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롤랑·희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롤랑·희염·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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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수많은 전장을 누빈 지휘관이라도 지금의 이런 상황은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좁은 감방, 그래, 감방 안에 있다.——앞에는 철제 난간이 그리고 방 안에는 몇몇 가구들과 침대, 싱크대, 변기가 있어 한없이 비좁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굴의 생체공학 피부가 벗겨진 로봇이 감방 밖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이 외에 문 입구에 로봇의 잔해 두 개가 쓰러져 있었다.

수감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침식체와 마주한 채로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견고한 자물쇠는 무기로도 파괴할 수도 없었고, 침식체의 공격에도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이 갑자기 들어와 나를 공격할 일은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손에 든 총을 들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총알은 로봇의 머리를 관통했고 몸체는 작동을 멈추더니 철문에 붙어 쓰러졌다.

재빨리 다가가 난간 사이로 손을 뻗어 허리춤을 더듬다가 금속 고리를 찾아냈다. 차가운 감촉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마침내 세 번째로 '순찰'을 온 '교도관'의 몸에서 감방 열쇠를 찾아 꺼내들었고, 이내 손을 뻗어 난간을 돌아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았다.

다섯 번째 열쇠를 꽂아 돌린 끝에 마침내 나를 가둔 철문이 열렸다.

짧은 감방 체험이 끝나고 이제는 어떻게 이곳을 떠나느냐가 문제였다. 왜 이런 감옥에 혼자 버려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엔 간단한 조사 임무여서 절차에 따라 주변을 순찰한 뒤 교도소 정문을 찾았다.

무거운 철문이 열려 있었다. 이 교도소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독립적인 에너지 공급 때문에 교도소의 일부 시설은 아직 작동 중이다.

이곳은 이미 대철수 시기에 퍼니싱 바이러스 때문에 함락되었다. 수감자 대부분이 폭동을 틈 타 교도소를 탈출했고 교도소에서 일하는 생체공학형 로봇만 남았다.

탐색 결과 이 구역에는 상당수의 침식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처에 수복 중인 보육 구역에 있어 이 감옥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위험한 폭탄 같은 존재였다.

교도소 내 자체적인 통신 차단이 소탕 임무에 차질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그레이 레이븐과 또 다른 협동 작전 소대가 건물 외곽에 통신 시설을 설치하고 있고, 나는 침식되지 않은 구역에서 활동하며 교도소 상황을 살폈다.

임무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가운데 건물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울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비상벨이 울렸고 건물 안에 경보를 뜻하는 빨간 불이 갑자기 켜졌다.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반응을 하지 못한 사이 자신의 오른팔에 무언가가 걸렸다.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수비형 로봇 하나가 문 뒤에 서 있었다.

범인을-제압-했습니다. 다음 명령을 내려주세요.

오른팔이 꽉 묶여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손을 뻗어 허리춤에서 총을 빼냈지만 움직임을 감지한 로봇에 의해 반대쪽 팔이 제압당했다.

???

경고. 죄수에게서 명백한 적대 의사를 확인했고, 재차 확인될 경우 강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수비형 로봇 머리 부분의 표시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어깨에서는 무기가 솟아올라 나의 머리를 겨누었다.

이 기계의 다음 동작을 예측할 수 없으니 지금은 조심하는 것이 좋겠어.

???

명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규-규정에-따라 범인을 C-04 감방으로 이송, 수감합니다.

수비형 로봇이 무기를 들어 몰아붙였고 교도소의 문은 경보 소리와 함께 천천히 닫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로봇이 무기를 들고 경고해서 그를 기습할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나는 이렇게 감방으로 '압송'되었다.

'압송'을 당하며 걸어온 기억으로 교도관 사무실 위치를 재빨리 찾았다.

다행히 내가 있는 구역의 바이러스 농도는 낮았고 도중에 만난 로봇들은 침식의 흔적들이 보이지 않았으며 교도관에게서 열쇠와 인증 칩을 받은 뒤 그들의 적대심은 사라졌다.

교도관 사무실 안은 아수라장이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이 방의 시간은 먼지와 함께 긴급 대피하는 순간에 멈춘 것 같았다.

한 바퀴 둘러보니 낡은 신문지로 뒤덮인 책상 위에 낡은 제어 시스템과 통신 장비가 보였다.

시스템의 스크린이 터치와 함께 켜졌다.

제어 시스템을 통해 이 교도소가 어떤 이유로 비상 모드가 작동된 것인지를 확인했다. 외부로 통하는 문은 모두 닫혔으며, 내부에서 문을 열려면 중앙 제어실에서 전용 지령을 사용하여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옆에 있는 통신 설비를 확인해 보니 통신 범위가 교도소 내부로 제한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외곽에 있는 통신 시설 소대가 신호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폐쇄적인 환경에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설비를 조작해 구조 신호를 보냈다.

응답을 기다리는 동안 교도소장 사무실 전체를 탐색해 교도소 평면 지도를 찾아냈다. 적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응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신호 연결 지시등이 갑자기 켜졌다.

……

은발의 청년은 흥미로운 듯 통신시설 앞에 서서 쉴 새 없이 번쩍이는 신호를 지켜보았다.

이거 정말 흥미로운데.

여기에 나 말고 다른 손님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어떤 재수 없는 놈이 나와 함께 여기에 갇혔을까?

신호등이 깜박이다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깜박임을 반복했다. 마치 파도에서 발버둥 치는 외로운 배가 등불을 켜대는 것 같았다.

막무가내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이 구조 신호를 보낸 사람…… 아직은 꽤 침착해 보이는군.

원래 혼자 하는 연극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의식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배우가 나타났다.

이렇게 재미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그렇지?

그는 신호에 응답하는 버튼에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