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브리이타·요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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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이타·요염·그중 여섯

지휘관은 브리이타를 따라 다리 전망대에 도착했다. 함교와 구조가 비슷한 그곳에서는 우주와 46억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적, 바로 인류의 고향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적막한 우주 속에서 그 행성의 존재는 아름답고도 고독했다.

그 행성 앞에서 공중 정원은 탯줄을 자르지 못한 아이에 불과했다.

브리이타가 전해액을 내려놓고 다리 전망대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지휘관도 그녀의 옆에 따라 앉았다.

아름답지? 한적해서 내가 좋아하는 곳이야.

예전에 마음이 무거울 때면 이곳에 와서 기분 전환을 하곤 했었지.

브리이타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앞머리가 눈을 가렸고, 그녀의 감정도 그 속에 숨었다.

[player name], 혹시 생각해 본 적 있어?

퍼니싱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구나.

브리이타는 말없이 지구를 바라봤다.

여기 앉아서 지구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생각하게 돼.

퍼니싱이 없었다면, 부모님도 살아계셨을 텐데.

그리고 나도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겠지. 학교에 다니고, 주말엔 부모님이랑 쇼핑도 가는 그런 평범한 일상 말이야.

엄마는 나에게 춤을 가르쳐 주셨을 거야. 아빠에게 왈츠를 가르쳐 주신 이야기를 자주 하셨거든.

솜사탕도...

브리이타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지더니, 잠시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처음 먹어본 솜사탕은 아빠가 사주신 거였어.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것만큼은 또렷하게 기억나.

그 솜사탕, 정말 달았었는데...

브리이타는 고개를 들어 전해액을 단숨에 비우고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이토록 "약한" 모습의 브리이타를 처음으로 본 지휘관은 어떤 위로의 말도 찾지 못한 채, 그녀를 따라 곁에 말없이 누웠다.

그 순간 브리이타는 지휘관의 생각을 읽은 듯했다.

괜한 위로는 하지 않아도 돼.

오늘 내 초대를 받아줘서 고마워. [player name].

둥근 전망대는 누워서도 우주를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브리이타가 별을 잡으려는 것처럼 오른손을 들고는 허공에서 흔들었다.

[player name], 난 이곳이 좋아.

공중 정원도, 이곳에 사는 모든 이들도, 그리고 지구와 인간이 지금까지 이룬 모든 문명까지 다 좋아.

그녀의 목소리에 스며있던 슬픔이 자취를 감췄다.

그 순간, 브리이타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지휘관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이 지휘관의 시야를 가득 채웠고, 그녀의 양손은 지휘관의 머리 양옆을 짚고 있었다.

너도 좋아해. [player name].

브리이타의 볼은 앵두처럼 빨간 상태였다. 유사 알코올 전해액 때문이었을까?

브리이타와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웠던 지휘관은 그녀의 따뜻한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순간 호흡이 불규칙해지더니, 곧이어 심장이 정지된 듯했다.

내가 말했잖아.

눈치 없는 지휘관은 인기 없다고.

처음부터 이건 데이트라고 말했잖아.

그리고 내 초대를 받아들였잖아.

이마를 스치는 희미한 감촉이 느껴졌다. 단... 단지 착각이었던 걸까?

그때 귓가에 나지막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브리이타

나 취한 것 같아. 다 전해액 때문이야.

따뜻한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두근, 두근, 두근.

지휘관의 심장과 브리이타의 코어 중 이 소리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브리이타가 살며시 몸을 일으켰다.

브리이타

[player name], 저거 봐. 해가 떴어!

공중 정원의 일출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찬란한 아름다움은 매번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곡선을 그리는 지평선 너머로 붉은빛이 솟아올라, 대지와 브리이타의 옆모습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곧이어 브리이타는 눈앞에 있는 별하늘을 품에 안으려는 듯 양팔을 벌렸다.

아직 얼굴에 얼룩이 묻어 있는 브리이타가 몸을 돌려 환한 미소를 지었다.

[player name]. 난 야망이 커.

투쟁과 죽음이 싫고, 평화를 원해.

난 모든 생명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돔 아래와 저 행성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모든 사람들을 돕고 싶어. 그리고 언젠가는 지구를 되찾을 거야.

인간이 지구를 떠나야 할 날이 온다 해도, 도망치듯 쫓겨나는 건 바라지 않아.

그리고 언젠가 그날이 왔을 때, 인간은 집을 떠나는 아이처럼 지구를 향한 미련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를 함께 안고 여정을 시작했으면 해.

황금시대의 사람들이 공중 정원을 지을 때도 이런 생각이었을 거야.

하하, 혼자 말이 너무 많았네.

그래도 꽤 후련한걸.

그냥 내가 취해서 한 헛소리라고 생각해 줘.

이 모습이 브리이타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연약한 꽃이 아닌, 흙 속에서 시련을 견디고, 불꽃 속에서 단련된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사람이었다.

지휘관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말에 어떠한 힘도 없다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마음은 말로 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어?

브리이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브리이타는 점점 더 크게 웃었다.

오늘 이후, 널 둘러싼 소문 중에 내 것도 하나 추가되겠구나.

그래. 춤추자!

항성과 은하수 아래에서 지휘관과 브리이타는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지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우주와 한밤의 풍경이 마법에 걸린 듯 순간 밝게 빛났다.

브리이타를 비추는 하늘의 빛은 한없이 부드러워 보였다.

그들은 음악도, 정해진 스텝도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춤을 췄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멈추고 서로를 바라본 순간, 은하수도, 우주도 시간도 모두 잊혔다.

이제 알겠어.

고마워. 지휘관. 네 눈에 비친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됐어.

이 순간, 모든 마음이 전해졌기에 더 이상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도 이 알 수 없는 여정을 함께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