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달빛 편지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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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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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티스와 카무이가 앞다투어 퀴즈 홀에 들어왔고, 둘 다 조금은 무기력해 보였다.

벌써 돌아온 거야? 녹티스를 압송하고 온 거야?

아니거든, 마지막 기록은 내가 8미터 정도 앞섰어.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도 소용없어. 결론은 우리 둘 다 기권하기로 했어.

그 꼬맹이 2호가 그레이 레이븐을 태우고 먼저 도착했으니, 더 이상 하는 건 의미가 없어. 하아, 허탕만 쳤네.

그럼 축하해, 두 번째 헛걸음이야. 그 축하 카드는 예술 협회 본부에 없어.

알아. 그냥 임무 완성하러 온 거야.

……

……

반즈는 대문 옆에 있는 녹티스를 봤고, 녹티스도 맞은편에 있는 반즈를 봤다. 둘은 그렇게 좌우로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거야?

누군가가 짜증을 내면서, 너희를 계속 따라다니라고 해서 말이야.

……

정비 부대에서 온 두 분이 서버를 조정했어요. 어, 저기 케르베로스 소대와 차징 팔콘 소대의 대원 아닌가요? 대문 경비가 저 둘로 교체됐나요?

아니요, 그들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의 축하 카드를 찾기 위해 왔어요.

아. 그럼, 스캔하는 일은 알려줬...

예술 협회 리셉션 직원이 벌떡 일어나 동료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스캔?

대형 기계는 강 하류에 있는 카이만 악어처럼 입을 벌린 채, 컨베이어 벨트가 종이 뭉치를 입구로 운송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예술 협회 멤버는 옆에서 끊임없이 축하 카드를 꺼내고 있었지만,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몇 장씩은 기계에 삼켜졌다.

미안해. 내가 축하 카드를 미리 확인하고 가져가야 했는데...

그건 사람보다 더 큰 스캐너였다. 파일을 대량으로 스캔하는 데 특화된 이 대형 기계는 예술 협회 고고학 소대의 초특급 무기였다.

평화롭고 안락한 황금시대의 대부분 파일은 종이로 되어있었다. 그 때문에 회수 임무를 맡은 고고학 소대는 파일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이미 가동한 기계는 축하 카드를 꿀꺽 삼키고 있었다. 무한한 식욕을 가진 식객처럼 그 종이에 분노를 쏟아내는 것 같았다.

임무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기계를 보고 있으면, 기계의 설계자가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종이 파일을 보며 짜증 내는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추석 축하 카드에 대해서는 예술 협회가 돌발 상황에 따른 일손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안을 가동했다.

우선 고효율 스캐너를 통해 축하 카드를 데이터 버전으로 전환한 후 '발송 대기' 상태로 변경하며, 예술 협회 멤버들은 직접 축하 카드 종이판을 받는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건 아이라의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지휘관님께서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개인 파일을 이렇게 책상 위에 놓아서...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제 생각엔 개인 편지를 이렇게 던져버리고 떠난 지휘관님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한테 직접 맡겼으면 이런 상황이 나지 않았을 거예요.

상자 안의 축하 카드를 하나씩 검사한 후, 나나미는 파워를 조종해서 다시 상자를 쌓아 올렸다.

보고. 이쪽은 나나미가 검사했는데, 지휘관의 편지를 발견하지 못했어.

전 이쪽을 검사했는데, 지휘관님의 개인 편지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제 쪽도...

남은 건 저장 상자에 이미 스캔 한 부분 그리고...

루시아, 지휘관님의 개인 편지가 대략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제가 기계 시스템에 접속해서 편지의 크기에 따른 스캔 기록을 필터 해 볼게요.

루시아는 머릿속으로 편지 모양을 열심히 떠올리며 윤곽을 그려내려고 했다.

그 윤곽은 점차 눈앞의 편지와 겹쳤다.

저 편지랑 비슷한 것 같아요.

루시아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편지 한 통을 가리켰다.

모두가 그쪽을 쳐다보자, 회색 봉투가 컨베이어 벨트에 질주하고 있었다.

예술 협회 멤버가 먼저 움직였다. 그는 손에 있었던 축하 카드를 한쪽에다 갖다 놔, 손을 뻗어 그 편지를 가로채려고 했다.

하지만 '팍' 소리와 함께 컨베이어 벨트를 쳤다.

두 번째로 반응한 사람은 나나미였다. 나나미는 파워의 큰 손을 조작해 아래로 덮었다.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 양옆이 볼록 튀어나와 있어서 편지가 파워의 손 밑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마지막 순간에 리가 재빨리 손을 뻗어 봉투의 한쪽을 붙잡았다.

성공했어!

아직이에요.

컨베이어 벨트의 말단까지 왔기 때문에, 편지의 대부분이 기계 입속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리는 조심스럽게 기계와 공방전을 시작했다. 입구가 흡입하는 힘이 센 건 아니지만, 편지가 반으로 찢어질까 두려운 리는 구조체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

리가 온 신경을 집중시켜, 편지를 천천히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자, 긴 편지봉투가 입구에 걸려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리가 편지를 빼내기 위해 한 행동 때문인지, 긴 편지봉투는 반쯤 빨려 들어갔다가 또다시 나오고, 반쯤 빨려 들었다가 또다시 나오고를 반복했다.

이렇게 반복하면서 빈도가 빨라지자, 스캐너가 혀를 내미는 것만 같았다.

스캐너

메롱 메롱 메롱 메롱 메롱 메롱 메롱 메롱 메롱 메롱 메롱...

이 녀석, 마치 인격이 있는 것 같아요. 얄미워 보여서 한대 때려주고 싶어요.

로봇을 그렇게 거칠게 다루면 안 돼.

하지만 리는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천천히 편지를 끄집어냈다.

이때 안내방송이 갑자기 울려 퍼졌다.

조종사

뒷좌석 승객 여러분께 안내합니다. 돌발 상황으로 인해 일정 거리를 상승하는 점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해당 사항은 5초 후 시작될 예정입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갑자기요?

다들 어서 손잡이를 붙잡아요.

그런데 리는 바깥소리를 듣지 못한 듯, 스캐너와 계속 겨루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종사

5, 4...

곧...

조종사

3, 2...

……

조종사

1!

성공.

펑!

수송기 기체가 갑자기 기울어지면서 리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이어서 나나미가 파워를 움직여서, 기체 뒤쪽으로 미끄러진 리를 잡으려고 했다.

조심하세요! 그 버튼을 누르지 마세요!

어?

파워가 뭔가를 누른 것 같았다.

띠 소리와 함께 기체 뒤쪽의 빨간 불빛이 초록 불빛으로 변했다.

여러분 꽉 잡으세요!

뒤에 무슨 일이야? 예술 협회가 또 이상한 장비를 옮기고 있는 거야?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상승할 때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어, 기내 문이 왜 열려있죠?

파워는 한 손으로 기내의 볼록하게 나온 부분을 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기체 밖으로 빨려가는 리를 붙잡았다.

다른 이들은 자신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기체 뒤쪽의 두 사람이 상자에 부딪히지 않게, 수송기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려는 상자를 막았다.

계속 작동하고 있는 스캐너는 리가 놓아버린 편지를 입에 넣어 스캔한 후, 다른 한쪽 수납함에 뱉었다.

이때, 스캐너 옆 상자에 보관하고 있던 채색 종잇조각들이 뿜어져 나오면서 수송기 밖으로 흩어져 버렸다.

각양각색의 조각들이 파워의 몸을 스쳐 지나갔고, 리의 얼굴을 만진 후, 수송기 문밖으로 모두 날려가 밤하늘에 쏟아졌다.

스캐너

스캔 작업 완료!

알림음이 종료된 후, 스캐너가 자동으로 작동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