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쉿——
공터의 중간에 서 있던 나나미가 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괜찮아, 괜찮아.
……
나나미의 위로에 석도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석은 잔뜩 겁먹은 동물처럼 소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볐다.
정말 조용해졌잖아...
나나미는... 참 특별한 아이네요.
참 이상하군. 이 석이라는 로봇 말이야.
이 근처에 광산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그리고 일부 구역에 "불명 물체"가 난입해 소동을 부린다는 소문도 들었었지.
근거 없는 헛소문이 "새해 전설"과 연결돼서 새로운 전설이 된 건가?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 녀석들은 평범한 침식체들과 달리 자체 의식을 가지고 있어.
와타나베는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내가 잘 모르는 기체일지도... 너희 소대 그 남성 멤버에게 물어봐, 혹시 알고 있을 수도 모르지.
자네도 그 녀석 외에 다른 멤버를 떠올릴 리가 없을 텐데?
지휘관님!
지휘관님!
목소리가 전해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푸른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청년이 미간을 찌푸린 채 앞에 서 있었다.
리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는 리브...
지휘관님——
그리고 루시아도 있었다.
……!!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루시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활짝 웃었다.
지휘관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음...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던 리브가 멍한 표정으로 멈춰 서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지휘관님... 와타나베... 비앙카와 카레니나, 아, 그리고 나나미까지...
다들 지금...
환영회라도 열려는 거예요?
환영회? 리브의 말에 뒤돌아보니 방금 "함정 설치"를 위해 쇼핑몰 곳곳에 걸어둔 빨간 장식품이 눈에 들어왔고 마침 하늘에서 붉은 봉투가 하늘하늘 춤추며 떨어져 내렸다.
석은 공터의 중간에 멈추었다. 나나미가 석을 위로하자 "삐삐" 소리를 냈는데 신기하면서도 귀여운 마스코트와도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울고 있던 남자아이는 놀란 얼굴로 나나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 정말 착해졌잖아!
그래. 석은 그냥 깜짝 놀란 것뿐이야. 이렇게 머리를 만져주면 착해질 거야.
슈에이는 절반쯤 내려온 콧물을 들이킨 뒤 기대감에 눈이 반짝였다.
한번 만져봐도 될까?
당연하지! 석과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모두 석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석은 이렇게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좋아하거든~ 새해 파티 같은 분위기 말이야. 하지만 퍼니싱 때문에 행동 범위가 제한됐어. 석을 위해 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다 잘 될 거야...
저 아이들은 집을 잃은 불쌍한 존재들이야... 괜찮아... 이제 집에 도착했어...
나나미는 석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동요를 흥얼거렸다.
정말이네...! 왠지 귀엽다! 와타나베 아저씨, 얘를 영지로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당연히 안 되지...
와타나베 아저씨!!
와타나베는 또다시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레이 레이븐! 왜 이제야 오는 거야!
참나! 너희들 지휘관 말이야. 모시기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나한테 던져주면 어떡해!!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죠?
왜 항상 간단한 임무를 이렇게 복잡하게 진행하시는 걸까요?
분위기가 서서히 풀릴 때쯤, 통신이 걸려들어왔다.
여러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안전하게 도착했겠죠?
모두에게 전달할 사항이 있어서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이사회에서 새로운 임무를 발송했습니다...
...라고 농담을 하고 싶지만, 공중 정원은 악마가 아니랍니다. 여러분들의 노고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정식 공지를 전달할겠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휴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지금부터요. 사실은 궤도 수송선을 수리해야 해서요. 수리 완료 전까지 푹 쉬세요.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세리카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통신을 끊어버렸다. 업무시간 연장은 단 1초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결연함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리가 잔뜩 굳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코트는 뭡니까?
그럼요.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요.
저도 알아요. 공중 정원 소속 지휘관이 왜 망각자의 제복을 입고 있는지 질문해 본 겁니다.
설마... 여기에 위치 추적 장치를 숨긴 건 아니겠죠? 와타나베?
와타나베는 인정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공중 정원의 보호 장비에 대한 피드백을 올려야겠어요.
……?
위치 추적 장치라뇨? 임무는 이미 끝났는 걸요?
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한편 와타나베는 몰래 뛰쳐나온 두 남자아이에게 다리 하나씩 잡힌 채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은 불쌍하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했다.
제발요, 제발요, 제발요--
석을 데리고 가요. 너무 불쌍하잖아요... 와타나베 오빠...
방금도 말했잖아. 절대 안 된다고.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침식 가능성을 완전히 제외할 순 없어. 그러니까...
와타나베는 나나미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와타나베 아저씨, 우리 이 녀석들은 위험한 애들이 아니라고요! 저도 이 아이들을 간섭하지 않을 거고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와타나베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왔다.
그래. 영지로 돌아가서 너희가 만든 장식품을 가지고 와. 어차피 어디서 하든 상관없잖아?
정말, 정말이야? 너희들도 장식을 준비한 거야?
뭐... 딱히 안 될 것도 없지만.
이제 생각났네. 이 문제는 반드시 너희들에게 책임을 물을 거야...
이, 이게 다 "물자 상인" 당신 때문이잖아! 우리랑 함께하기로 해놓고 우리가 잠든 사이에 인사도 없이 없어지다니!
애니는 "물자 상인"에게 등불 선물을 전달하려고 그렇게 신경 썼고... 그러다 와타나베 아저씨한테서 [player name], 그쪽이 위험해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는 당신이 오아시스에 왔던 수많은 사람들처럼... 떠난 뒤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까 봐 무서웠어...
그래서 몰래 빠져나온 거야...
죄송해요... 와타나베 아저씨... 그리고 "물자 상인", 진작 그 등불을 선물로 드렸어야 했는데...
우리가 고맙지!
우리랑 놀아줘서 고마워. 아직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남자아이는 소맷자락으로 대충 눈물을 닦았다. 옆에 서 있던 여자아이도 입술을 꽉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물자 상인", 이걸 받아주세요.
여자아이가 등 뒤에서 정교한 수공예 등불을 꺼냈다.
남자아이는 코를 훌쩍이더니 당신을 향해 메롱을 날리고 여자아이의 손을 잡았다.
돌아가서 디카드도 여기로 데리고 오자! 아직도 걱정하고 있을 거야!
응!
손에 쥔 등불을 이리저리 훑어봤다. 여기까지 오느라 조금 마모되긴 했지만 불빛은 여전히 맑고 밝았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와타나베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말했잖아. 다들 귀엽다고.
……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어떤 표정을 짓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옷 돌려주려고 온 건가?
리는 레이저라도 뿜을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타나베는 코트를 받아 들었다.
……
......정말 고맙네.
강조하는데 난 네 소대의 멤버가 아니야. 이건 온전히 내 의지대로 내린 결정이야.
이곳의 밤은 너무 위험해. 비록 지휘관이긴 하지만 넌 인간이잖아. 대원들이 옆에 없으니 걱정이 돼서 말이야.
망각자들은 이곳의 주인이야. 난 함께 싸웠던 동료들이 이 땅에서 다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돌발 사건을 처리하는 능력은 참 대단해. 항상 날 놀라게 만들어.
미안, 내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했네.
와타나베가 당신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굳이 그러고 싶다면 말리진 않을게.
앞으로의 여정도 즐거웠으면 좋겠어. [player name].
됐어요. 데이터 수집도 끝냈어요.
잘 됐네요. 이 데이터를 아시모프에게 전송한 다음 저희도 지휘관님과 함께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거죠?
어, 지휘관님께서 리 씨의 코트를 걸치고 계시네요?
여기 기온이 너무 낮긴 하지. 리는 투덜거리긴 해도 사실 마음이 따뜻하고 속이 깊은 사람인 걸.
루시아도요!
응?
루시아도 그렇다고요. 항상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모든 사람을 보살펴주고 있잖아요. 고마워요, 루시아. 1년 동안 수고 많았어요. 루시아와 지휘관님의 리드가 없었다면...
리브, 넌 우리와 같은 소대인 동료잖아!
네...?
리브도 마찬가지야. 항상 타인의 장점을 가장 먼저 캐치하지... 사실 리브도 누구 못지않게 빛나는 존재인걸.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라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거야.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그건 그레이 레이븐이 아니지.
……
…………
루시아, 고마워요!
아시모프는 아직도 안에서 일하고 있어?
네,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업로드한 데이터를 받은 것 같아요. 방금 전 획기적인 발견이 있다며 중얼거리시던데요...
실험실에서 휴가를 보낼까 봐 걱정이 되네. 세리카, 자주 아시모프 좀 들여다봐. 과로하지 않게.
네, 네. 알겠어요! 제가 지켜볼게요!
야근 수당이나 제대로 주세요!
하하, 농담인 거 알지? 굳이 널 귀찮게 할 생각 없어. 이번 휴가를 제대로 즐겨.
그랬으면 좋겠네요... 올해 휴가에는 추가 업무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옛날 동양 달력을 따르는 직원들의 새해 카드" 같은 것도 받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싫어?
황금시대의 구식 유머로 꾸며진 축복 메시지는... 정말 최악이에요. 정말 받고 싶지 않아요.
혹시 모를까 해서 말하는 건데, 지금 두 사람이 하는 말 다 들리거든.
그래요? 방금 아시모프와 연관된 험담은 안 한 것 같은데요?
세리카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니까 내 말은... 시끄러워서 집중을 못하겠다고...
하하하하하.
하산도 컵을 들었다. 컵에는 세리카가 억지로 바꾼 건강차가 담겨있었다.
그럼 그만 방해하고 이만 갈게. 오늘 밤엔 나도 약속이 있어서...
그 약속이라는 게 설마 니콜라 사령관님과 한잔 하시는 건 아니겠죠?
음... 글쎄...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도... 가끔씩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하산 의장님.
그럼 전 퇴근할게요. 동양 달력 기준이긴 하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아——세리카, 아시모프.
그리고 에덴, 새해 복 많이 받아.
반즈는? 반즈는? 크롬 대장!! 반즈는?
아마 방에 있을 거야. 왜 그래?
방에 없다고! 우리 같이 밤새 새해 파티를 열려고 했는데 혼자 도망치다니!!
밤새... 새해 파티라... 반즈가 동의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그건 동양 달력에 기록된 명절 아니야? 너랑 무슨 상관이지?
거짓말쟁이!! 잡히기만 해봐!! 그리고 대장! 동양 달력이든 서양 달력이든 명절이면 즐겁게 보내야지!
크롬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달려나가려던 카무이를 잡았다.
됐어, 소란 피우는 건 여기까지. 내가 찾아줄 테니까, 그만 돌아다녀.
오랜만에 다들 모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정말? 좋아!
응.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 측에도 축복 통신을 보내자.
로제타 왜 그래?
별거 아니야. 고향 생각이 나서...
응? 로제타의 고향에도 "새해"가 있었어?
정확하게 말하면 그 어느 역법에도 속하지 않는 "새해"였지. 우리는 1년 내내 겨울이라 명절이 별로 없었어. 하지만 새해가 시작될 때면 숲을 지키는 자들은 의식을 거행하곤 했지. 모닥불도 피우고 새로운 한해를 위해 기도했어.
모닥불을 피우고... 그걸 둘러싸고 파티를 하는 거야?
응.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잖아! 얼마 전에 홀로그램 모닥불 장치를 만들었거든. 다들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장치라고 비웃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줘야겠어!
응...?
어차피 우리 갈 데도 없잖아. 다들 같이 모여서 보내면 더 즐겁지 않겠어? 로제타도 얼른 와봐. 내 신규 발명품을 보라고!
하지만...
뭘 망설이는 거야. 가자!
그래... 좋아.
멀리 있는 동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부자되세요!!!
세뱃돈, 내놔.
……
왜 나한테 세뱃돈을 달라고 하는 건데!
이건 예법이잖아. 서로 세뱃돈을 교환하며 축복을 전달하는 거라고. 구룡 사람이라면서 이런 것도 몰라?
나랑 소피아는 모두를 위해 봉투에 두둑이 넣었다고. 네 세뱃돈이랑 교환하려고. 우리 성의를 이렇게 져버릴 거야?
저, 정말?
우리가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어? 이 봉투 두께 좀 봐! 성의가 보이지 않냐고!
그, 그래... 음, 난 곤충 코인 밖에 없긴 한데...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창위는 포뢰가 건넨 봉투를 빠르게 받고는 그 보답으로 두 개의 두꺼운 붉은 봉투를 건넸다.
와, 봉투가 정말 두껍네!
포뢰는 기대감에 부풀어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어보았다.
가자, 소피아. 다음 사람한테서 세뱃돈 받아야지~
큰돈 줄 사람 어디 없나?
창, 창위!!
뒤에서 포뢰의 비명이 들려왔다.
새해가 시작됐잖아. 그러니 새해의 운명에 순응해~
이 사기꾼아! 코인 돌려줘!!
데이터 수집을 마친 리브 일행도 돌어왔다.
지휘관님... 눈이 내리네요.
그러니까요...
마지막으로 눈을 봤던 때가 언제였더라...
지휘관님, 장식은 거의 다 끝났어요.
조금 있다가 눈 크게 뜨고 제대로 봐야 해!! 내가 터트린 폭죽이거든!!
흥, 특히 너. 루시아!
......그래. 카레니나가 터뜨린 폭죽이니 나도 열심히 볼게.
윽! 너무 진지하니까 닭살이 나잖아!
카레쨩! 얼른 와봐! 나나미는 준비 다 끝냈어!!
간다, 가!
와타나베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망각자 아이들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다 한숨을 쉬었다.
반은 노천인 쇼핑몰에 장식품과 등불이 한가득 걸려있고 바람에 따라 흔들거렸다. 바람에 살짝 한기가 느껴졌지만 코트를 입고 있는 덕분에 전혀 춥지 않았다.
영상 데이트도 전송했어요.
됐거든요... 앞으로는 통신기를 망가트리면 안 돼요.
정확하게 뭐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이 현상을 굳이 설명해야 한다면 "각성"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네요.
우리 구조체와 다른 로봇이 "자체 의식"을 가지게 된 거에요.
믿기지 않으시죠?
의식과 물질... 그리고 그 사이에 연결된 무언가가...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일단은 "기계 각성"이라고 설명할 수밖에요.
이 현상의 메커니즘과 로봇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의식"을 가지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로봇 각성" 현상을 연구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아시모프가 하는 실험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아시모프는 이미 새로운 걸 발견한 것 같아요. 하지만 석 자체가 아니라 석에 숨겨져 있는 특별한 정보에 관한 것 같아요.
"석"이 보여주는 "로봇 각성" 현상을 우리의 "수행 지원 유닛"에 응용할 수 있다면...
아시모프는 이미 새로운 프로젝트를 신청했다네요. 하지만 그 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저도 알 권한이 없죠.
리의 곁에서 떠다니고 있던 수행 지원 유닛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수행 지원 유닛의 정밀성과 보조 기능은 확실히 뛰어나긴 해요... 하지만 이 외형은 정말... 전개 후에도 좀 더 심플한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네요.
……
이제 곧 폭죽을 터트린대요. 지휘관님.
리브는 상기된 얼굴로 잔뜩 긴장한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길게 늘어진 소리에 잇따라 거대한 폭죽 소리가 들려오더니 하늘에 불꽃이 피어났다. 정교한 패턴은 없었지만 성대하고 심금을 울리는 것 같았다.
지휘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휘관님, 함께 설날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너무 기뻐요.
고맙습니다. 지휘관님.
루시아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리브는 동경 어린 눈빛으로 불꽃을 바라보았고 분위기는 너무나 평화롭고 따뜻했다.
나란히 서 있던 리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역시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옆에 있는 나나미는 카레니나의 팔을 잡고 폴짝폴짝 뛰며 그녀의 팔을 휘둘렀고. 카레니나도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나나미를 끌어안았다.
비앙카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불꽃의 불빛은 그녀의 얼굴에 부드러운 빛을 드리웠다.
와타나베는 조용히 실외로 물러섰다. 불필요한 사고를 피하고 위해서였다. 그의 회색 눈동자에 펑펑 터지는 불꽃과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모습이 비추어졌다.
석들은 작은 동물처럼 서로에게 기대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과 사물들은 무한한 세상의 변두리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황량한 대지 위, 마지막 불꽃처럼 말이다.
겨울이 끝난 지금, 모든 게 원만하게 끝난 듯하다. "새해"와 "봄맞이" 행사는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고 우리들의 마음도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layer n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