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바람이 장대비 넘어, 감춰진 세계인 "용들의 고향"으로 소식을 전했다.
결계에 속박돼 있던 고대의 트라이앵글이 사라졌다는 소식이었다.
리는 단말기의 시뮬레이션 전술 데이터 링크를 열어, 정보를 기록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모험가인 여러분은 감춰진 땅을 향해 여정을 떠나게 돼.
루시아는 단말기를 사용해, 임무를 단계별로 나눴다.
……
이건 임무 브리핑이 아니라 모험이니까, 그렇게 얽매일 필요 없어. 그냥 마음껏 즐기면 돼.
이건 내가 사전에 작성했던 두 번째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창위한테서 얻은 구룡 명절 요소를 추가해서 창작한 시나리오야.
다만 시나리오보다는 여러분을 즐겁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연출 부분은 다 나한테 맡겨도 좋아.
모두가 이렇게 같이 앉아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아이라, 이번에는 규칙이 어떻게 되나요?
규칙? 마음껏 발휘해 봐. 이번엔 롤 플레잉을 강요하지 않을 거야.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고요?
지난번에 랜덤으로 뽑은 성격이 활발, 온화 그리고 귀여움이었어요. 그런데도 전 정말 최선을 다해 연기했어요.
항구, 도시, 황야 중에 어떤 곳을 선택할까요?
정보 수집의 각도에서 보면, 도시에는 도서관이나 학교 같은 기관이 있으니, 그곳을 선택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보급도 다른 곳보다 괜찮을 거 같아요.
모두의 의견을 확인하고, 스크린에서 도시로 표시된 아이콘을 터치했다.
내가 선택 항목을 터치하기 전에, 선택 상자가 회색으로 변했다.
잠깐만...
아이라는 관리 시스템을 열어, 게임의 실행 상황을 확인했다.
실행 상태를 동기화해서 보면, 연결은 이상 없는데... 앗, 이거였구나, 유저 수가 문제였네.
분명히 방금 전에 내가 공개한 게임 시나리오인데, 유저들의 가입 속도가 너무 빨랐네. 아무래도 상대할 대상이 엄청난 베테랑인가 봐.
그럼, 다른 방법이 없으니, 항구를 선택하죠.
랜덤으로 선택되기 전에, 빠르게 선택해야 했다.
가이드 인터페이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씩 펼쳐지는 화면이 모두의 생각을 감싸며, 아이라가 만든 세계로 천천히 들어가게 했다.
……
사방에서 모든 것을 뒤덮을 것처럼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상쾌한 공기와 함께 해안으로 밀려왔다.
먼 곳에서 배의 돛대가 정오의 햇빛 아래서, 유유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 위로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가 끝없이 펼쳐진 해안선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속이 뻥 뚫릴만한 해안의 풍경이었다.
단말기에 표시된 화면이 틀리지 않는다면, 우린 하늘 위에 있었다.
시야에는 빠르게 스쳐 가는 흰 구름과 날아다니는 새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계속 확대되는 지상은, 모두가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이런 낙하 방식은 처음이에요.
낙하산 주세요. 아이라. 아니지. DM. 최대한 빠르게 제 낙하산을 찾아주세요.
미안, 이 항공편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우선, 지휘관님을 보호할 방법부터 찾도록 해요. 우린 구조체니까, 이렇게 바다에 떨어져도...
어머머, 명문 검술사 집안의 수습 용사인 루시아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여기 아래엔... 마을이에요. 위험해요! 어서 피하세요!
리브의 외침은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에 묻혔다. 고속으로 추락하는 그들 아래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일행들이 땅에 떨어져 큰 구멍을 만들기 전에, 보이지 않는 힘이 일행을 떠받쳐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게 했다.
공중에 떠 있다가 착지한 일행들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엄청난 환호성에 압도당했다.
마을 사람들이 하는 말을 파악해 보려고 했지만, 모두 "용사", "구원", "위기"와 같이 알 수 없는 단어들뿐이었다.
우두머리 남성이 앞으로 나와, 앞에 있던 그레이 레이븐 소대 전원에게 허리 굽혔다.
저의 소환에 응답해 주신 용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전 떠돌이 마법사인데,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도와줄 수 있는 분을 하늘에 소환 요청했습니다.
떠돌이 마법사라고 밝힌 남성은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마을 사람들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었다.
여러분!
바로, 이분들이 마을을 돕기 위해, 소환에 응한 용사들입니다. 으아아악!
마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흥분한 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왔고, 마법사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바닥에 넘어졌다.
용사님, 부디 우릴 도와주세요!
용사님! 용사님.
……
체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그레이 레이븐 소대 전원은 사람들을 헤치고 질주했다.
떠돌이 마법사는 더 이상 뛸 수 없어서, 지휘관이 주사위를 던져 해당 숫자가 나오면, 마법사를 업고 그곳으로 이동할 수는 있었다.
이때, 집 안에서는 다람쥐가 찻잔을 머리에 이고, 테이블 다리를 타고 올라가, 손님들 앞에 음료를 내려놨다. 그리고 손을 뻗어, 항아리에서 설탕 한 조각을 꺼냈다.
네 명의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그 떠돌이 마법사가 계속 후드 위에 "도안"인 커다란 신발 자국을 닦는 걸 지켜봤다.
그래서 우리에게 무엇을 부탁하고 싶은 건가요?
아직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정말 오랜만에 된 거라서요.
소환이 뽑기하고 비슷하다 보니, 할 때마다 다르고, 이번처럼 한 번에 4명의 용사님을 소환한 것도, 매우 드문 일입니다.
대박인 거죠~
낮은 목소리로 과장된 말투를 흉내 내는 떠돌이 마법사를 보니, 매우 기뻐한다는 것쯤은 알아챌 수 있었다.
생각했던 건, 소환에 응하는 용사님이 많지 않으면, 장작 줍기나 택배 받기, 아니면 옆 마을에 가서 막힌 변기 뚫기를 부탁하려고 했었습니다.
이런 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일반적인 의뢰 방식이 아닌 거 같은데요.
하긴, 이런 일은 일반적으로 바보들이나 하는 거죠.
하지만, 당신들은 명성이 자자한 용사들이에요.
정말로 그런 임무들을 부탁하려는 건 아니죠?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용사 소환자인 당신의 신분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증서 같은 게 있으면 더 좋아요.
신이시여~ 전 매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지, 남을 속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을 대하는 태도를 봐서라도, 절 의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용사 소대의 인원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다른 게 생각났을 뿐입니다.
전 여러분께서 세계를 구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 한마디에 다람쥐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그리고 커튼이 미풍에 흔들리자, 정지했던 모든 것이 다시 움직이는 것 같았다.
……
리액션이라도...
네? 지금 듣고 있으니, 계속해 주세요. 임무 목표는 세계를 구하라.
세계를 구하라는 어떻게 하는 거죠?
당연히 전설 속에 나오는 [고대의 트라이앵글]을 찾으러 가는 겁니다.
보셨다시피, 마을 사람들이 절 찾아온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고대의 트라이앵글]이 나타나기 전에는, 마을마다 괴물의 공격을 종종 받곤 했었는데, 용사가 [용들의 고향]에서 [고대의 트라이앵글] 모조품을 가져오자, 공격이 멈췄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양했던 모든 복제품이 분실돼 없어졌고...
그다음, 마을 무덤에 놓는다면, 정말 좋은 방법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봤을 때, 용사님이 말씀하신 건, 실행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차라리 원재료를 모으는 게, 더 좋을 거 같습니다.
충분한 원재료만 있다면, 제가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조품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잠시만요. "원재료로 모조품을 만든다."라고 기록 좀 할게요. 혹시 모조품을 만드는데, 성공률 같은 게 있나요?
음, 실패 확률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여러 번 시도해 오면서, 남을 속이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실패할 확률이 있다는 거네요?
흠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잖아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원재료를 3배 아니 4배로 준비하면 되죠? 그리고 다음은요?
진지한 표정으로 기록하는 루시아를 보며, 떠돌이 마법사는 기존에 설정했던 말투를 바꿔서, 최대한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모조품은 3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트윈스 소울]이며, 이건 [용들의 고향]에서만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근처 마을에서 이미 한 개를 빌렸습니다. 두 번째는 [완벽한 밧줄]로, 제가 암시장에서 구해 온 게 있는데, 한 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영혼 없는 육신]인데, 이게 저한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근처에 [영혼 없는 육신]을 만들 수 있는 원재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주위에 다가갈 수 없지만, 용사님이라면 가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