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팔지·회섬·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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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지·회섬·그중 여섯

가판대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떠들썩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팔지의 고속으로 움직이는 로봇 팔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볼거리가 되면서 푸드 트럭 주위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팔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건네주었고, 지휘관은 포장하는 일에 집중했다. 이렇게 몇 차례가 지나자, 원래도 적었던 재료가 조금씩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진" 팻말을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럭 밖의 인파가 조금씩 흩어졌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바쁜 일을 막 끝냈는데 또 한 명의 방문객이 푸드 트럭으로 다가와 탁자 위에 남은 재료들을 흘긋 훑어보았다.

이 재료로 한 접시 더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죄송합니다. 손님. 이 마지막 한 접시는 예약되어 있습니다.

팔지의 대답을 들은 관람객은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마지막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계속 돌아보았다.

지휘관이 카운터를 닦으면서 물었다.

나.

동력 팔은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팔은 오뎅을 뒤집고, 다른 팔은 다코야키를 정리했다. 그리고 두 팔이 빠른 속도로 야키소바를 볶는 동안, 팔지는 느긋하게 빵을 갈라 그사이에 볶은 면을 끼워 넣었다.

그런 다음, 팔지는 이 음식들을 지휘관을 향해 일렬로 늘어놓고 차가운 벚꽃 탄산수를 집어 들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을 따고 빨대 하나를 정확하게 그 안에 꽂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너를 위해 예약한 거야. 바빠서 먹지도 못했잖아. 따뜻할 때 먹어.

내가 할 테니, 넌 좀 쉬어.

지휘관이 의자에 앉아 팔지가 준비한 저녁을 먹는 동안, 팔지도 의자를 하나 가져와 지휘관 옆에 앉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턱을 괸 팔지는 북적거리는 인파와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식사 중인 지휘관을 보더니, 자기 탄산수를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땄다.

우리가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은 몰랐어.

그렇지? 옛날 레시피가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이야.

쿨럭, 쿨럭쿨럭...

탄산수를 마시던 팔지가 갑작스러운 "칭찬"에 사레가 들려 계속 기침을 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다음엔 그러지 마.

아무튼... 네가 있어서 잘 마무리될 수 있었어. 수고했어, 건배!

탄산수 두 개가 짤랑 부딪혔고, 팔지는 시원하게 반 이상을 마시고는 만족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땀에 젖은 지휘관의 옆모습을 다시 보았다.

팔지가 갑자기 차가운 탄산수 병을 지휘관 얼굴에 가져다 대자, 시원한 감촉에 더위가 가시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휘관이 팔지를 바라보니, 팔지는 지휘관의 반응을 기다리며 미소를 머금은 채 즐거워하고 있었다.

팔지는 피하지 않고 지휘관의 손가락이 자신의 뺨을 건드리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

[player name] 동창, 내게 감히 이런 행동을 하는 첫 번째 인간이야.

좋아.

팔지는 살짝 의기양양한 듯 코웃음을 치며, 눈을 감고 조용히 탄산수를 마셨다. 그리고 더는 지휘관의 저녁 식사를 방해하지 않았다.

다 먹었어?

지휘관이 음식을 다 먹은 걸 본 팔지는 천천히 일어나 불빛으로 반짝이는 거리를 바라봤다.

가자. 소화할 겸 산책 어때?

팔지는 지휘관의 손목을 잡아당기더니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파 속으로 걸어갔다.

예전에 요리부에서 많이 먹기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어. 참가자들은 상업 거리 입구에서 출발해서 지나가는 가게마다 음식 하나씩을 주문해 다 먹고 상업 거리를 빠져나가는 거였지.

팔지는 지휘관과 인파를 헤치고 가면서 많이 먹기 대회의 규칙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를 통해 지금의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이 많이 하니 배고파졌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여기 별사탕, 말차 찹쌀떡, 빙수가 있어.

저쪽엔 꼬치하고 닭튀김이 있어!

음식 종류가 너무 많아서 팔지의 손가락이 다 가리키지도 못할 정도였다.

알았어. 그럼,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를 전부 두 개씩 주세요!

둘은 사람과 차가 북적이는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여러 가지 특색 있는 간식들을 맛봤다.

내 건 매운맛인데, 다른 맛도 먹어볼래?

음... 네가 먹는 건 너무 싱거운데. 언제 시간 될 때 섬 특산품인 "지옥 왕의 매운맛"을 대접해 줄게.

좀 남겨줘. 다 먹지 말고!

뭐 마실 거 사러 갈까? 저기 가게에서 칼피스 팔아.

둘은 웃고 떠들며 고풍스러운 장식의 음료 가게로 들어갔다.

잠깐만.

팔지가 발걸음을 멈췄다. 무언가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같았다.

저건... 미유키의 로봇 아니야?

팔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방금 모리타 아저씨가 가져갔던 수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소박한 동전 투입식 로봇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로봇 뒤편에는 자애로운 표정의 주인이 보였는데, 조명 아래에서 그녀의 주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팔지는 발걸음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로봇을 바라보다가, 이내 주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구나. 팔지.

주인의 말투로 보아 팔지의 지인인 듯했다. 혹시 수국화 섬의 유민인 것일까?

안녕하세요.

그래. 넌 그때랑 똑같구나. 팔지.

미유키도 그때는 너만 했었지.

오늘 널 만난 건 나한테 행운이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미유키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거의 잊어버릴 뻔했으니까 말이야.

아주머니...

슬퍼하지 마. 미유키는 항상 네가 즐겁기를 바랐단다. 너는 그 아이들이 선망하던 존재였으니까.

어때? 오늘 여기 돌아와서 즐거웠니?

네. 즐거웠어요.

다행이구나. 나도 오늘 정말 즐거웠어. 보렴. 미유키의 꼬마 로봇이 아직도 여기 있잖니.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굳은살 박인 오른손으로 꼬마 로봇에 동전을 넣었다.

꼬마 로봇

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원 고등학교 육상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소원 성취하세요!

활기찬 여고생의 녹음된 목소리가 시간의 벽을 넘어 축제의 떠들썩한 소리 속으로 스며들었다.

지휘관, 모리타 씨한테 들었는데, 팔지와 함께 이것들을 찾았다고 들었네?

예전에 미유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팔지는 항상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좋구나.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팔지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서 말이야.

미유키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단다. 푸드 트럭이 그때 너희들의 소원이었다고. 오늘... 이렇게 직접 그 소원이 현실이 되는 걸 볼 줄이야.

고맙구나. 남은 음식들은 내가 너희들에게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해주렴.

앞으로도 꼭 배불리 먹고, 후회 없이 살아가야 돼.

네. 꼭 그렇게 할게요.

아주머니도... 꼭 행복하세요!

음료 가게에서 나온 뒤에도 팔지는 여전히 넋을 놓은 듯했다. 그렇게 축제 거리 끝을 지나 해안가에 도착했고, 경사면 위에 서자 바닷바람이 천천히 불어왔다. 그리고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모여든 구름이 달빛을 가리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그러자 스태프들에게 맡긴 방수포와 지지대가 생각났다. 미리 준비해 둔 게 다행이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팔지는 경사면에 앉았다. 다 먹지 못한 간식을 옆에 두고 두 손으로 땅을 짚은 채 멀리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동안 팔지는 말없이 바로 누웠고, 손을 뻗어 지휘관을 살짝 끌어당겼다.

쳐다보니 팔지가 미소를 지으며 옆자리의 푸른 잔디를 톡톡 두드렸다.

천천히 초원에 누워 광활한 별하늘을 바라보자, 옆에 있던 팔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금 그분은 미유키의 어머니야.

오늘 어머님을 뵙고, 모리타 아저씨도 만나고...

너와 추억이 깃든 학교를 거닐고 이 친숙한 밤하늘을 보고 있으니...

모든 게 너무 비현실적이야. 꿈을 꾸는 것만 같아.

팔지는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면서도, 그 틈새로 희미하게 보이는 뭇별들을 응시했다.

우리... 정말 돌아왔구나.

수국화 섬으로, 정원 고등학교로 다시 돌아왔어.

노력했던 모든 것이 의미가 있었어.

그래. 이렇게 뒤에서 영웅 노릇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잠시 후, 팔지는 공중에 들었던 손을 천천히 쥐었다. 복잡한 감정들을 모두 움켜쥐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내려놓았다.

팔지는 고개를 돌려 지휘관을 바라봤다.

그럼, 인간으로서 앞에 나선 영웅인 너는... 뭔가 다른 깨달음이라도 있어?

팔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에게 답했다.

구조체가 된 이후로 난 내 달리는 속도가 부족할까 봐 늘 걱정했어.

그리고 항상 두려웠어. 어느 날 퍼니싱이 갑자기 나를 따라잡아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또 빼앗아 갈까 봐.

그래서 계속 강한 자의 뒷모습을 쫓아갔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들의 방법을 배워서 더 강해지고 싶었거든.

이 긴 달리기에서 결국 난 한 명 한 명 추월했고, 아직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결승점을 넘어섰어. 그러다 마주친 게...

바로 너야. 전설 속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저녁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팔지는 여전히 옆에 누워 있었고, 은발이 여린 풀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난 너의 뒷모습을 쫓았어. 처음엔 풀리아 삼림 공원을, 그다음은 반이중합 탑 밖 이합 숲에서...

함께 그렇게 많은 난관을 넘었는데도, 우리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갔어.

넌 마치 찬란한 유성 같았어. 모든 장애물을 뚫고 나가면서 어떤 것도 네 발걸음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었거든.

그러다 결국 포기할 뻔했었지.

하지만 바로 그때, 네가 먼저 돌아서서 내 손을 잡아주고 마지막 구간을 함께 달려줬어.

달빛 아래에서 바닷바람이 밀물을 몰고 와 모래와 자갈을 천천히 쓸어내며 달콤한 소리를 냈다.

그뿐만이 아니야. 넌 나와 함께 뒤돌아보게 해줬어.

그리고 돌아선 순간 깨달았어.

난 이미 빨리 달릴 수 있게 됐다는걸.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내 뒷모습을 쫓고 있다는걸.

난 이미... 멀리 왔다는걸.

팔지는 얼마 전 지휘관이 했던 말을 되풀이하면서 손가락을 뻗어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

고마워. 이 길을 끝까지 함께 달려줘서.

팔지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멀리 시선을 두며 이곳의 모든 것을 다시 살펴보는 듯했다.

팔지의 시선이 하늘에 닿았을 때, 바람이 그녀의 귀밑머리를 흩날렸다. 어지러이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팔지의 눈동자가 더욱 빛났다.

저기 봐.

팔지의 부름에 지휘관도 일어나 앉았다. 어느새 먹구름이 걷히고, 하늘 아래 반짝이는 은하수 속에 밝은 달이 높이 걸려 있었다.

갑자기 보라색 유성이 지표면에서 떠올라 긴 불꽃 꼬리를 끌며 하늘로 발사되었다.

처음에는 깜빡거리더니, 이내 '파바박' 터지면서 창공의 반쪽을 찬란하게 수놓았다.

어스름이 깔리기도 전에 또 다른 붉은 불빛이 솟구쳐 올랐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창공을 찬란한 불꽃으로 수놓았다.

곧이어 수국화 모양의 불꽃이 하늘 아래서 활짝 피어났다.

불꽃... 축제야!

연이어 터지는 불꽃 소리에 팔지의 목소리가 묻혔다.

팔지는 자신의 말을 더 잘 전하기 위해 지휘관의 귀에 바싹 다가갔다.

지금은 불꽃 축제 시간이라고!

강 건너편에서 불꽃이 하나둘씩 솟아올랐고, 수많은 수국화 모양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순간 대낮처럼 환해진 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

운이 좋았어. 여기는 불꽃놀이를 보기에 최고의 자리거든!

맞다. 어서 소원 빌어. 일찍 터지는 불꽃에 빌수록 소원이 더 잘 이뤄진대. 이건 섬의 오래된 전통이거든.

눈을 떴을 때 팔지는 다리를 꼬고 앉아 환하게 웃으며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쿨럭, 당연히 빌어야지.

하지만 네 앞이니까 비밀로 하지 않고, 내 소원을 말해볼게.

팔지는 긴장한 듯 눈을 감고 한 손을 가슴에 얹었다.

오, 오늘...

아니, 오늘 밤...

뭔가 잘못 말했는지 팔지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눈을 번쩍 떴다.

오늘 밤...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다시 불어오더니 지휘관의 얼굴을 스치고 소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오늘 밤, 달이 참 예쁘네.

하지만 팔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불꽃이 휘몰아치듯 솟구치며 하늘에 화려한 장막을 펼쳤다. 그러자 폭발음이 그녀의 목소리를 삼켜버렸다.

내 말은...

불꽃이 하늘을 수놓는 연이은 폭발음 속에서 팔지가 달려와 지휘관의 어깨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다행히 지휘관은 민첩하게 움직여 그녀의 폭풍 같은 다음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쿨럭! 어쨌든 난 이미 소원을 빌었으니까, 네가 들었든 못 들었든 앞으로 다시는 꺼내지 마.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선 팔지는 허리에 손을 얹고 지휘관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마치 그 시절 위풍당당했던 규율 위원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휴... 오늘 밤은 기네. 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규칙 위반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볼 거야.

같이 가고 싶으면 알아서 따라와. 그리고 뒤처지면 안 돼. [player name] 동창!

팔지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새빨개진 얼굴을 돌리고는 해안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지휘관도 팔지의 뒷모습을 쫓아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찬란한 불꽃을 올려다보며 오늘의 기분을 되새겨보았다.

마침 그때, 똑같이 두근거리는 둘의 심장이 맞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