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곡·계명·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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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계명·그중 여섯

너 다쳤던데, 안 아파?

지휘관이 조심스럽게 방호복을 벗었다.

방금 위험했을 때, 아드레날린이 대량으로 분비돼서, 통증에 무뎌졌던 거야. 그러니 못 느꼈겠지.

심각한 상처는 아니야. 팔꿈치에 찰과상이 생긴 것뿐이야.

지휘관은 곡의 말을 듣고 팔을 들어보니, 오른쪽 내피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깊은 상처일 줄 알았는데, 어린 시절 넘어져서 다친 것과 비슷한 정도의 상처였다.

대충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장비 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깐.

내 걱정을 이렇게 무시하는 건가?

곡이 지휘관의 손목을 잡았다.

작은 상처라도 무시하지 마. 감염되면 고열이 날 수도 있고, 다른 잠재적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어.

전투를 오랫동안 겪었는데 이런 기본적인 사실도 모른다고? 너 여기 수석이라며.

이번에 네가 다친 거 절반은 내 책임이니까, 내가 상처를 치료해 줄게.

곡은 의료 상자를 꺼낸 뒤, 반 정도 남은 요오드 병, 면봉 그리고 깨끗한 밴드를 찾아냈다.

곡은 면봉을 갈색 요오드에 적신 후 잠시 멈칫했더니, 지휘관의 상처에 조심스럽게 누른 뒤 면봉을 굴렸다.

상처를 처리하면서, 곡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의 고통... 부상, 의식불명 그리고 죽음까지

이런 장면을 수도 없이 봐왔어. 함께 싸운 전우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인간의 몸은 한계가 있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손상되면, 단순한 봉합으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돼.

지금의 너를 보니, 예전 전우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 물론, 넌 그들과 다르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평온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야.

형저 선생님께서 내가 적합한 동반자를 찾길 바랐던 건, 아마 어려운 시기에 누군가가 내 곁에 함께 있어 주길 원하셨기 때문인 것 같아.

다치고 넘어지더라도, 서로의 관심 덕분에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야.

나는 우리가 바로 그런 관계라고 생각해.

약을 바를 때, 곡의 머리카락이 지휘관의 얼굴을 부드럽게 스치자, 지휘관은 뭔가 간지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이 행동이 곡의 주의를 끌었고,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휘관을 바라봤다.

왜, 불편해?

그럼, 다행이네. 내가 힘 조절을 못 할까 봐 걱정됐거든.

좀 참아. 별거 아니잖아.

곡은 밴드를 잘 붙인 후, 잠시 확인하고 나서 지휘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괜찮아. 이제 홀로그램 천체 좀 보러 가자.

홀로그램 투영 앞에 걸어갔을 때, 콘솔 위에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곡은 쪽지를 집어 들고 주의 깊게 읽기 시작했다.

이건 기라가 남긴 설명서야. 이대로 하면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시작할 수 있대.

절차는 복잡하지 않아. 적절한 좌표를 입력한 뒤에 범위를 조절하면 돼.

곡이 홀로그램 투영을 가동했다. 그러자 천체 관측소에 저 멀리 있는 뭇별이 투영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내의 불빛이 차례로 꺼지더니 어둠 속에서 수많은 연두색 광선이 교차했다.

첫 번째 불빛이 켜지자, 곧이어 더 많은 별들이 꽃처럼 피어났다.

끝없는 은하가 허공에서 솟아오르듯 나타났다. 어떤 것들은 무리를 지어 있었고, 어떤 것들은 고독하게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별들이 검은 배경 속에서 반짝이고 움직이며, 화려한 우주를 그려냈다.

별들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느린 속도로 하늘을 이동하고 있었다. 지휘관은 별하늘을 볼 때마다 그들의 위치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타임랩스를 보는 것처럼, 그 광경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별빛들은 인간 문명처럼 찬란하네.

하나하나의 개체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존재이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빛이 사방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군.

흩어진 불빛들이 모여 그물처럼 엮이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성계가 돼.

구룡이든 공중 정원이든, 둘 다 인간 문명의 끊임없는 생명을 상징한다고 생각해.

미래에는 아마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타오르는 희망의 불꽃이 되어, 인간이 광활한 별하늘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등대가 될 거야.

고개를 든 지휘관은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곡이 묘사한 심오하고 거대한 우주를 깊이 느꼈다.

여기는 천문대만큼 크지는 않지만, 별과 더 가까이 있는 느낌이야.

공중 정원도 가끔은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는군.

시간이 있다면, 여기서 더 많은 조사를 해보고 싶어.

하지만 구룡의 주인으로서,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그래서 오늘 너와 얘기하고 싶은 건...

형저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구룡의 통치는 나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야.

선조들의 노력이나 백성들의 헌신, 그리고 뜻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구룡을 위해 피와 땀을 바쳤지.

난 내 곁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현명한 인재를 찾고 있어. 최근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거든.

여러 후보를 생각해 봤는데, 내 생각엔 네가 그 사람인 것 같아.

너는 나에게 있어서 유일무이한 존재야.

단순히 내 오른팔이 아니라, 내 동반자로서...

나는 네가 진정으로 내 삶에 들어와, 나와 함께 인간의 희망을 찾아주길 바라.

내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홀로그램 투영이 끝나자, 주변의 불빛이 하나둘씩 켜졌다.

방금 전까지 광활했던 별하늘이 사라졌고, 대신 곡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곡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고, 실내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표정도 좀 어색해 보였다.

대답이 없으면, 내 제안을 받아들인 걸로 알게.

곡은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지휘관은 곡을 조용히 바라보며,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둘의 침묵 때문에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

바로 그때, 뒤에서 캐터필러가 굴러가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이 몸을 돌려보니, 로봇A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관람객님, 천체 관측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 두 분께 중성자성의 사랑이라는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너를 향한 내 사랑은 마치 조석력 같아~

끊임없이 안쪽으로 무너져 내려~

아—

……

누가 이 멍청이 좀 멈추게 해.

로봇의 기능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설계되어 있어.

이유 없이 노래를 부르더니 멈추지도 않는다. 그리고 끌 수도 없다. 프로그래머한테 미운털이라도 박힌 게 아니냐.

너를 향한 내 사랑은 블랙홀의 중력보다 강해~

지휘관이 로봇A에게 주먹을 날리자, 로봇A가 조용해졌다.

으...

이제 좀 조용해졌네.

결국 강경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네? 역시 내가 눈여겨본 사람답군.

그런데 방금 나랑 약속한 거 아직 기억하지?

좋아.

나는 네가 내 조수이자 동반자가 되어주었으면 해.

앞으로 한동안 내 곁에 있어줄 수 있겠지?

일이든 생활이든, 네가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