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티스는 두 다리를 길게 뻗어 수송기의 이착륙 플랫폼을 향해 달려갔다.
아직도 멀었어?
그렇게 쉬울 리가 없잖아!
스톱워치 위의 숫자가 점점 작아지는 걸 보고 녹티스는 머릿속으로 지도를 떠올렸다.
어떡해? 늦을 것 같아.
괜찮아. 넌 다른 사람들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만 하면 돼.
모처럼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 꼬투리를 잡을 기횐데, 제대로 즐기지 않으면, 안 되지.
그런 거라면, 네가 직접 수송기를 막으면 더 좋은 거 아니야?
쯧, 안 그래도 오늘 예술 협회 놈들이 바쁘던데, 이런 일로 방해할 필요는 없지.
……
역시 오늘 아침 휴게실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지? 축사 읽을 대원을 뽑을 때, 니콜라가 결국 널 지명했잖아.
참~ 우리 녹티스는 어쩜 갈수록 똑똑해질까.
왜 니콜라 앞에서 더 똑똑하게 행동하지 않았어? 그럼 내가 카메라 앞에 서서 실실 웃지 않아도 되는데.
니콜라 사령관이 대장의 미소가 더 정상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건 누구나 다 비슷해.
흥.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뀐 21호는 잠시 통신 채널에서 나갔다.
제비뽑기로 당첨된 이상 우리가 운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근데 뽑기 현장에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운 좋게 빠져서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들도 동참시키면 꼭 재미있을 거야.
그래서 그 편지만 손에 넣으면 되는 거지?
할 수 있으면 제일 좋고, 못하면...
통신기 너머의 베라가 의도적으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날카로운 칼이 고막을 스치는 듯한 위압감을 어렴풋이 느꼈다.
이런 불운은 다른 이한테 나눠줘야겠지. 예를 들면 사랑하는 내 대원들이라든지...
……
그럼... 중계방송을 보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일단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꼬투리를 손에 넣는 게 우선이야. 혼자 즐거운 것보다 모두가 즐거운 게 좋잖아. 다른 이들도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추석 축사를 기대할 거야.
알았어. 그럼, 최선을 다할게.
조금 느려졌던 녹티스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전 속도보다 훨씬 더 빨라졌다.
하지만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을 때...
어, 만났네. 너도 달리기를 하고 있어?
녹티스와 같이 달리고 있는 한 사람이 나타났다.
카무이?
임시 조사 본부의 명령으로, 네가 허튼짓 못 하게 감시하려고 왔어.
쳇.
헤...
두 눈이 마주치자, 시선이 엇갈리며 불꽃이 튀었다.
이어서 둘은 거의 동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가는 길의 장애물을 마주한 두 사람은 각자의 능력을 발휘했다.
울타리를 뛰어넘고, 나무상자를 넘은 뒤, 건물에 돌출된 부분을 잡고 신속히 올라가 걸린 난간을 이용해 앞쪽으로 날아갔다.
녹티스와 카무이는 평지를 걸어 다니듯 장애물을 건너며 앞으로 달려갔다. 때론 카무이가 반 미터 거리를 앞서고 때론 녹티스가 앞섰다.
야야야! 날 방해하지 좀 말지!
방해하는 건 너희들이겠지!
쳇.
녹티스는 손에 잡히는 빈 종이상자를 카무이에게 던졌다. 그러자 카무이는 손을 들어 종이상자를 막아냈다.
이런 식으로 날 방해하겠다고? 너무 우습게...
콰당!
미처 앞을 보지 못한 카무이는 한 커피숍 간판에 들이받았고, 자기 얼굴의 윤곽을 남겼다.
달릴 땐 앞을 잘 봐야지. 아니면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어? 하하하...
하지만 카무이는 이에 멈추지 않고, 다시 쫓아왔다.
쫓아가는 카무이의 손엔 빈 종이상자가 들려 있었고, 녹티스를 따라잡았을 때, 그를 향해 던졌다.
녹티스는 자신이 사용했던 동일한 수법을 손으로 막아냈고, 상단에 걸려 있던 축제용 간판도 회피했다.
아이템은 적당할 때 사용해야 하잖아. 카무이...
쿵!
녹티스는 도로 위의 볼록하게 튀어 오른 금속 덩어리에 걸려, 땅과 부딪히게 됐다.
레이싱 게임의 아이템 경기라면 나도 자신 있거든.
딱 기다려...
너희들! 여기서...
근데 감사원 담당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녹티스와 카무이는 이미 바람처럼 힐다 앞을 스쳐 지나갔다. 힐다가 고개를 돌렸을 땐, 그 둘은 일찌감치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뛰지 마...
됐어. 젊은이들이 활기찬 게 나쁜 일도 아니지.
게다가 달리기만 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까. 모처럼의 명절인데, 그냥 그들이 즐기게 놔두자.
끼익!
말이 끝나자, 거대한 강철 몸에서 불꽃을 튕기며, 두 사람 앞을 급커브로 '휙—' 지나갔다.
그리고 거침없는 엔진의 굉음이 카무이와 녹티스가 달려간 길을 따라 사라졌다.
하산이 기류에 의해 비뚤어진 모자를 바로 잡은 뒤 봤을 땐, 추진기가 전력으로 작동하는 뒷모습과 소녀의 외침만 남아있었다.
잠시만! 지나갈게!
그레이 레이븐 소대 멤버들은 파워의 몸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앞에 카무이와 녹티스인가요?
아마도! 파워! 그들을 앞질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