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카무·광견·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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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광견·그중 여섯

15:00 지휘부 센터 빌딩 훈련실 밖

오늘은 오래간만에 지각을 하지 않은 날이었다. 공중 정원의 날씨는 평소의 인공적인 맑은 날처럼 너무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았고, 자외선 세기도 딱 맞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카무에게 "적당한" 쾌적함을 안겨줬다.

목표는 통로 끝의 작전 훈련실이었다. 훈련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머리는 작전이 끝난 후에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느라 바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사전에 계획하는 행위는 어리석었다. 카무는 일어나게 될 나쁜 일은 결국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걸음은 점점 더 가벼워졌다... 이런 느낌도 나쁘지 않으니 조금 미련해도 상관없다.

어색한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다. 센서 자동문은 카무의 각막을 감지하자 조용히 열렸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시모프

...요약하자면 오늘부터 이 작전은 중단해도 돼.

"그럼 이 신청서는..."

그를 등지고 있는 건 요즘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그림자였다.

아시모프

하산이든 니콜라든, 아니면 다른 누구든 상관없으니 가서 건네줘.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럼 작전 중지 동의서에 사인해."

……?

작전 중단?

목이 막힌 것처럼 방금까지 즐거웠던 기분이 마치 시멘트처럼 무겁게 가라앉으면서 목구멍에서 기계 위(胃)로 떨어져 몸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창문 밖에서 들어온 빛이 벽에 얼룩진 빛의 그림자를 형성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쫙 벌린 웃는 얼굴이 되었다.

반응하기도 전에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말을 걸었다.

???

내 생각을 듣고 싶어?

방의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그 이상한 얼굴이 보였다.

???

신경 쓰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고 싶어서. 이유가 뭐든 배치는 거절할 거야.

이건 내가 말하고 있는 건가?

내가 말하고 있는 거였나?

그래, 될 대로 되라지. 어쨌든 지금보다 더 최악은 없을 테니까. 어차피 나도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지금의 난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잖아.

난 이런 생각을 품고 앞으로 걸어갔다. 의식의 바다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누구라도, 카무이라도 나한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런 혼돈의 상태에서 내 목소리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어떤 이동이든 거절이야.

날 이곳으로 데려온 건 너희들이고, 나를 [player name]에게 던진 것도 너희들이야. 어떤 해명도 듣고 싶지 않고, 어떤 이유든 듣고 싶지 않아.

단지 누가 나와 함께 싸워야 더 적합할 거라는 그런 멍청한 이유라면 [player name] 외의 사람은 거절할 거야. 절대 불가능해. [player name] 외의 다른 사람이 나의 의식의 바다에 닿는 건 용납 못 해.

알겠어?

짙은 색의 구조체가 이마에 핏줄을 세운 채 입구에 서 있었다. 며칠 전의 분노했던 처음의 그로 돌아간 것 같았다.

듣기 싫어!

난 기다리는 게 싫어. 수동적인 것도 싫고, 누군가에게 밀려 움직이는 것도 싫어!

지휘관으로서의 책임감은? 날 여기로 데려와 멋대로 그런 멍청한 일들을 하게 만들고 날 그렇게 버릴 생각이야? 날 다른 사람에게 버릴 생각이냐고!

제멋대로 선물을 주던 너, 맘대로 날 훈련시키던 너, 멍청하게 내 편을 들어주던 너.

"호감"은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는 거라는 걸 알려주고 나한테 손을 내밀어 주던 그 사람.

멋대로 내 생활에 뛰어들었으면서 책임지지 않고 날 버릴 생각이라니, 그런 건 우리 스승보다도 더 심하잖아!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자 오히려 웃었다. 카무가 팔짱을 끼며 내려다보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카무한테서 무거운 호흡 소리와 심장 소리가 전해져왔다. 구조체에게 있어서 그건 "모의 생물 구조"일 뿐이었지만, 그런 불필요한 존재는 지금 이 순간 마치 증명하는 것처럼 반짝이면서 생명의 열기를 뿜어냈다.

넌 내가 악마같이 보이겠지?

그 자들이 나에게 어떤 처분을 내리든 관심 없어.

네가 볼 때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것뿐이야.

그때 공중 정원의 사람들이 너의 옆에 남고 싶냐고 물었을때 난 그렇다고 대답했어.

이제 너의 답을 알려줘.

…………

아시모프는 때마침 파일 정리를 시작했다.

그럼 두 사람 천천히 얘기 나눠. 난 먼저 데이터 분석하러 갈게.

하지만 아시모프는 이 모든 것에 관심도 없다는 듯 카무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모욕을 받은 듯한 카무의 표정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

...뭐?

청년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은 점차 후회로 바뀌었다.

……

…………

넌 내 지휘관이야.

그것만 생각하면 난 "안심"이 돼.

카무는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신비로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제 네가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이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울리고 문밖에서 리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브

아, 지... 지휘관님, 아직도 바쁘세요?

리브

아까 문앞에서 아시모프를 만났는데 훈련실에 계신다면서 괜히 들어가서 방해하지 말라고 해서요.

왠지 얼굴이 뜨거워졌고 카무는 한발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의 눈빛이 서로 마주쳤지만 전류가 닿은 듯 갈라졌다.

...이봐.

나 치즈 팬케이크 먹고 싶어.

저녁에 훈련 다 끝나면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