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시형에게 팔을 잡힐 것 같았던 그 순간, 태도의 그림자가 눈앞을 가로질렀고, 곧 맹렬한 참격에 무사시형이 둘로 갈라졌다.
지켜준 것은——자신이 처음에 놓쳤던 침식체.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흔들리지 않는 결의가 엿보이는, 망설임 없고, 친숙한 그 눈...
지휘관님의 눈에는 아직 제가 침식체로 보이는 거군요.
네, 지휘관님. ■■에게 명령을 받았습니다.
루시아, 꽤 멀리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휘관님을 구하러 왔어.
왜 단독 행동을 하고 있는지 묻고 있는 거야... 다른 구조체와 함께 있다면...
다른 사람과 합류해버리면 처음과 마찬가지로 침식체로 오인되서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내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지휘관님의 인식이 방해되면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이렇게 나와 지휘관님의 관계를 파괴하는 것. 그것이 너의 목적이군.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한다는 건, 나의 계획의 일부는 실현되었다는 뜻이겠지?
아니.
만우절 농담이 지나치네. 지금 너의 보호를 받고 있는 지휘관은 조금 전까지 너를 침식체라고 인식하고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있었다고.
게다가 너도 봤잖아. 이 지휘관은 최후의 문제를 앞에 두고 주저했어.
이런 사람이 정말로 너의 보호와 신뢰를 받을 가치가 있어?
처음에 침식체 취급을 받고, 어떤 말도 지휘관님께 전해지지 않았을 때.
지휘관님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 의식의 바다를 이렇게 강하게 흔들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그럼...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바뀌지 않는 게 있었어.
지휘관님의 눈에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든 상관없어요. 제가 할 일은 처음부터 한 가지 뿐이니까요.
그것은 지휘관님의 검이 되는 것입니다.
이 녀석...!
슬슬, 직접 놀아줄 수 있을까요.
잠깐... 어떻게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 주위에 묻혀있던 링크 시스템 관련의 제어장치를 전부 파괴했거든... 즐거운 만우절이야, 베라.
쯧...
젠장, 케르베로스의 망할 녀석! 그냥 보내줄까 보냐!
아무리 우대받는 부대의 대장이라 해도 이건 너무 지나치군... 나름대로의 벌을 받으셔야겠어.
...물러설 수밖에 없나 보네.
도망칠 셈인가요!
맞아. 도망칠 때는 확실히 도망쳐야지. 아무래도, 혼자서는 '케르베로스'라고 할 수 없다니까.
이 흔들림... 설마, 장원을 통째로 폭파할 셈인가!?
만우절의 즐거움은 여기까지. 다음에 만날 때는 결말을 짓자고. 그레이 레이븐, 그리고 기타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