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순환 도시의 천문대 위에서 아름다운 여성 구조체가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었고, 거문고 소리는 은은했지만 쓸쓸했다.
지휘관은 초대를 받았지만 곡이 뭘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 왔어?
왜 그렇게 놀란 표정이야?
말 그대로야. 우리의 "동반자" 관계는 여기서 끝날 거야.
곡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천문대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여기 기억해?
이곳은 구룡, 곡과 마지막으로 싸웠던 곳이자...
참 다정하네...
곡은 차갑게 웃으면서 지휘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네 그 다정함이 곡을 천천히 파괴하고 있어.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휘관은 "곡"에게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곡"은 두 손으로 지휘관의 목을 잡았다.
네가 있으면 왕이 되기 위한 곡님의 결의가 사라지게 돼. 그래서 날 보내 널 죽이라고 하셨지.
"곡"의 모습은 점점 흐릿해지더니 처음 지휘관이 야항선에서 만났던 여성 구조체의 모습으로 변했다.
네가 죽어야 너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사라지고 "만세명"의 그릇이 되실 수 있을 거야.
여성 구조체의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여성 구조체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맞아! 하지만 상관 없어. 그분은 내 마음을 이해하실 거야! 죽어!
여성 구조체가 지휘관의 목을 부수려는 순간, 장도가 두 손을 잘라버렸다.
으아아악!!
여성 구조체 앞에 차가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곡, 곡님!
진작 느꼈어야 했는데... 너도 나처럼 과거에 얽매인 사람이라는 걸.
지금 우리의 소망을 배신하시는 건가요!
아니... 누군가 이렇게 말해줬거든. 인간을 좀 더 믿으라고, 자신의 "동반자"를 더 믿어달라고.
곡은 쓰러진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과거의 규칙보다 지금의 그녀는 자기 자신의 선택을 더 따르고 싶었다.
네가 나한테 가르칠 필요는 없어. 내가 바로 구룡의 왕이야. 난 누구의 명령도 들을 필요가 없어.
그러니까, 꺼져. 내가 생각을 바꾸기 전에.
여성 구조체는 원망섞인 눈빛으로 곡을 바라보더니 천문대에서 뛰어내렸다.
위험요소가 사라진 뒤에야 곡은 지휘관을 품에 안았다.
지휘관, 분명 호흡은 있는데 왜...
나 때문에 위험해졌네... 결국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내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건가...
나는 왕으로서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야 내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알겠어.
곡은 지휘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썼다.
네 곁에 있어주는 것 말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때 한 손이 곡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곡은 지휘관이 의식을 회복했음에 기뻐했다.
그래, 지금은 우리 사이에 장애물도 많고, 아마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지... 정신 좀...
지휘관님... 지휘관님!
드디어 깨셨네요. 루시아, 리, 지휘관님께서 정신을 차리셨어요!
지휘관님... 참 다행이에요...
경미한 산소부족 증상을 보이시더군요. 목에 상처는 왜 나신 거죠?
지휘관은 차마 자신과 곡의 이야기를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은 그날 밤 곡이 보여준 결단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은 서로가 이해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언젠가 우리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걷게 될 거야...
그리고 서로 진짜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