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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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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진 날개

탑 밑의 감금실은 오랫동안 방문한 사람이 없어서인지,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마저도 정지된 것만 같았다.

영혼의 조각은 두 눈을 감은 채, 부서진 담벼락 속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미 찢어지고 부서진 그녀의 날개는 날 수 있는 힘을 잃은 지 오래였다.

모든 것이 정지된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심장 박동조차 없는 것처럼 희미했다.

기억의 한구석에 잊혀지면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녀의 머릿속에 나타난 건 끝없는 악몽이 아닌 한 젊은 학생과 나이 든 교관의 대화였다.

그들은 뭘 말하고 있으며, 왜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걸까?

생각에 이끌린 리브는 천천히 상대방에게 다가갔다. 이 희귀한 환영이 없어질까 봐 느리게 걸었다.

젊은 학생의 표정은 강인하고, 위선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심장 박동은 강력했다.

그래서인지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 박동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리브의 귀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눈앞의 광경도 사라졌다.

썩은 벽돌과 기와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누군가 밖에서 이 우리를 깨뜨리려는 것 같았다.

"퍽!"

……

벽돌과 기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새 상처를 입은 손이 눈앞에 나타났다.

으슥한 탑 밑을 빛은 비출 수 없었다. 상대방이 소지한 라이트도 작동을 멈췄다.

하지만 감금되었던 그녀는 그 사람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의 눈에도 자기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두 영혼에 비치는 빛이 너무나도 유사하여, 긴 밤은 어떻게 그들이 서로의 모습을 비춰주는 걸 막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이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는 듯했으나, 그녀는 정확히 듣지 못했다.

하지만 언어의 교류 없이도 마음이 통하는 때가 있었다.

손바닥의 온도가 느껴지는 순간, 감금실의 차가움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그녀는 따뜻한 품에 안겼다.

주위의 모든 것이 붕괴하는 것 같았다. 무중력이 급습하면서, 하늘로 뜨는 느낌이 들었다.

악몽은 끝났다.

무중력이 사라지면서 등에 닿는 촉각이 제일 부드러운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는 것만 같았다.

지휘관은 "안전장치"가 가동돼, 실험실의 잠입 선실 안에서 깨어난 줄 알았다.

하지만 코끝에 맴도는 꽃향기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줬다.

천천히 눈을 뜬 뒤 일어섰다. 산들바람이 꽃잎을 감싸며 지휘관의 눈길을 끌었다.

옆에 서 있던 묵청색 그림자가 지휘관을 부드럽게 바라봤다.

네. 지휘관님 덕분이에요.

이곳은 안전하고, 지휘관님도 좀 쉬셔야 하니까요.

게다가...

한 손을 가슴에 얹은 리브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듯했다.

그렇게 리브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고, 흩날리는 꽃잎이 평온하지 않은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마침내, 리브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마주 오는 시선을 고갤 들어 직시했다.

꽃, 나무, 햇빛과 같은 것들이 절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요.

이곳의 경치는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머지않아 우린 깨어나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전 정말...

얼굴에 기대하는 웃음을 띤 리브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지휘관님과 이곳에서 조금 더 머물고 싶어요.

더 이상 지휘관님이 무거운 짐을 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고요.

더 이상 지휘관님이 상처 입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지휘관님과 이별하게 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서로의 온도와 심장 박동이 너무도 선명해서 절 안심하게 만들어요.

이게 환영이라는 걸, 저도 알아요.

하지만...

리브

제가 포기하지 않을 미래이기도 해요.

의식의 조각이 복귀한 영향일 수도, 이곳이 리브의 잠재 의식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녀는 마음을 열고, 평소라면 절대로 털어놓지 않을 말들을 털어놓았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면서, 흩날리는 꽃잎과 소녀의 질문을 함께 가져왔다.

리브

지휘관님, 이곳 경치가 마음에 드세요?

지휘관의 답변을 들은 리브는 기쁨의 미소를 지은 뒤, 이어서 물었다.

리브

지휘관님은 어떤 부분이 좋으세요?

따뜻한 햇살이 흔들리는 수관 사이로 비추면서, 먼지가 흩날렸다.

방문자가 공기 중의 평온함을 방해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잔디가 지휘관의 발걸음을 가볍게 받쳐줬다.

멀리서 길게 들리는 새소리가 이 공간의 유일한 소리였다.

리브의 말처럼 이곳엔 전쟁의 소란도, 귀에 거슬리는 경보도 없었다. 서로의 심장 박동과 미세한 호흡이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가끔 산들바람이 불어오면서, 먼 곳의 소식을 전해줄 뿐이었다.

아주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의 농담을 들은 리브가 대답했다.

리브

음, 만약 지휘관님께서 이곳에서 노후를 보내려고 한다면, 넓은 곳에 통나무집을 짓는 걸 고려해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재료는 바로 구할 수 있겠지만, 부식 방지 문제에 주의해서 말이죠.

그리고 생활 편의 방면에서 발전 시설이 필요한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거 같아요.

흥미진진하게 노후 생활을 계획하기 시작한 리브를 보며, 지휘관은 마음속으로 그녀의 말을 끊을까 말까 망설였다.

그리고 지휘관이 망설이는 사이에 리브는 집에 대한 계획을 완성한 듯했다.

리브

지휘관님, 어떤 종류의 펫을 좋아하시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지휘관은 어리둥절해했고, 리브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리브

전 양을 더 좋아하지만, 햄스터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할 수 있다면 정원에 나비도 키우고 싶어요.

해 질 무렵이 되면, 지휘관님, 루시아, 리 그리고 저 이렇게 네 명이 함께 정원 산책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비가 우리 주변에 날아다니고, 석양이 주위를 감쌀 거예요.

리브의 혼잣말을 끊으려고 입을 벌렸지만, 얼굴에 동경이 가득한 리브를 보자, 결국 말을 할 수 없었다.

소녀가 앞으로 가는 발길을 멈추지 않았는데, 굳이 리브의 꿈을 멈추게 할 필요가 있을까?

리브

가능하다면 채소도 좀 심고 싶어요.

지휘관은 할 수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리브와 함께 토론했다.

이 꽃바다의 경치는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지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휘관의 대답을 듣고, 리브는 의아해했다.

지휘관님은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모든 식물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자라고 있었다. 모호한 벌레 소리와 새 울음소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방향을 찾을 수 없게 했다. 끝없이 큰 빈 상자 속에 방치되어, 세상의 변두리에 잊힌 것만 같았다.

이곳은 침식의 흔적도, 방문자의 흔적도 없는 깨끗한 땅이었다.

잊혀진 동경처럼, 가장 평화로운 시간에 멈췄다. 고요하고 쓸쓸하며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건 지휘관이 좋아하는 광경이 아니었다.

지휘관님도 외로움을 두려워하시는군요.

지휘관의 대답을 들은 리브는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지휘관은 이에 대해 작은 반박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리브는 지휘관이 반응하기도 전에 손을 잡았다.

……

리브는 말하지 않았지만 새빨갛게 익은 얼굴은 그녀의 수줍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휘관의 놀란 표정을 본 리브는 손가락에 힘을 줘서 더 꽉 쥐었다. 그 때문에 둘의 손바닥이 더 가까워졌다.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도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지휘관의 심장 고동이 혈관을 통해 겹친 피부에서 가볍게 멜로디를 연주했다.

느리고 힘찬 단조부터 고르지 못한 속주까지...

의식 바다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의식 조각이 복귀해서인지, 리브는 잠시나마 마음을 열었다.

항상 타인을 우선시하던 소녀는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때, 전 지휘관님 손바닥의 온도를 느꼈어요.

리브는 다른 한 손으로 지휘관이 벽을 부수다 생긴 손등의 새로운 상처를 살짝 만졌다.

손바닥을 떼자, 손등의 상처가 원래 없었다는 것처럼 회복했다.

소녀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지만, 말투는 더욱 굳건하고 진지했다.

지휘관님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좀 더 있어도 될까요?

마음을 연 리브는 더 이상 말에 그치지 않고, 방금처럼 행동도 솔직해졌다.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꽉 잡은 손은 놓을 기미가 없었다.

네. 지휘관님은 어디부터 듣고 싶으세요?

꽃향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

이 꽃바다의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휘관과 리브의 시곗바늘은 미래를 향해 돌았다.

눈을 다시 떴을 때 실험실의 하얀 불빛이 현실로 돌아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휘관님.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지휘관보다 먼저 깨어난 것처럼 보이는 리브가 있었다.

[player name]도 깨어났어. 오염의 흔적은 없어.

여기서 의식의 바다 복원과 교감 데이터 분석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데이터의 효율은 어떤가?

아직 통계 중이야.

아시모프는 이렇게 말하면서 앞에 있는 기기를 빠르게 조작했다. 각종 그래프와 코드가 스크린을 스쳐 지나갔다.

진행률 표시줄이 이동하는 동안, 데이터가 하나씩 저장되면서, 몇 배나 되는 분석 보고서가 나타났다. 표시줄이 채워지는 순간, 한 팝업창이 모든 이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앞쪽의 지루한 분석 보고는 생략하고 맨 뒷줄을 봤다.

"예상 부합"

데이터의 효율이 예상보다 높아, 다음 단계 실험을 준비할 수 있겠어.

이 말인즉, 너희들은 지금부터 한동안 끊임없는 시뮬레이션 실험에 참여하게 될 거라는 말이야. 심층 연결 기술에 대한 개선이 완료되기까지, 어떤 이유로든 공중 정원을 떠나서는 안 돼.

여기까지 말한 히포크라테스는 지휘관과 리브를 매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알겠어?

네.

물론 그 뒤엔, 정상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 하지만 정기 검사는 빠지면 안 돼.

바로 그때, 지휘관의 단말기가 갑자기 진동했다.

무엇 때문인지 오늘의 연락 시간은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지휘관님, 루시아와 리인가요?

교수님.

필요한 건 다 말했으니, 가도 돼.

개선하려는 게 완성되면, 화면을 사이에 두고 루시아와 리랑 말할 필요가 없겠죠?

때론 현실 앞 꿈의 무게가 무거울 수 있다.

몸의 한쪽에서 부드러운 부추김을 느꼈다.

지휘관님, 돌아가요.

그렇다고 아름다움을 두려워하거나, 동경을 버려선 안 된다.

영혼의 빛이 살아 있는 한, 불빛은 기나긴 밤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이끌어 올 것이다.

어둠 속에서 힘들게 나아갈 때, 서로가 함께 있다면 꿈은 더 이상 무거운 짐이 아니라, 희망 위에 피어난 날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