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자와 격렬한 전투를 벌인 후, 야항선은 외곽 방어와 해상 방위 거점이 되었고, 그 갑판 위에는 아직도 부상자 몇몇이 쓰러져 있었다.
야항선의 선원 외에도 방어에 협조하기 위해 남은 망각자 병사와 아딜레 상업 연맹의 멤버가 있었다.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가던 포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지금 그녀에겐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조심해요! 구석구석 다 잘 묶어둬야 되거든요. 매듭 묶는 방법을 아직도 익히지 못한 거예요?
포뢰는 선원에게 야항선에 있는 화물들을 옮기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이 화물들도 한때는 야항선이 오랫동안 운행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 소중한 것들이었는데, 다 옮길 수 없게 됐으니, 결국 처리할 수밖에 없겠죠. 솔직히 마음이 좀 아프네요...
야항선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왔던 포뢰는 이에 대해 매우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모두 다 상륙했고, 성가신 일들을 저한테만 던지곤 어디로 도망가 버렸네요, 그래서 야항선 분위기도 엄청 쓸쓸해졌어요... 음? 보아하니 꼭 그런 건 아닌가 보네요.
복잡하게 쌓여 있는 화물 쪽에서 두 그룹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들의 복장을 보니 배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만하지? 아딜레, 너희의 그런 억지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억지는 아니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한테 주는 거니까.
난 선착순이라는 것만 알거든! 야항선 사람들은 이미 물건을 우리에게 건네기로 했어. 이건 약속이라고.
적절한 가격만 제시한다면 자신조차도 팔 수 있는데, 구두로 한 약속은 아무것도 아니지.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와타나베 님이 우리더러 이곳에 남아 물자를 구매하라고 했어.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일촉즉발의 순간 야항선에 갑자기 대량의 침식체가 나타났고, 갑판 위는 혼란에 빠졌다.
——! ——!
리더, 침식체입니다,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한 명이 가면 또 한 명이 이어서 들이닥치네... 오늘은 거친 녀석들 때문에 정말 피곤해. 안 그래? 소피아.
자밀라의 지시를 받은 소피아는 쌍권총을 꺼내 총으로 견제하면서 자밀라가 물러나도록 지켰다.
그리고 망각자들은 자밀라의 차가운 조소와 비꼬는 거에 신경 쓸 틈도 없이 무기를 꺼내 침식체에 맞섰다.
아딜레 사람들... 그쪽은 끼어들지 말게, 이건 우리 망각자의 문제니까.
(그 승격자... 라미아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군. 그녀가 데려온 침식체들이 이 배 위에 있어.)
으아아아아!!!!
구룡 일행이 자랑스러워했던 구조체도 다 침식을 당하다니... 그 인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와타나베 님, 돌아오셨군요! 죄송합니다... 물건은 아직 손에 넣지 못했습니다. 아딜레 쪽 사람들이 방해해서...!
지각한 망각자, 이건 우리의 문제이기도 해. 아딜레의 거래를 방해한 자는 대가를 치러야 하거든.
아딜레 상업연맹 그리고 망각자 진영의 여러분, 전 포뢰라고 합니다. 당분간 제가 야항선의 관리를 맡게 됐는데, 이 화물의 소속은 제가 정하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정리하는 건 어떨까요? 침식체를 가장 많이 처리한 쪽에... 모든 화물을 넘기도록 합시다!
그렇다면 절대 질 수 없겠네.
하! 와타나베 님이 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