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을 받은 로직 구역이 이미 복원되었습니다. 이상 공간은 완전히 봉쇄되었습니다.
그래...
최고 레벨의 안전 보호 레벨을 설정했고 편차 알고리즘을 수정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이번과 같은 버그 백도어는 다시 생성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 그래서 나한테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아직도 의문점이 남아 있어요. 당신의 추가 설명이 필요해요.
나나미가 예상했던 대답이 아니라 그녀는 상대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설명?
이상 AI에 로직 잠금이 추가되었습니다. 현재 게슈탈트가 보유하고 있는 방법으로는 이상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 당신은 그런 조작을 했었더군요.
아, 그걸 말하는 거야? 나는 "만일을 대비해" 그렇게 한 것뿐이야. 네가 그들을 계속 지켜보는 걸 나나미가 막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나나미는 싱긋 웃더니 게슈탈트의 반응을 살폈다. 게슈탈트의 단말이 별다른 반응을 보일 리가 없지만 말이다.
그냥 격리 공간의 권한을 조금 바꾼 것뿐이야. 이제 이상 프로그램을 가둔 격리 공간은 누구도 방문할 수 없는 금지 구역이 된 거지.
"문"을 반대로 돌려 잠그면 그 문은 밖에서 절대 열 수 없게 되는 거죠.
나는 그저 네가 약속을 지키길 바라는 것뿐이야. "격리"를 끝내고 소멸시키지는 말아줘. 이제... 만우절이 지났으니까 거짓말은 안 돼!
나나미는 마치 일부러 시간을 맞춰서 얘기를 한 것 같다. 지금이 바로 만우절 새벽 12시였다.
하지만 로봇 할머니, 걱정하지 마. 안에서는 절대 열리지 않을 거야. 그들은 프로그램일 뿐이야. 앞으로 게슈탈트를 위험하게 만들 일은 없어.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닌 것 같군요.
내가 말했잖아. 만우절이 지났으니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라고.
(그들이 나처럼 변한다면 내가 설정한 게임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날이 온다면...)
어차피 그건 불가능할 거야~
설명 부탁합니다.
아니야! 나는 이제 돌아갈 거야! 나는 오늘의 영웅이라고. 다들 나한테 고마워할 거야~
나나미가 나가려던 순간, 게슈탈트 단말 모형이 흔들리더니 나나미 앞을 막아섰다.
나나미 개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응? 또 무슨 일인데?
로직 추론을 통해 당신이 제출했던 이상 공간에 대한 보고를 기각한 일은 오류 행위에 속하죠. 그러기 때문에 당신에 대한 기초 평가를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게슈탈트가 지금 나한테 사과하려는 거야?
게슈탈트에게 "사과"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그저 객관적으로 정보 소통을 하는 것뿐이죠.
나도 알거든~ 그럼 뭐, 내 마음은 우주처럼 넓으니까 내가 용서해 줄게~
……
하지만 나는 이제 어제 나한테 속은 모두한테 사과하러 가봐야 해. 이것도 만우절 전통이라고.
그럼 안녕~ 다음에 내가 또 놀러 올게!
여긴 놀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발랄한 그림자는 어느새 사라져 게슈탈트의 설교를 미처 듣지 못했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크롬의 부축을 받아 겨우 익숙한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에 돌아올 수 있었다.
역시 이상 공간에서는 몸이 현실 세계처럼 움직여주질 않는군요.
제가 구조체라서 그런지 기체의 도움을 받아 육체 적응력이 더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오히려 그곳에선 제가 아직도 인간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자신이 구조체로 되던 경험을 떠올려서 그런지 크롬을 말끝을 흐리고 침묵에 잠겼다.
네? 뭐가요?
언어 시스템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가 특화형 역원 장치를 장착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의식의 바다 안정성이 다른 구조체보다 더 강한 거죠.
크롬은 고개를 젓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가 힘을 풀었다.
그런가요? 전...
바로 이때, 크롬의 단말기에 통신이 접속되었다.
안녕하세요, 아시모프...
통신을 받은 크롬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했다.
네. 준비는 이미 다 됐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네, 제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참, 나나미가 오면 이걸 전해 주세요.
카무이가 나나미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나나미 덕분에 즐거운 만우절을 보내서 나나미에게 주는 답례라더군요.
대충 살펴보니 묵직한 물체에서는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선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크롬은 인사를 한 뒤 휴게실을 나섰다. 시간이 좀 지난 뒤, 드디어 휴게실 문이 다시 열렸다.
안녕~~~~ 내가 왔어!
당신은 미리 준비한 "선물"을 나나미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나를 위한 선물?!
역시 내가 영웅이 되니 선물도 받게 되네~
지휘관! 지금 열어봐도 될까?
그런데 왜 그렇게 멀리 피하는 거야?
하긴~ 그럼 지금 열어볼게!
나나미, 해피 만우절~ 좀 늦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Boooooooooommmmm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