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흔들...
배 머리에 서 있는 기분은 참 좋네. 그런데 바람이 없어서 아쉬워. 통제실한테 속도를 높이라고 하면 안 돼?
흔들…흔들흔들
전에 뱃머리라는 물건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 배에도 하나 달까? 내가 거래하는 사람이 있는데 20% 할인해 줄게.
흔들흔들…흔들흔들
두 사람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야항선 함교에 작업 요원 외 세 구조체가 서 있다. 한쪽에는 손님이지만 기세가 전혀 밀리지 않는 아딜레의 두 사람이었다.
다른 한쪽에는 배에서 그들을 접대하고 있는 포뢰였다.
소피아는 어서 난간에서 내려와. 전용 망원경이 따로 있으니까 굳이 눈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네가 떨어지면 배를 멈추고 널 건져내야 해!
그리고 창위, 내 사람들을 속여서 이상한 계약 같은 거 하지 마. 배에서 이상한 조각상들이 돌아다니는 건 두고 볼 수 없으니까.
응...
흥, 그럼 너무 재미없잖아.
포뢰의 말에 아딜레의 두 구조체는 고분고분 갑판으로 돌아오더니 기묘한 눈빛으로 포뢰를 바라보았다. 포뢰에게 다른 놀거리를 찾아달라는 뜻이었다.
아이들의 보모 노릇을 한다는 게 참 힘들다는 걸 이제야 처음으로 느끼네...
너도 딱히 나이가 많아 보이진 않는데?
응, 만약 나나미가 있었다면 우리 꼬맹이 동맹은 4명을 채울 수 있었을 텐데!
누가 꼬맹이 동맹에 가입한다고 했어!
휴, 왜 이렇게 된 걸까?
이 배와 아딜레가 해운 계약을 맺은 것 때문 아니야?
그리고 우린 화물을 지키는 호위병이고.
두 호위병이 화물을 지키는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그런 것보다 통신 준비는 됐어?
화제를 돌리는 건가...
그럼 어서 통신실로 이동하자.
이봐, 마음대로 말 바꾸지 마. 오늘 제대로 배 위의 규정에 대해서 알려줄 테니까!
포뢰는 무기를 뽑아 도망치려는 아딜레의 두 사람을 막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얼마나 '규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포뢰를 보던 두 사람의 표정은 딱히 난처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너...그런 성격이면 누구도 널 좋아하지 않을 거야!
너네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거든!
자밀라가 이렇게 말했어. 오늘은 오늘의 술에 취해야 한다고.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물건을 줄테니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자.
그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니거든...
비록 불평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포뢰는 소피아가 등 뒤에서 꺼낸 신기한 유리병을 받아들고 꿀꺽꿀꺽 삼켰다.
……
이건 바닷물이잖아!
식초병이 땅에 떨어져버렸네...
이건 식초가 아니라 바닷물이라고!
이건 식초라는 이름의 바닷물이야. 어쨌든 한 병에 250 정도는 해. 그런데 병까지 깨버렸으니 환불이 안 되겠네.
250??? 이걸 깨뜨라다니…
소피아의 말에 포뢰는 후회 가득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흑흑…난 분명 말했어. 나 혼자서 이 두 사람을 상대할 수 없다고. 구룡파의 다른 사람들이 어서 돌아와야 할 텐데. 흑...
음, 너무 심하게 괴롭혔나? 소피아.
하긴, 미안해. 그냥 장난친 것뿐이야.
응?
어쨌든 네가 말한 규정과 배에서 있었던 일은 다음에 얘기하자. 일단 이 사탕부터 받아. 같이 '메시지'를 남기러 가야지.
아, 음…그래. 지금은 통신이 연결된 틈을 타서 빨리 메시지를 남겨야지.
포뢰는 얼른 사탕 껍질을 까고 삼켜버렸다. 이어서 아딜레의 두 사람을 데리고 통신실로 향하려 했지만, 누군가 갑자기 그녀의 양쪽 어깨를 잡았다.
사탕 가격은 250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