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작동하면서 나는 잡음 외에는 언제나 조용한 실험실에서 갑자기 가벼운 기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콜록...콜록...
예술 협회의 회장인 앨런은 과학 이사회의 실험실에 올 일이 거의 없었다. 이곳의 각종 시약과 전자 부품의 강렬한 냄새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지독했다...이런 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오랜 시간 동안 버티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눈앞에서 소형 스크린을 노려보며 고민에 빠진 아시모프는 이 냄새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게 분명했다.
콜록콜록...
앨런은 억지로 큰 소리를 내 기침을 했지만 그래도 아시모프의 주의는 끌 수 없자 어찌할 줄 몰랐다.
앨런이 어떻게 하면 너무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아시모프에게 인기척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전에, 아시모프는 손에 든 공구와 기기를 내려놓고 이미 예상한 것처럼 앨런을 쳐다봤다.
앨런, 미안하군...오래 기다리게해서.
오래 기다린 건 아니지만, 그쪽에서 의뢰한 거니 적어도 시간은 지켰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나도 예술 협회의 회장이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거든...
앨런은 웃으면서 실험실에서 가장 깨끗해 보이는 의자에 우아하게 앉았다.
과학 이사회가 직접 의뢰한 거니까요. 이런 경우는 잘 없잖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나 실용성만을 중시하는 과학 이사회가 우리에게 "수행 지원 유닛"의 디자인을 맡긴 이유가 궁금하기도 해서요.
아시모프는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하죠. 일단 제게 이 "수행 지원 유닛"이 어떤 건지 설명해 주세요. 솔직히 과학 연구원이 쓴 의뢰서는 알아보기 힘들거든요.
앨런이 의뢰서를 꺼내 테이블에 펼치자 아시모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움직여 홀로그램 전술 모형을 펼쳤다. 그 위에는 지상 작전 부대의 상황이 표시되어 있었다.
음… 너도 알겠지만 지금의 집행 부대가 활약해준 덕분에 지상 반격전은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어. 침식 정도가 낮은 구역에는 보육 구역을 세웠고, 전선도 침식이 심각한 구역을 향해 계속 밀고 나가고 있지.
알고 있어요. 의회의 일원으로서 집행 부대의 움직임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
그럼 설명하기 쉽겠네...전선 구역이 넓어지면서 집행 부대가 고농도 퍼니싱 구역에 깊이 잠입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아시모프는 전술 모형 중에서도 색상이 점점 짙어져 가는 구역을 가리켰다. 그 색상은 퍼니싱의 침식 정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퍼니싱을 없앨 수단이 없으니 각종 미지의 침식 구역에 강제로 진입할 수밖에 없죠.
그래. 퍼니싱 농도가 높은 구역에서 활동할 때 가장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건 실제로 작전을 수행하는 구조체 대원이 아니야. 대원의 의식의 바다에 마인드 표식을 제공해 안정시키는 지휘관이지.
저도 관련 보고를 읽었어요. "중도 재난 지역"처럼 아예 진입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일부 지역의 퍼니싱 농도가 정상 수준보다 높더군요.
사실 구조체 대원을 따라 고농도 구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지휘관은 얼마 안 돼. 그러기 때문에 지속 작전의 난이도와 위험이 확 올라간 거야.
그래서 찾은 해결법이...이 "수행 지원 유닛"이라는 건가요?
아시모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그램을 전환해 수행 지원 유닛의 설계 계획안을 보였다.
수행 지원 유닛은 보조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기 위해 개발된 거야. 역원 장치가 지휘관에게 주는 부담을 줄이는 게 목적이지.
구조체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인지를 해야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인간의 인지"라는 건 과학적으로 판명하기 어려운 영역이지.
그래서 일부 연구원은 설계상으로 수행원이자 동료라는 느낌을 부각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 마치 과거 인간의 "애완동물"처럼 말이야. 그래서 외관적으로도 "생물"처럼 보였으면 해.
아시모프가 연구원들이 직접 디자인한 외형을 몇 가지 보여줬지만...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곧 새해다보니 과학 이사회에서도 처리할 잡다한 일이 많거든.
그렇군요...그래서 예술 협회에 설계를 맡겼나 보네요.
그나저나 과학 이사회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다고 인정할 줄은 몰랐네요.
아시모프는 홀로그램 영상을 끈 후 다시 의자에 기댔다. 그리고 무언가 고민하는 듯 데이터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소형 스크린을 바라봤다.
구조체든 의식의 바다 기술이든 아직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해. 지금의 많은 성과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들 뿐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그 경험들과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고 공중 정원에 필요한 힘으로 전환하는 것 뿐이다.
고개를 끄덕인 앨런은 다시 의뢰서를 집었다.
네. 이 "수행 지원 유닛"의 디자인과 제작은 우리 예술 협회에서 맡을게요.
곧 새해이니 시험 모델은 십이간지에 따라 디자인하는 게 좋겠어요. 특정 개념을 더한 "수행 지원 유닛"이 인간의 인지를 높이는데 더 효과적일 테니까요.
이미 디자인 방향을 정했다면 좋지. 그럼 시간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 그래도 테스트할 시간 정도는 남겨뒀으면 해. 그러니...
사흘요. 첫 번째 초기 모델의 수행 지원 유닛 시험 기체는 사흘 내에 과학 이사회로 전달하죠.
사흘? 게다가 완성된 기체라고...? 지금 농담하는 건 아니겠지?
아시모프는 놀란 듯 앨런을 쳐다봤지만 농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설마 잊은 건 아니겠죠? 예술 협회에는 뛰어난 예술가 외에 뛰어난 기술자도 있어요.
아시모프는 생각에 빠진 듯 손에 든 펜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아, 레오니군...그녀가 맡아주는 거라면 확실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아시모프의 확답을 받은 앨런은 의자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그럼 부탁하지. 그리고...음...
아시모프는 아직도 뭔가 망설이는 듯 머뭇거리더니 이어서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앨런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의뢰서를 챙겼다.
아시모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