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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위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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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정원은 인간과 구조체의 세상 최후의 낙원이다.

적어도 지상에 잔뜩 퍼진 퍼니싱과 침식체들은 아직 근접 궤도의 "거대한 성"을 위협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마저 위험해진다면...

공포

그리고 절망......

그것은 공중 정원의 발버둥 치는 생존자를 집어삼킬 것이다.

야.... 정말 여기가 확실해?

나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앞에 있는 방으로 돌렸다. 그곳은 공중 정원의 용품 창고 같았다. 공중 정원에는 비슷한 창고가 수없이 많지만 그중 대부분은 장기 폐기되어 용도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안에 있어...

자동문은 고장이 났는지 열린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조명이 없어 방 안은 여전히 어둠기만 했다.

정말? 침식체가 어떻게 공중 정원에 침입한 거지?

날 믿어줘... 내가 방금... 흑흑...

카레니나는 그제야 나나미의 왼쪽 발에 불꽃이 튕기고 있는 걸 발견했다. 중상을 입은 그녀가 거짓말을 할 것 같진 않았다.

야, 너 괜찮은 거야?! 일단 다른 멤버한테 지원 요청하자...

나나미는 겉보기에 산만한 애 같지만 구조체로서의 전투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카레니나도 알고 있다.

시간이 없어. 만약 그 침식체가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도망친다면...

바닥에 주저앉았던 나나미는 버둥거리며 일어서려 했지만 발에 입은 상처가 꽤 아픈 모양이었다.

나나미, 넌 가서 지원 요청하고 상처부터 복구시켜. 여긴 나한테 맡겨!

역시 카레쨩! 정말 믿음직스러워! 공중 정원 최강! 제일 믿음직해!

그... 그래? 그럼 루시아보다... 내가 더 강한 거야?

나나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깐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음,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카레쨩이 제일 강하다고 생각해!

크흠, 흥, 그건...당연한 거지!

카레니나는 아무렇지 않는 듯 도도한 표정을 지었지만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굳이 말 안 해도 알거든... 난 침식체가 공중 정원을 위협하는 일은 절대 용납 못해.

책임감과 허영심에 힘입어 카레니나는 대포를 들고 다시 칠흑 같은 방으로 뛰어들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창고는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구석구석에서 먼지 냄새가 풍겨 카레니나의 후각 신호 장치를 자극했다.

적군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카레니나는 조심스레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야시 장비를 챙길 걸 그랬어...

바로 이때, 갑자기 불이 들어오더니 불빛 아래에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카레니나 눈앞에 나타났다.

……

잔뜩 긴장하고 있던 카레니나는 "그것"을 적군으로 인식하고 바로 포탄을 발사했다.

죽어!!! 다 죽어버려!!!

폭발의 충격은 모든 잡동사니를 날려버렸고 방안에는 온통 잔해와 먼지뿐이었다. 그리고 폭발의 여파로 카레니나의 모습마저 처량해 보였다.

콜록콜록... 이 정도 폭발이면 저 자식도 살아있을 리가 없겠지.

카레니나는 연기를 헤치며 앞을 주시했다. 방금 전 포탄에 명중된 거대한 "침식체"는 종이 박스와 폐기된 튜브로 조잡해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음, 아주 좋아~ 이제 카레쨩도 나한테 속았어~

카레니나는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었고 방금 전까지 절뚝거리던 나나미가 멀쩡하게 달려오는 걸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깜짝 놀랐네. 거짓말하다가 들킬 줄 알았어, 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야.

야! 이 녀석이 정말! 그래서 침식체가 있다는 게 거짓말이었어?!

공중 정원에 침식체가 있을 리가 없잖아? 카레쨩, 너 너무 쉽게 당하는 거 아니야?

나!!!!나!!!!미!!!!

응? 카레쨩, 왜 화가 난 거지?

[삐——]!!! 지금 화 안 나게 생겼어?

나나미가 예술 협회 자료를 봤거든. 오늘은 "만우절"이야! 서로 장난을 칠 수 있는 날이라고~ 그리고 장난에 당한 사람은 절대 화를 내면 안 된다고 했어.

카레니나는 싱글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나나미를 붙잡았다. 당장 욕설이 나올 것 같았지만 괜히 자기가 농담도 소화시키지 못하는 어린애처럼 보일까 걱정되기도 했다.

[삐——]! 너...

응?

윽...

결국 카레니나는 화를 꾹 참고 나나미를 풀어주었다.

포화로 인해 종이박스에 불이 붙었고 자동 소방 장치에서 물이 쏟아졌다. 온몸이 다 젖은 카레니나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텅 빈 창고의 끝에서 분노의 외침 소리와 강력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음, "카레쨩 놀리기" 목표 달성~ 너무 기대돼. 다들 나를 위해 어떤 거짓말을 준비했을까?

나나미는 이름이 빼곡하게 적힌 노트를 꺼냈고 펜으로 "카레니나"의 이름 위에 선을 그었다. 카레니나는 이미 당했음을 의미하는 듯했다.

그런데 왜 다들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 이상하네. 설마 내가 준비한 거짓말이 재미없는 건가?

이때, 나나미의 머릿속에서 어떤 의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나미라는 개체는 행동거지가 굉장히 괴이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참고할 수 있는 선례도 없다.

와! 깜짝 놀랐네... 로봇 할머니였구나...

머릿속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리자 나나미는 깜짝 놀라 뛰어올랐고 긴 머리카락도 따라서 찰랑거렸다.

기만, 사기, 허구... 거짓말을 하는 걸 즐거움으로 여기는 건 절대 배우면 안 돼.

하지만... 오늘은 만우절이잖아. 이건 인간 문화의 일부분이라고.

인간의 문화에는 훌륭한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있어. 넌 인간의 정확한 감정을 배우고 허구와 거짓말을 버려야 완벽하게 선한 존재가 될 수 있어. 절대 타인을 속이는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껴선 안 돼.

어쩌다 맞이하는 명절이잖아. 나는 친구들이랑 놀고 싶단 말이야... 아, 통신이 중단됐네.

나나미가 해명하려던 순간, 출처불명의 소리는 나타날 때와 같이 갑작스레 사라졌다.

머릿속에서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나나미도 흥미를 잃고 말았다. 나나미는 노트를 힐끗 바라보다가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럼 이제 뭘 하면 좋을까... 참! 어쩌다 공중 정원에 왔으니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만나러 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