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이번 회의의 모든 내용입니다. 대장과 지휘관 여러분, 다른 의문 사항이 있으신가요?
천장에서 내려온 불빛이 회의실을 밝게 비췄고, 창밖의 시뮬레이션 하늘은 이미 어두운 밤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공지에는 짧은 회의라고 적혀 있었지만, 여지없이 긴 시간 동안 진행됐다.
없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이번 회의를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가 끝났다고 선포했을 때, 맨 뒷줄에 앉았는데도 세리카의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오늘은 야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인파와 함께 회의실 밖으로 나오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원들이 보였다.
어, 지휘관님이에요.
지휘관님, 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여기 있어요.
뒤에서 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지휘관, 나도 여기 있어!
길에서 귀찮은 문제를 만나서 시간이 좀 걸렸어요.
광장에서 길을 잃은 걸 말하는 거야?
내가 널 발견하지 못했다면, 너 완전 반대 방향으로 갈 뻔했어!
시끄러워요!
…
고맙긴, 원래도 지휘관을 만나려고 그랬는데.
지휘관을 찾으러 온 거야.
무슨 일로 우리 지휘관을 찾았어요?
대장과 반즈는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내게 심부름 일을 맡겼어.
카무이가 초대장 4장을 건넸다. 그 위에는 공중 정원의 한 유명한 식당 주소가 적혀 있었고, 시작 시간은 23:00이었다.
새해 파티 초대장이야.
작년 새해 파티의 영향으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조직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다들 임무가 없다면, 우리도 새해 파티를 한번 만들자고 제의했더니, 대장도 동의했어.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잖아!
작년에 예술 협회의 새해 파티가 활발했던 만큼, 올해 많은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연다고 했어.
세리카 말로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하산 의장님도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고 했어.
이런 일은 통신으로 말해도 되잖아요?
기념일인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줘야지.
너희들 꼭 와야 해. 난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러 간다!
카무이는 이 일에 대해 무척이나 기뻐하는 듯 급히 떠났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20:22라서, 파티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때까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차에, 단말기에서 몇 통의 메일 알림이 눈길을 끌었다. 회의 도중에 받은 것 같았다.
'지휘관님, 새로운 선물이 도착했어용. 확인 부탁드립니다!' 서명은 공중 정원의 과학 이사회였다.
하지만 기억 속의 과학 이사회는 이런 제멋대로의 격식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화법은 어떤 사람에 더 가까웠다.
"선물이 이미 오랫동안 놓아두어 있었어용. 계속 열지 않으면 걔가 외로울 거예요!" 서명은 여전히 과학 이사회였다.
그 후 몇 분 간격으로 메일이 왔지만, 내용에 별 차이가 없었다. 전부 다 휴게실 문 앞에 놓은 선물을 빨리 받으라고 재촉하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메일과 끝에서 두 번째 메일은 오랜 시간의 간격을 두었고, 회의 끝나기 몇 분 전에야 보내졌다.
'┘┘┘┘┘┘┘'
'┘┘┘┘┘┘┘┘┘┘┘┘┘┘'
'┘┘┘┘┘┘┘┘┘┘┘┘┘┘┘┘┘┘┘┘┘'
이 메일은 심지어 서명도 잊었다.
메일 내용을 볼 수 없었던 루시아는 단말기 계속 응시하고 있는 지휘관을 보고선,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지휘관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더 이상 폭발물이 아니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나나미를 본 지도 엄청 오래됐네요.
바로 그때, 메일 알림이 또 울렸다.
'어서 열어! 그렇지 않으면, 걔가 화낼 거야!'
'10, 9, 8, 7, 6.9, 6.8...'
망설이지 않고, 곧장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로 달려갔다.
지휘관님?!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돼버린 것 같네요.
머리는 극심한 산소 부족으로 어지러웠고, 기관지는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텅 비워진 것만 같은 가슴은 쉼 없이 산소를 흡수하고 있었다.
통신 중의 폭발 카운트다운과 같은 숫자 세는 소리가 언제 중단되었는지 모르겠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눈을 깜빡이며 안간힘을 썼다.
눈앞엔 익숙한 그레이 레이븐의 휴게실이었다. 상상했던 벽이 부서진 폐허와 같은 장면은 보이지 않았고, 소포 하나가 가장 눈에 띄는 문 앞의 위치에 놓여 있었다.
포장했던 사람은 끈을 복잡한 모양으로 엮으려고 했다가, 중간에 포기한 것 같았다.
소포의 끈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푸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이게 나나미가 보낸 선물인가요?
지휘관님, 나나미가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얘기했나요?
크기로 보면, 일단 나나미가 자신을 소포에 넣어서 배달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겠다.
이전의 경험으로서, 신중히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소포를 들어봤으니 의외로 무거웠다. 포장지를 통해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 공 모양인 물건이었다.
머릿속에 문득 나나미의 낙서에 있던 폭탄 그림이 스쳐 지나가자, 손놀림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나나미의 선물은 다치게 할 정도가 아니지만, 이렇게 신중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휴게실 문이 닫힌 후, 소포도 책상 위에 안전하게 놓였다.
그냥 뜯을까요?
……
리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엉망으로 지어진 매듭 때문에 머리가 아픈 건지, 아니면 이 선물을 안전하게 여는 방법을 고민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선물이라면, 나나미는 왜 지휘관님에게 직접 주지 않았을까요?
지휘관님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어쩌면 본인이 이 근처에 숨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웅~~?
소포 안에서 났는데, 어린 호랑이의 울음소리인 것 같네요.
아니에요. 지휘관님. 이건 어린 호랑이의 울음소리예요.
나나미가 보낸 선물에서 들렸어요.
설마 어린 호랑이를 보낸 건가요?
네, 안에 있는 건 생물이 아닌 것 같아요.
크기도 차이가 있으니, 진짜 작은 호랑이가 아닐 것 같아요.
나나미가 살아있는 생물을 소포 안에 넣어서 보냈을 리 없어요.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야옹~~?
네... 맞아요. 그런데 왜...
왜 소포 안에서 차례로 다른 소리가 나는지 궁금할 때쯤, 소포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처음엔 소포가 책상 위에서 조금씩 흔들렸는데, 흔들렸다가 자신이 무엇에 얽매여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됐다. 잠시 침묵 뒤, 두 개의 마름모꼴 검은 칼날이 포장지를 뚫고 나왔다.
지휘관님, 뒤로 물러서세요!
리브도 지휘관님을 잘 보호해요!
칼날이 포장지를 찌르는 순간, 리와 루시아는 마치 강한 적과 맞서듯 지휘관 앞을 가로막았다.
장비가 정비실에 놓여 있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들은 이미 무기를 꺼내었을지도 몰랐다.
그럼 이번 사과문은 도와드리지 않을 거예요.
네!
이런 상황에서도 소포 안의 내용물은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검은 칼날이 절개선을 따라 한 바퀴 돌자, 끈과 포장지가 산산조각이 되어 떨어졌다.
노출된 부분으로 동그란 모양에 가까운 검은색 물체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흔들림과 함께 몸에 붙어있던 종잇조각이 떨어지면서, 그의 모습을 드러냈다.
범 머리 형태의 로봇으로, 방금 끈을 자른 두 개의 칼날이 그의 '귀'였다.
자체 반중력 시스템을 이용해 공중으로 천천히 떠서 회전했고,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한 쌍이 무언가를 찾는 듯 붉은빛을 내뿜었다.
나나미가 만든 보조기인 건가요?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진짜 호랑이가 사냥감을 찾아낸 것처럼, 눈에서 붉은빛을 반짝였다가 지휘관을 향해 돌진했다.
야옹! 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