 화판을 놓고 종이를 펼쳤다.

붓이 닿는 곳마다 로봇이 센서로 받은 화면을 재현하듯 세밀한 그림을 그려냈다.

그녀가 마무리를 앞두고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하카마.

공개 내용을 확인합니다. 리스크 평가 중입니다...

받아도 됩니다. 전 이것이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공중 정원? 하카마. 공중 정원의 공개편지에 암호화된 정보가 숨겨질 가능성이 있나요?

……

하카마?

죄, 죄송해요. 편지에서 익숙한 필체가 감지되어, 그 편지가 어떤 이유로 이런 방식에 의해 전달됐는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