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게 한 식재료는 금방 산산조각으로 손질됐다. 이미 '초토화'된 주방은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지 못했다.
너희들 그래도 쓸만하네. 이렇게 하면 내가 받은 공양만으로도 충분해.
누구긴, 조왕신님이시다!
주방이 이렇게 된 게 당신 때문인가요?
루시아는 고개를 숙인 채 식칼을 움켜쥐었다. 자기의 시야에서 식칼의 철제 손잡이가 이미 움푹 패여진 것이 보였다.
내... 내가 만든 것이다. 근데 그건 너희들이 꾸물거리면서 공양을 올리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오늘이 제삿날인 것을 설마 모르는 것이냐?
공양이 부족해서, 내 어찌 하늘로 돌아가겠냐? 너희들에게 평가할 수도 없잖아!
자기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걸 느낀 조왕신은 크게 말하고 있었지만, 말투는 처음과 다르게 우쭐거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서 좀 항의했다. 설마 여기에서도 주방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운명인 건가?
힘을 조절하지 못했을 뿐이야. 공양이 부족해서 할 수 있는 일도 한정된단 말이야.
배고픈 상태에선 제대로 생각할 수 없어.
반대로 공양이 충분하면, 모든 일들이 내게는 식은 죽 먹기지.
방금 받은 공양만으로도 충분해.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럼 주방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나요?
당연히 문제없지. 날 얕보는 거냐!
전부 되돌리—
콜록콜록, 이게 아닌데.
모두 폭발시켜라!
'쾅쾅'
격렬한 폭발로 인한 빛과 흩날리는 모래 먼지가 순식간에 시야를 가렸다.
드디어 시야를 회복한 뒤, 눈앞의 주방은 원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나한테는 식은 죽 먹기일 뿐이야, 그리고 이건 공양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돼.
산산조각이 났던 식재료가 맛있는 요리로 변해 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뚝'
루시아가 들고 있었던 칼자루가 깨졌다.
요리할 기회를 빼앗긴 것이 아마도 주방이 망가진 것보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았다.
이제 가야겠다. 너희들 뭐라고 할 말이 있나?
난... 이 말을 듣고 싶어서 남은 거 아닌데, 흥!
조왕신은 한 줄기의 빛이 되었고, 부뚜막으로 들어갔다.
루시아는 한숨을 내쉬였고, 얼굴에 실망을 숨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