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함영·단심·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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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단심·그중 여섯

아린 아가씨 열은 다 내렸고, 방금 세운 임시 병실에 있습니다.

봤어요. 보치오니가 정말 잘 돌보시던데요.

그... 그건 일종의 죄책감일 겁니다.

저도 이번 임무가 끝나면 이곳에 남는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가씨가 자주 말씀하신 "마음"과 관련 있는 겁니까?

보치오니는 평소에 보기 드문 망설이며 확신 없는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판단을 믿어보세요.

함영은 안도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감정들도 모두 "마음"의 일부예요

보치오니는 자신의 CPU가 있는 덮개를 만졌다.

그렇다면 제 심장은 여기 있는 겁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보치오니와 대주가 있어서 걱정되지 않아요.

지휘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건 여러분에게 시작된 새로운 삶이에요.

함영은 눈앞의 대지를 바라보았다.

이 땅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집을 찾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언제쯤 출발하세요?

……

피곤한 상태에서 깨어나며 무심코 함영의 이름을 불렀다.

대략 저녁 무렵, 아직 잠에서 덜 깼지만 일단 몸을 일으켰다.

처음 함영을 만났던 날이 떠오르면서, 왠지 모를 공허함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지휘관님.

방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과 함영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선 물 좀 드실래요?

함영은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지휘관에게 건넸다. 한 모금을 마시자 이내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또다시?

원래라면 쉽게 말하기 어려운 말이었겠지만, 방금 막 깨어난 탓인지 자연스럽게 나왔다.

함영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배고프시죠? 그럼...

함영이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지휘관과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가정식 반찬 몇 가지와 모든 준비가 끝나자 지휘관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깨달았다.

지휘관님과 함께 요리하는 건 처음이네요.

함영은 허겁지겁 먹는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긴 건지,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는 건지…

혹은 이 순간을 기억하려는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부족하지 않으세요?

필요하시면 제가 더 준비할게요…

함영은 부드러운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밤도 그녀의 미소처럼 잔잔해졌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집에서 나온 지휘관은 문 앞 긴 의자에 편하게 기대앉아 따분한 시간을 가졌다.

마음속 한켠으로는 이런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랐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휴대용 단말기를 열어보긴 했지만, 다행히 처리해야 할 메시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봄에는 따뜻하게 입으셔야 해요. 그건 지휘관님도 예외가 아니에요.

함영은 한 손으로 지휘관에게 외투를 걸쳐주었다.

하늘은 한바탕 몸을 씻어낸 듯이 맑고 투명했다.

함영이 몸을 돌려 지휘관 옆에 앉더니, 쪽 찐 머리를 폭포수처럼 풀어 헤치고는 보기 드문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돌아가는 배는 내일 오후에 도착하나요?

자연스레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다만 이번에는 더욱 실감 나는 이별이었다.

비슷한 이별을 여러 번 겪었어요.

구룡, 포뢰 그리고...

지금까지는 늘 다른 이가 저를 기다렸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요.

함영의 눈빛에서 회억의 그림자가 비쳤다.

이제부터는 제가 그 "기다리는 이"가 될게요.

감정이 담긴 두 눈에는 붙잡으려는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격려와 조금의 아쉬움이 들어 있었다.

이런 말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희 진짜 가족이 되는 건 어때요?

그녀의 말투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가벼웠다.

이런 느낌이군요.

제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네? 음...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요.

가족이 먼 길을 떠나니...

함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 안에서 비파를 꺼내왔다.

이 곡으로 송별 인사를 나눠요.

달빛 아래 연꽃처럼 우아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은...

흡사 무대 조명 아래에 서있는 독주자 같았다.

한 번의 가벼운 튕김으로 이 밤 숲속의 모든 소음이 잠잠해지고, 만물도 숨을 죽였다.

이어서, 그녀의 손끝이 현 위에서 부드러운 파도를 일으켰다.

이내 꿈의 잔잔한 잔물결이 피어올랐다.

……

멀지 않은 하늘에서 연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뒤에서 쫓아갔지만, 점점 더 닿을 수 없게 멀어져갔다.

연은 점차 짙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져 하늘 위 외로운 배가 되었다.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있었고, 산 아래 논밭에는 농사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안개비가 내려 시냇물에 녹아들면서, 봄날의 은은한 초록빛을 덧칠했다.

어느새 시냇물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배에 올라타 있었다.

산과 강이 한 폭의 익숙한 그림처럼 펼쳐지면서, 나비 한 마리가 손끝에 앉았다.

아득한 구름 사이로 고향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

현의 선율이 점차 작아졌다.

두견새 몇 마리가 처마에 앉았다.

제비 기계체 하나가 자신의 둥지에 마지막 가지를 얹었다.

함영은 자신의 품에 기대어 있는 사람을 안아 침대에 조심스레 눕히고, 베개와 이불을 정리했다.

함영은 옛일을 떠올리며, 이런 일에 능숙해진 자신이 신기해졌다.

안녕히 주무세요.

함영이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후 그녀는 가장 부드러운 모습으로 이 새로운 "가족"에게 천천히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