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포뢰·화종·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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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뢰·화종·그중 여섯

그것은 파오스 문양이 새겨진 작은 휘장이었다. 비싼 사치품도 아니고, 희귀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값싼 물품일지 몰라도, 나한텐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물건이었다. 그것은 그 시절의 기념품일 뿐만 아니라 내가 한 맹세를 항상 일깨워주는 경종이었다.

이야기에서 흔히 나타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양쪽 다 어려운 결정일 때는 자신도 그것을 보며 본심을 물어봤다.

스트레스때문에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그것은 항상 나에게 알려줬다. 나의 신분을 기억하고, 나의 책임을 기억하고, 지금까지 나를 지지해 온 모든 사람을 기억하라고.

그건 수차례 힘든 전투를 함께 겪은 오랜 전우 같았다. 난 그것이 시간에 의해 소모되어 조용히 유리상자 속에 누워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작별 없이 떠나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건 상당히 중요한 물건이잖아요. 지휘관님은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어요!

설명을 듣자 포뢰는 오히려 나보다 더 애타는 표정을 지었고, 고개를 숙여 땅에서 찾기 시작했다.

자세히 찾아봅시다. 아직 그 자리에 단서가 남아있을지도 몰라요. 지휘관님, 걱정 마세요. 포뢰가 반드시 찾아줄게요.

제 잘못입니다. 너무 우쭐해져서 그들이 손쉽게 훔쳐 갈 수 있었던 거예요. 주위를 잘 살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자책, 가책, 후회가 소녀의 눈앞을 점차 침식했다. 포뢰는 이 일에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책임감은 그녀가 자신에게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휘관님, 위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지금 바로 정신 차리고 도둑들을 혼내겠습니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감정을 포뢰도 잘 알고 있어. 마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씩 빠진 것 같을 거야.

포뢰도 그런 감정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건 틀림없이 매우 괴로울 거야.

일반 아이들은 위로를 받았을 때 오히려 더 안아달라고 계속 울고 보채겠지만 포뢰는 자신의 볼을 두드리고서는 날 향해 억지웃음을 지었다.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마 되진 않지만, 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위로가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였다.

파오스의 멘토는 나에게 가능한 모든 나쁜 상황을 대비하라고 말했거든.

휘장의 분실 여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었지만 분실 후 어떻게 빨리 되찾을 수 있을지는 내가 미리 설정한 보험이었다.

모든 것을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고방식은 여러 번 위험 속에서 나를 구했다.

지휘관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시나요?

일반인은 졸업 훈장에 위치 추적기를 달지 않아요. 어차피 쉽게 노리는 재물이 아니잖아요. 이건 마치 횡단보도 건늘 때 네비게이션을 킨 느낌이네요.

역시 지휘관님은 제가 미체 생각하지 못한 디테일도 고려했을 수도 있는 거네요. 그럼 빨리 위치 추적기에서 나오는 신호의 위치를 추적해요. 이번엔 반드시 그들을 일망타진합시다!

체포 행동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위치 추적기가 단말기에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고 있었지만, 공중 정원에서 온 단말기에 구룡 야항선의 상세한 맵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와 포뢰는 암묵적으로 야항선 맵을 단말기에 로딩하는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치 추적기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대략적인 방향과 직선거리뿐이었다. 게다가 이 구역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길이 많이 있었다. 만약 이곳을 잘 아는 포뢰가 길을 안내하지 않았다면, 난 이미 그 안에서 길을 잃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을 잘 아는 포뢰도 오랜 시간 걸은 탓에 착오가 생겼다. 10m 높이의 담장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것은 구조체의 점프 능력으로도 넘기기 힘든 높이였다. 우린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됐다.

지휘관님, 목표가 계속 이동하고 있어요?

단말기 위의 표식을 확인한 후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제 계획대로라면 도둑은 이곳에서 가로막혔어야 했어요. 게다가 이 벽 뒤에는 분명히 길이 없었잖아요.

포뢰가 그런 곳은 계속 주시했어. 만약 도둑이 지붕을 따라 이동했다면 포뢰의 눈을 피해서 갈 수는 없었을 거야.

이해가 안 돼요. 돌아서 갈 수밖에 없어요.

지휘관님! 이쪽으로 오세요! 꼭 저와 함께 행동해요.

잠시 후……

지휘관님, 목표가 근처에 있다는 게 확실해요?

포뢰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건 당연했다. 단말기가 표시한 거에 따르면 휘장은 우리의 전방 10미터 위치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면서 신호 출처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익숙한 금속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도 없네요. 만약 지휘관님의 위치 추적기가 고장 나지 않았다면 가능성은 하나밖에 없어요.

눈빛으로 도로를 꿰뚫는 듯 포뢰는 발밑의 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범인은 파이프를 통해 이동하는 거예요!

선상 주민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야항선은 도로 아래에 수많은 파이프를 깔았어요.

파이프를 통해서 이동해야지만 지상의 지형을 무시할 수 있거든요.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가 우리 발밑에 있기 때문이란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파이프는 사람이 다닐 수 없고 소형 정비 로봇만 지나갈 수 있어요.

첫 번째 추측이 틀린 것 같아요. 진범은 귀신 그림자인 것 같지만 실제로 도둑질을 한 건 그가 조작한 로봇일 겁니다.

그렇다면 포뢰가 추격할 때 파이프의 방향에 주의해야겠어요. 땅을 뚫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 돼 안 돼! 주민과 패하한테 폐를 끼쳐서는 안 돼!

포뢰가 파이프의 방향을 노선 계획에 추가했으니 이번에는 절대 범인을 도망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갑시다!

소녀의 눈에는 투지가 활활 타올랐으며, 거리의 끝을 향해 달려갔다.

음, 여긴 확실히 아지트를 만들기에 좋은 곳이네요.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바로는 안쪽에 하수구가 있어서 파이프의 출구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황금시대 공포영화에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저택이 눈앞에 있었다. 저택은 황폐해진 지 오래고 과거의 위엄도 많이 사라졌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부서진 종이 등을 흔들리게 해서 바닥에 종이 조각과 먼지를 떨어뜨렸다.

자, 그럼 지금부터 돌파를 시작하자. 하…… 으아아악! 지휘관님 뭐 하는 거예요! 어서 저를 내려놓아요!

내가 주위를 살피고 있을 때 포뢰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기로 결심한 듯했다.

제때 막지 않았다면 그 무거운 나무 문은 구조체의 발 힘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었다.

그래서 한발 먼저 포뢰를 높이 들어 땅과 멀리 떨어지게 했다. 힘쓸 곳이 없는 포뢰는 허공에서 무의미하게 다리를 흔들었고, 고전 역학에 패배한 그녀는 몸을 흔들며 항의했다.

목소리를 낮추고 포뢰에게 말했다. 포뢰도 순간 내 뜻을 깨닫고선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포뢰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자 난 그녀를 내려놓았다.

그럼 어떡하죠?

단말기 위의 표식이 그대로 제자리에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손가락으로 담장을 가리켰다. 담장은 다소 높았지만 구조체의 점프 능력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난 포뢰가 담장 위로 넘어간 뒤에야 그녀의 손을 잡고 도움을 받아 넘어갈 수 있었다. 포뢰 역시 내 계획을 잘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고선 담장을 향해 걸어갔다.

몸을 살짝 숙여 담장 위로 뛰어 올라갔다. 모든 과정은 고양이처럼 가벼웠고,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포뢰는 먼저 저택 안을 들여다보고 나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도 상황을 살펴보고선 걸어가 높은 곳에 있는 포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뜻밖에 포뢰는 내 손을 잡지 않고 토끼를 들듯이 나의 뒤쪽 옷깃을 잡았다.

세상이 내 눈앞에서 두 번 뒤집힌 후, 두 발은 정원 내의 푸른 벽돌 위에 안착했다. 포뢰는 담벼락에서 뛰어내렸고, 복수를 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님, 저도 이제는 숙녀랍니다. 더 이상 어린이를 다루는 방식으로 대하지 마세요.

흥!

포뢰는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하진 않았지만, 더 이상 따지지 않았고 허름한 방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은 바로 신호가 멈춘 곳이었다.

포뢰는 발뒤꿈치를 들어 조심스럽게 방으로 걸어갔고, 나도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방문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계단에서 희미하게 안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바깥의 빛은 안을 완전히 비추진 못해서 여전히 일부가 그늘이 져 있었다.

그 순간, 눈앞에 붉은 실루엣이 나타났다.

펑!

나의 경고보다 더 빠른 것은 포뢰가 푸른 벽돌을 밟아 깨진 소리였고, 그녀는 손을 뻗어 상대방의 어깨를 잡아당겨 한방에 제압하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대방은 포뢰의 제압을 가볍게 피했고, 동시에 낯익은 목소리가 상대방이 있는 그늘에서 흘러나왔다.

??

포…… 뢰?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불확실함과 약간의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카이사이? 왜 여기에 있어요?

상대방은 그늘에서 걸어 나왔고, 여전히 몸에 지니고 있던 빨간 우산을 들고 있었다.

마침 이곳까지 순찰을 했을 뿐이야. 그리고 이것도 잡기 위해서였어.

카이사이는 이미 멈춰버린 생체공학 쥐 한 마리를 꺼냈다.

과거에 감시용 스파이 로봇이었지만, 논리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겨서 실제 쥐처럼 변했어.

엥? 우리 배에 이런 물건이 있었나요?

이미 정리했는데, 프로그램 오류로 빠뜨린 것 같아. 참, 이건 저쪽에 있는 지휘관의 물건일 거야.

카이사이는 원형의 금속 조물을 이쪽으로 던졌다. 바로 내가 찾고 있던 휘장이었다.

그것은 당시에 이 생체공학 쥐꼬리에 감겨있었고, 오수가 많이 묻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독단적으로 세척 및 소독 작업을 했으니 날 탓하지 않았으면 해.

카이사이는 최근에 계속 이 쥐를 잡고 있었어요?

응. 그런데 무척 교활해서 그것이 도둑질하는 장면만 여러 번 목격했을 뿐이야.

맷돌만 한 머리... 적색... 그들이 말하는 귀신 그림자가 카이사이였군요.

귀신 그림자?

포뢰는 식객한테서 들은 단서, 탐문조사에서 보고 들은 것 그리고 나와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를 카이사이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내 부주의로 인해 문제가 좀 생겼나 보네. 앞으로 주의하지.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어.

카이사이는 포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오늘 네 업무는 공중 정원 일행을 지키는 게 아니었어? 왜 지휘관님 밖에 안 계시지? 그리고 그 옷과 땡땡 북은 뭐지?

앗!

포뢰는 짧은 비명을 지른 뒤 내 뒤에 숨었다. 그녀는 작은 머리를 내밀고는 카이사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 그건 말하자면 길어요. 매우 정당한 이유가 있어요. 그…… 그리고, 아 맞다. 지휘관님께서 이렇게 입으라고 하셨어요. 아무튼 게으름 피우지 않았어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은 역시 소문대로...

카이사이는 잠시 멈춰 할 말을 고민했다.

자기 소신대로 행동하는 사람이군.

저도 지휘관님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휘관님의 방법은 진짜 큰 작용을 했어요.

그 사람 덕분에 예전에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아 참!

포뢰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앞으로 가서 카이사이의 손을 잡았다.

놀란 주민에게 사과해요. 카이사이도 실수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 것을 인정했으니깐, 당연히 사과해야겠죠?

하지만... 그들은 나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

괜찮아. 사람들은 용의 아이들을 그렇게 배척하지 않아. 그리고 포뢰도 같이 가줄게!

귀신 그림자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게 될 수 있을지도 몰르잖아요.

알겠어.

지휘관님도 같이 가 줄 거죠? 사실 저도 약간 두려워요.

사람들과 교류하는 건 저랑 카이사이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휘관님께서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안심이 되니까요.

그런 말을 한 포뢰는 날 빤히 쳐다보며 마치 선물을 기대하는 아이 같았다.

포뢰는 조금 두렵다고 했지만, 카이사이의 손을 쥔 그녀의 손은 가늘게 떨려 그녀의 불안함을 드러냈다.

저를 어린이 취급하지 마세요!

아파……

앗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