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테디베어·미유·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테디베어·미유·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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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방 안에 부드러운 커피 향기를 감돌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따뜻한 오후는 길고 지루한 회의를 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미리 커피를 준비해 졸음을 막으려 했지만, 졸음이 밀려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졸린가요?

좋아요. 여기까지 하시죠! 다음 작업 보고서는 꼭 제시간에 제출해 주세요!

마지막 업무 요약을 간단히 끝낸 세리카가 손뼉을 치며 졸려 하는 지휘관과 직원들을 깨웠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흩어지자, 회의실은 텅 비게 됐다. 떠다니는 먼지들이 햇빛 속에서 즐겁게 춤추면서 이 방 안에서 기분 좋은 오후 낮잠을 보내라고 유혹하는 듯했다.

그럴 바엔...

"똑똑".

지휘관이 본능적으로 의자에 기대고 잠들려는 순간, 옆 창문에서 가벼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딴짓하고 있는 거 딱 걸렸어.

핑계 대지 마. 분명히 조는 거 봤어.

쉿, 잠깐만.

재빠르게 창문을 연 테디베어는 기술자로 보이지 않는 솜씨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복도 끝에서 또 다른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테! 디! 베! 어! 너 여기 있는 거! 내가 다 봤어!

쉿...

회의 테이블 밑에 숨어 있던 테디베어가 가늘게 눈을 뜨며 지휘관에게 신호를 보냈다.

어디 갔지? 음? 지휘관?

테디베어 봤어? 방금 이쪽으로 들어오는 거 봤는데...

방 안에 있지?

정말 여기 없나 보네?

창밖으로 머리를 내민 카레니나가 두리번거렸다.

이상하네. 투영 장치를 써서 나를 속인 건가?

혹시 보게 되면 바로 알려줘. 이번엔 꼭 이기고 말 거야!

카레니나는 투지를 불태우며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휴우...

발소리가 멀어지자 테디베어가 조심스럽게 회의 테이블 밑에서 나왔다.

지금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야. 그녀가 분명 다시 올 거야.

네가 딴짓한 걸 눈감아주는 대가로 너의 휴게실 좀 쓸게. 괜찮지?

지휘관이 변명할 새도 없이, 테디베어는 익숙하게 지휘관을 끌고는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

아무도 없네.

그건 그렇네. 그럼, 여기 앉아도 되지?

분홍 머리 구조체가 지휘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고마워.

가볍게 소파에 앉은 테디베어는 가상 스크린을 펼치고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호기심이 생긴 지휘관은 테디베어에게 전해액을 건네면서 물어보았다.

아... 이걸 말하구나. 카레니나가 공학 기계에 기괴한 구조물을 추가하려고 하길래.

내가 그 구조를 추가하면 작은 실수 하나로 공학 기계가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고 카레니나에게 말했는데.

그런데도 카레니나는 별문제 없다고 고집하길래, 싸우기 싫어서 이렇게 도망쳐 나왔어.

너의 휴게실을 빌려서 오늘 해야 하는 다른 작업을 마치려는 참이야. 괜찮지?

응. 다·른·작·업이다. 정비 부대의 부대장도 아주 바쁘다고.

조용한 오후, 방 안에는 단말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울렸다.

아...

역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답네. 언제나 철저히 보호받고 있군.

휴게실에 외부 신호 차단기도 설치돼 있네.

뭐... 내 단말기를 화이트리스트에 추가했으니까. 일이 끝나면 내 단말기 주소는 자동으로 삭제될 거야.

정말 번거롭네. 내 작업 시간을 20분이나 지체하게 만들다니. 널 탓하는 게 낫겠어.

농담이야.

단말기가 마침내 네트워크에 연결됐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방 안은 점점 어두워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단계 작업을 마친 그녀는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평소에도 일이 이렇게 지루해?

회의, 임무 수행, 또 회의, 보고서 작성... 이렇게?

차라리 정비 부대에 와서 내 보좌관으로 설계도나 그리는 게 낫겠지.

진짜? 안 믿어.

테디베어의 느긋한 미소를 보며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반격을 시도했다.

다 끝냈다고~

믿지 못하면 잘 봐.

테디베어는 단말기 스크린을 지휘관에게 돌려 완전한 공학 기계 모델의 데이터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파란 꼬마 로봇이 갑자기 스크린에 나타나더니 스크린 위에 있는 글자를 빠르게 삼켰다.

음?

[삐]!

테디베어가 허둥지둥 단말기 스크린을 다시 돌리다가 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전해액이 키보드 위로 쏟아졌다.

……

눈앞에서 꼬마 로봇이 스크린의 모든 데이터를 삼켜버리더니, 저격총을 위협적으로 장전하고는 "팡"하는 소리와 함께, 테디베어의 단말기 스크린이 완전히 꺼져버렸다.

저건 카레니나의 공학 기계 모형이란 말이야!

망했어. 카레니나가 틀림없이 이걸로 내가 일을 대충 한다고 비꼴 거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원들은 정말 어이가 없어! 화이트리스트에 방어 반격 프로그램까지 설치하다니!

지휘관은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사과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

아... 이걸로 카레니나 입을 막으려고 했단 말인데...

말해 봐. 어떻게 보상해 줄 거야?

정비 부대 부대장의 하루치 작업량인데, 단순히 사과 한마디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좀 더 큰 성의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테디베어는 "성의"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내일 이 시간 공항에서 만나자.

지휘관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 말을 남긴 테디베어는 꺼진 단말기를 안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

도망갈 생각하지 마. 너의 스케줄표 다 봤어. 내일 쉬는 날인 거 알고 있거든.

테디베어는 언제 돌아섰는지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문틀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럼, 내일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