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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팔지·회섬·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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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에서 짧은 진동이 울리더니 통신 요청이 떴다.

실례합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요. 드디어 휴가를 내실 수 있습니다.

음... 사실 이번 휴가는 어떻게 보면 "임무"이기도 해요.

왜 나쁜 소식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최근 계속 강도가 높은 근무를 하셔서, 일과 휴식의 균형을 위해 군부에서 비교적 가벼운... 일반 임무를 하나 배정했어요.

아시다시피 얼마 전에 수국화 섬을 탈환하여 지금은 재건 상태잖아요.

지금은 황금시대의 많은 섬 주민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그래서 보육 구역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기념하여 탈환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요.

지휘관님의 임무는 축제 진행을 돕는 거예요. 확인해 봤는데 전투 의뢰는 없었어요. 정말 순수하게 휴식이에요.

담당자는 방문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요. 그래서 섬에 올 작업자들에게 물자를 더 많이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어요.

상세 내용은 임무 브리핑에 다 있어요. 건축 재료 주문도 있고, 생필품도 있네요. 그리고 구매 비용은 모두 환급 가능해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

아, 그리고 군부에서 이번 임무를 위해 임시 대원 한 명을 배정했어요. 관련 자료는 브리핑에 첨부해 두었으니 직접 연락하시면 됩니다.

통신이 끝나고 임무 상세 내용을 열어보니, 임시 대원의 아이콘이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팔지, 성갑충 소대 소속, 단말기 식별 번호는...

기본 정보 외에 다른 자료는 거의 비어 있었다. 역시 성갑충 소대는 소문대로 비밀이 많은 것 같았다.

팔지와의 기억은 예전 몇 번의 전투 협력이 전부였다. 최근 그녀가 새 기체로 바꿨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그녀의 근황이 문득 궁금해졌다.

단말기

뚜... 뚜... 뚜...

신청하신 통신은 현재 응답이 없습니다.

지휘관은 여러 차례 통신 요청이 실패하자, 우선 필요한 물자부터 구매하러 가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며 단말기를 끈 지휘관은 바쁜 공무에서 벗어나 멀리서 손을 흔드는 휴일의 시간으로 걸어갔다.

구매하신 물건들을 보니, 혹시 그 인공섬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하시나요?

그럼요. 잃어버린 땅을 되찾은 것을 기념하려고 많은 유민이 자발적으로 돌아와 재건에 참여했다고 해요. 상부의 승인을 받아 축제도 열게 됐고, 이 거리의 가게 주인들도 대부분 참여한다고 하더군요.

나이가 이만큼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힘든 일은 못하겠어요. 고향 땅을 되찾은 건 기쁘지만, 집이 너무 멀어요.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차피 공중 정원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자, 젊은이, 물건 잘 들고 가세요.

가게 문을 나서자마자 단말기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발신자는 조금 전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던 팔지였다.

팔지

임무 브리핑 봤어. 효율을 위해 따로 움직이자.

내가 분배한 경로를 보냈으니까, 나중에 마지막 상점에서 만나.

상업 거리에는 행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쇼핑하고 있었다.

몇 차례 구매를 끝내고 보니 리스트의 절반을 처리했고, 양손에는 각종 상품들이 가득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휘관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카트를 빌려서 점심시간의 분주한 인파를 뚫고 팔지와 약속한 상점 앞에 도착했다.

카트를 경사로로 밀어 올리려는 순간, 문이 안쪽에서 갑자기 열리면서 가게 입구에 걸린 풍령이 짤랑짤랑 울렸다. 그리고 어딘가 낯익은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그 구조체는 양손에 벚꽃 탄산수 하나씩 들고, 뒤쪽의 로봇 팔로는 쇼핑백을 든 채 가게 안쪽을 향해 인사하고 있었다.

팔지는 계단에서 뛰어내려 지휘관 앞에 착지했다. 그리고 로봇 팔로 카트 위에 어지럽게 놓인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리는 가운데, 팔지의 구릿빛 눈동자가 지휘관의 시선과 마주쳤다.

방금 네가 언제 올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팔지는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햇살이 그녀의 몸을 비추자 더욱 멋지고 당당해 보였다.

역시 진심으로 빌면 이루어진다더니.

자, 이거 받아.

사이다 하나를 건네준 팔지는 자기 것을 따서 먼저 건배를 청했다.

삐... 삐. 지휘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팔지의 단말기에서 새로운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네 통신을 늦게 봤어. 서로 시간을 맞추느라 지체되는 것보다 따로 행동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았어.

삐... 삐, 또다시 울림이 퍼졌다.

어쩔 수 없이 단말기를 꺼내든 팔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깜박이는 수많은 문자들을 읽어 내려갔다. 스크린의 빛이 그녀의 동공에 비쳤다.

쳇. 골치 아프게 됐네.

오늘같이 임무 수행하니까 너만 방해 금지 목록에서 빼려고 했는데.

... 실수로 전체 방해 금지를 해제한 것 같아. 지금 단말기에 새 메시지 알림이 잔뜩 와있어.

몸을 기울여 팔지의 단말기를 보니, 페이지 전체 가득 새 메시지 알림이 떠 있었고, 오른쪽 상단에는 99+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렇게 복잡한 색상의 화면은 대체 누가 디자인한 거야. 빨간 점들을 일일이 없애야 한다니 너무 귀찮아.

팔지는 고개를 돌려 지휘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해줘. 난 이런 기능 잘 안 쓰거든.

지휘관은 단말기를 받아 통신 설정을 열었다. 전체 읽음 처리와 방해 금지 모드를 설정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스크린의 모든 메시지가 사라졌다.

오, 이렇게 보니 훨씬 깔끔하고 좋네.

팔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단말기를 돌려받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특별 알림 기능을 열어 지휘관의 아이콘을 빈 목록에 넣었다.

됐다. 이러면 언제든 연락할 수 있을 거야.

네 말이 맞아. 중요하지.

지휘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팔지는 바렐리아의 아이콘을 보이지 않음 목록에 넣었다.

적어도 이번 임무 동안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

그만 얘기하고, 물품 목록 좀 같이 확인해 볼까? 지금 뭐가 더 필요해?

지휘관이 목록을 공유하자 팔지는 항목들을 순서대로 검토하며 조정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1분도 안 되어 정리된 목록이 지휘관에게 전달되었다.

초록색은 구매 완료, 주황색은 초과 구매, 빨간색은 미구매야.

팔지가 흥미롭다는 듯, 지휘관을 한 번 더 쳐다보고는 그녀의 목록을 공유했다.

그 빠른 진척 속도는 팔지의 뛰어난 업무 효율성을 보여주었고, 현재의 진행 상황을 확인한 지휘관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음. 건축 재료 상인과 다 협의했고, 이제 생필품만 남았네.

잘 진행된다면, 수송기 이륙 전까지 30분 정도의 자유 시간이 있을 것 같아.

시작이 괜찮네.

구조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저기... 음.

방금까지 생기 넘치던 팔지가 갑자기 난처한 듯 지휘관의 시선을 피하며 은색 곱슬머리를 긁적였다.

쿨럭, 너한테 의견을 구하고 싶은데.

이 새 기체 말이야, 어때?

팔지가 갑자기 평소의 당당한 모습을 되찾더니 허리에 손을 얹고 지휘관을 바라봤다.

뒤에서 각종 상품을 들고 있는 로봇 팔만 없었다면, 팔지는 모델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냥 멍하니 보지만 말고, 평가는?

?

……

주변에 제삼자가 없는지 확인하려는 듯 팔지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로봇 팔로 지휘관의 어깨를 한 대 쳤다. 그러자 "퍽"하고 소리가 났다. 세게 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감정은 확실히 전달되었다.

잊어버려.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안 물어본 걸로 해.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팔지가 오른손을 내밀며 주먹 맞대기 포즈를 취했다.

역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야. 강자의 안목은 늘 통하는 법이지.

오...

알았어.

가지고 있던 물자를 모두 포장해서 수송기 구역으로 보낸 후, 팔지와 함께 남은 구매 일정을 진행했다.

목록에 있는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자마자 로봇 팔이 지휘관보다 먼저 움직여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렸다.

이런 일은 팔지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능력이 클수록 책임도 크다는 원칙을 끝까지 실천하려는 것 같았다.

말이 끝나자마자 앞서 걷던 팔지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맞아.

그동안 안 좋은 일도 많았는데. 왜 궁금한 거야?

에이, 나한테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비밀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가 좀 길어서 그래. 나중에 시간 날 때 자세히 설명해 줄게.

그나저나 넌 이 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황금시대의 보물 중 하나로, 예전에는 많은 기술자들이 모여 있었고, 유명한 정원 학원도 있었다.

이 학원은 풍부한 교육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 각지에 우수한 인재를 꾸준히 배출했다. 하지만 퍼니싱 폭발 이후, 이 섬은 인간이 최초로 상실한 거점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공중 정원이 최근 진행한 탈환 전투로 섬 안의 침식체들을 모두 처치했고, 재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번 축제를 통해 수국화 섬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음, 외부인들에게는 수국화 섬이 정말 그런 곳이긴 하지.

V... 바렐리아가 내게 임무를 내릴 때, 이번은 휴가라고 생각하라고 했어. 너도 오는 내내 신나 보이는 걸 보니, 휴가로 생각했던 거지?

어차피 며칠 동안 함께 지낼 텐데, 축제 말고도 다른 계획 있으면 얘기해줘. 만약 없다면...

팔지는 선반에서 인간용 간식과 에너지 음료를 몇 개 집어 지휘관의 카트에 넣었다.

그냥 내 옆에 있어. 너 같은 영웅이 나와 함께 있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곤란해지거든.

음... 아직 정한 건 없어. 섬 한 바퀴 조깅이라도 할까?

같이 할래? 재미있을 거 같은데!

좋아. 끝까지 뛰면 유명한 온천에 데려가 줄게.

그럼, 폭포에서 수련하자. 근처에 괜찮은 온천이 있거든.

하지만 말이 끝나자마자 팔지의 표정이 조금 침울해졌다.

아... 맞다. 퍼니싱이 폭발한 후 그 온천이 다 망가졌어.

웬만한 곳은 다 재건 중이라 제대로 보존된 곳은 정원학교밖에 없을 거야.

당연하지. 난 그 학교 학생이었으니까.

아, 이건 기밀 정보라고 했었는데, 너라면 믿고 말해도 되겠지. 외부에 새지만 않게 해줘.

팔지는 기억 속의 성갑충 소대와는 달리, 자기 정보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팔지는 한 손을 허리에 얹은 채 지휘관의 얼굴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마치 더 먼 곳을 향해 있는 듯했다.

공중 정원을 통틀어서, 나보다 그곳을 잘 아는 이는 없을 거야.

이제 마지막 물품 몇 개만 남았어. 귀한 휴가를 보낼 준비 됐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