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릴리스·데모니사·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릴리스·데모니사·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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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츠가 카펫을 밟을 때마다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익숙한 길 위엔 피로 물든 잔해가 널려 있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금색 테두리가 둘러진 새까만 카드키를 꺼내 실험실 문을 열었다.

실험실이란 걸 모른 채 들어섰다면, 이곳을 로프라도스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출입문

신분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환영합니다.

나 왔어~

릴리스가 실험실에 들어서자, 자동 소독 장비의 가동음이 들려왔고, 소독제 보관 장치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기계음이 울렸다.

아이참, 너무 쓸쓸하네.

어둠을 가르며 전원을 켜자, 벽면 스크린들이 일제히 밝아졌다. 차가운 형광빛이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며 공간을 서늘하게 물들였다.

릴리스는 의자를 끌어당겨 느긋하게 등을 기댔다. 책상 모서리에 발을 올린 채 자료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불빛 아래 금속 케이스가 번득였고, 메인 컴퓨터는 기계음을 내며 천천히 활성화되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자료를 허공에 던졌다. 종이가 나비처럼 흩날렸다.

친애하는 고모, 마지막으로 던진 미끼는 대체 뭘 노린 거죠?

릴리스가 의자에 자세를 고쳐 앉는 순간, 차가운 빛을 머금은 작업 창이 앞에 떠올랐다.

작업을 실행하려던 그때, 감시 모니터가 무언가를 포착했다. 출입구 쪽에서 검은 실루엣이 움직이고 있었다.

곧이어, 강한 진동이 실험실을 덮쳤다. 카메라가 흔들렸고, 대리석 파편과 간판 조각이 튀면서 화면이 눈보라처럼 흐려졌다.

입구D

입구D.

벽이 무너져 내리며 회색 먼지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시야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입구 방향으로 돌아보니, 무너진 대리석 더미가 출구를 완전히 가로막고 있었다.

단순한 사고처럼 보였지만, 문을 강제로 연 충격이 이미 취약했던 구조물의 붕괴를 유발한 게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잔해 깊숙한 곳에서 희미한 전류가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세한 틈으로 들여다보니, 감시카메라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감시카메라의 작동 여부를 알 수 없었기에,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했다.

>>>>>>>>위성 신호 위치 추적 중...

>>>>>>>>위치 추적 실패.

>>>>>>>>퍼니싱 농도 재측정 중...

>>>>>>>>측정 결과: 낮음.

시간이 흘러도 변화는 없었다. 단말기엔 여전히 물결무늬가 일렁였고, 붉은 느낌표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조사팀은 방치된 건물 단지를 발견하고 내부로 진입했다.

퍼니싱 농도가 안전 수준이라 판단했지만, 예상치 못한 함정에 갇혀버린 셈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로비 곳곳에서 기계의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돌아갈 길은 차단되었다.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새로운 탈출로를 찾아내야 했다.

근거리에서 들린 이상한 소리에 한 남성 구조체가 재빨리 문을 밀어젖히며, 옆에 있던 무기를 단숨에 손에 쥐었다.

먼지를 털어낸 그의 시선이 소리가 난 방향을 날카롭게 좇았다.

출구로 보이는 곳, 천장 근처엔 ‘C’라는 알파벳이 걸려 있었다. 구조체는 그것을 잠시 응시한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마치 카지노 같았다. 돔 형태의 천장은 사라졌지만, 세련된 곡선 장식은 같은 설계자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 순간, 역원 장치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 임박한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

망할 사기꾼 놈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었다.

그리고 지금, 구조체는 "어둠"으로부터 도망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만약 소문대로라면, 이곳엔 역원 장치의 고통을 해소할 단서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가능성을 직감한 구조체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은 재빨리 시선을 돌려 은신처를 탐색했다.

거기 누구야?!

젠장! 이럴 줄 알았어...

권총을 빼 들며 낮은 자세로 미끄러지듯 오락실 공간으로 이동해, 곧바로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겼다.

출발 전, 라비오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라 경고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완벽히 점검했다며 단언했었다.

그런데 지금, 폐건물에서 배신한 구조체와 마주치고 말았다.

돌아가면 반드시 그 녀석과 결판을 낼 생각이다.

인간은 복수를 다짐하며 가슴에서 쿠로노 마크가 박힌 신분증을 떼어냈다.

커다란 덩치는 숨을 생각도 없이, 묵직한 발걸음으로 목표를 향해 직진했다.

안내 방송

삐...

이어지는 마이크를 두드리는 소리.

지붕에서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레일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근처의 구조체도 즉각 시선을 돌려 소리의 근원을 주시했다.

묵직한 강철 벽이 폭풍처럼 급강하하며 공기를 찢는 굉음을 냈다.

젠장...

테이블 너머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강철 벽이 내리꽂혔다. 그 찰나, 침입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성인 남성. 표준 체격. 그리고 절단된 불완전한 역원 장치.

배신한 구조체였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강철 벽이 지면을 강타해 거대한 충격이 온몸을 휘감았다.

강렬한 충격 속에서도 즉각적으로 상황 판단에 돌입했다.

강철 벽에 둔탁한 충돌음이 울렸고, 반대편에선 불명확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충격으로 카드 테이블과 의자가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입구에 쌓였던 잔해도 무너져 내렸다. 양쪽 벽이 삼각형 폐쇄 공간을 형성하며 출구를 가로막았다.

케이크를 칼로 자른 듯한 공간, 배신한 구조체와는 강철 벽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날카로운 전류 음이 정적을 가르며 울렸다.

안내 방송

여러분, 환영합니다!

천장에서 울리는 기계음에 시선을 올리자, 원형 스피커가 눈에 들어왔다.

안내 방송

로프라도스를 처음 찾으셨거나... 기존의 귀빈이시겠네요.

이곳에 진입했다는 것은 엄격한 선별 과정을 통과하고 최종 관문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파손된 돔을 통해 하강할 때 어떤 저항도 없었다. 과장된 열정 속에서 흘러나오는 남성의 목소리는 사전 제작된 음성 파일임이 분명했다.

안내 방송

갑작스러운 격리 조치를 취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게임 시스템의 진수죠.

이번 최종 게임의 승리자는 로프라도스의 절대 열쇠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 열쇠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해방을 실현할 것이니,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해 주십시오.

게임 규칙이 궁금하다면 주변의 조각상을 주목하시기를 바랍니다.

카드 테이블 근처에서 날개 달린 여신상이 존재감을 뿜어냈다.

룰렛을 든 날개 달린 여신상을 조사했다. 내부가 비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낡은 손목 단말기가 있었다.

안내 방송

탐색 속도가 인상적입니다. 착용은 선택 사항이나, 단말기를 손목에 장착하시기를 권장합니다. 피부 친화형 소재로 제작되어 안전성은 보장됩니다.

릴리스의 귀에는 익숙한 기만의 목소리였다.

조각상을 산산조각 내자, 내부에서 단말기가 드러났다. 스크린 위로 세 가지 손동작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가위, 바위, 보.

단순한 가위바위보 게임인가?

화면에 새로운 규칙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가위, 바위, 보 중 두 가지만 랜덤으로 지급되며,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세 가지 손동작이 동시에 나타나면, 더 많은 손동작을 낸 쪽이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게 된다.

한 시간 간격으로 라운드가 시작되며, 기권 시 즉각적인 처벌이 실행된다.

다른 참가자들이 선택을 마치면, 마지막 참가자는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10초가 주어진다.

릴리스는 단말기 하단의 금속 프레임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거기에 미세한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자유의 권리는 승자의 것이다.

상호 말살이 자유의 대가라니…

허, 당신다운 선별 방식이군.

그녀는 단말기를 손에 쥔 채 결연한 표정으로 문을 밀어 열었다.

황금빛 빛줄기가 그녀의 길을 비추었고, 릴리스는 익숙한 경로를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다.

당신을 위한 마지막 헌정이기도 하고... 카드 테이블에 사람들이 다 모였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안내 방송

게임 규칙이 생소하시더라도, 곧 시작될 연습 라운드를 통해 익숙해지실 겁니다.또한, 단말기 음성 통신으로 상호 소통이 가능하니, 추가적인 사항은 게임 중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빠이——

안내 방송은 점점 속도를 높이더니, 가식적인 작별 인사를 끝으로 사라졌다.

스크린에는 세 장의 카드가 떠올랐다. 상단에는 잔여 시간 카운터와 함께 다섯 명의 참가자를 나타내는 아이콘이 표시되었다.

단말기 우측 상단에는 신호 강도 표시가 있었고, 끝부분에는 해독되지 않은 X자 표식이 남아 있었다.

크흠...

갑자기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소통 가능"이 이런 의미였던 건가?

상대방이 가벼운 어조로 비웃었다.

네, 참가자들은 언제든 공용 채널에서 대화할 수 있어요.

개인적인 소통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카드를 낸 다음에는 안 되죠.

그보다, 어떻게 이 게임을 아시는 거죠?

로프라도스 측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최후의 승자를 꿈꾼다면, 먼저 저를 이겨야 합니다.

현명한 제안입니다. 각자의 정보를 기록해 두어야겠네요.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다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다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라비오입니다. 배정된 번호는 2번이네요.

라비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가명을 선택했다. 이런 위험한 게임에서 본명을 밝힐 이유는 없었다.

포크너, 3번입니다.

조금 전에 마주쳤을 때 보니, 큰 덩치가 눈에 띄더군요.

하지만 포크너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전 1번 참가자입니다. 절 그린스라고 부르세요.

이름이 그린스라니... 이름 뒤에 숨은 의미를 곱씹어보았다...

화면을 보니 아직 빈 자리가 있는 듯한데요?

저 끔찍한 강철 벽에 짓눌려 희생된 게 아닐지...

당연히 아니죠.

상황을 수습하고 정신을 추스르느라 지체되었네요.

비웃는 듯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남은 자리가 채워졌다.

전 엘리너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