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21호·XXI·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21호·XXI·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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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폭발의 여파로 바닥의 자갈이 떠오름과 동시에 단말기에서 쉴 새 없이 깜박이던 마지막 침식체 신호가 완전히 꺼졌다.

시스템

C 구역에서 침식체 신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번 연합 토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인명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수송기는 20분 후 도착할 예정이니 제자리에서 귀환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쪽을 데리러 온 수송기가 이미 도착했어요. 지휘관님, 그쪽 상황은 어떤가요?

알겠습니다. 조금 있다 봬요, 지휘관님.

통신을 종료하고 긴장감이 드디어 풀렸다. 벽에 기대어 천천히 숨을 내쉬자 전투로 인해 쌓인 피로가 조금씩 밀려왔다.

이번 임무에 참여한 다른 지휘관들도 속속 임시 지휘부로 복귀하여 각자의 통신 선로를 통해 자신의 소대와 임무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때 모든 사람들의 단말기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시스템

긴급 상황.

C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지휘관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합니다. 번호 BPH-22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 이탈 정도가 임계치에 도달해 지휘관의 연결이 시급합니다.

반복합니다. 코드 BPH-22...

구조체가 제어 불가 상태라고?

왜 이럴 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야……책임 지휘관은?

이 번호 생각났어. 케르베로스 소대의 그 하얀 구조체였지……이름이……

케르베로스……의식 연결 작전 테스트 소대야. "미친개 소대"라고. 그들의 지휘관은 현장에서 작전할 수 없는 녀석이고, 모든 지휘는 원격 연결을 통해서 한다고 들었어.

원격 연결? 그런 연결 방식은 예기치 않게 끊기면 큰 부하가 걸리고 교정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텐데. 어쩐지 지상에 급히 도움을 요청하더니.

케르베로스와 같은 구역에서 탈환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전투 방식은……

갈색 단발머리의 지휘관은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저었다. 마치 뭔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옛날 일이 떠오른 것 같다.

"케르베로스의 흰색 구조체"……

……보기만 해도 통제하기 힘들고 그것과의 연결은 압박이 심할 것 같아. 의식의 바다 과부하 위험도 있고……

내 쪽은 아직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어서 아직 대원들과의 연결을 끊을 수 없어.

전술 단말기의 경고음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머릿속에 문득 21호와 마지막 연결했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손상된 상처, 떨리던 턱, 회색 눈동자 속엔 흉악과 경계만 가득했다.

망설임 없이 지원 확인 신호를 보낸 뒤, 곧바로 맵에 표시된 21호의 위치로 향했다.

이번 임무는 원격 연결 장치를 장착하지 않고 외골격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연결이 가능한 거리에 도달하는 것이다.

21호의 신호가 단말기에 표시되었다. 그녀는 자신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흩날리는 먼지와 연기 사이로 살의를 품은 하얀 그림자가 보였다.

피곤이 뭔지 모르는 듯, 모든 감정을 뒤로한 구조체는 주변 보조 기계를 지휘하며 이미 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침식체 잔해를 끊임없이 공격했다.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고, 제어 불가 상태에서 빨리 침착해지지 않으면 그녀는 주체하지 못하는 힘 때문에 의식의 바다 과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었다.

진정제가 장전된 총은 허리춤에 집어넣고 손을 들고 천천히 21호 쪽으로 다가갔다.

누군가 다가온 것을 감지한 21호는 다친 짐승처럼 몸을 팽팽하게 만들었고 목에서 위험적인 으르렁 소리를 냈다.

임무……제거……죽음……

끝났다고...?

한참 동안 혼란 속에서 한 줄기 청명을 찾은 듯, 21호는 기계적으로 발버둥 치는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땅에 이곳저곳 쓰러진 침식체들을 바라보곤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player name]?

……

지금의 그녀는 처음처럼 혼란스럽거나, 나의 연결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스템

연결이 설정되었습니다.

시스템

구조체 BPH-22의 의식의 바다 안정치가 정상으로 회복됐습니다.

지휘 센터로 보고서를 보내고 있는 동안 21호는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이 조용히 서 있었다. 통제 불능의 광기와는 너무나도 대비되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게 했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바람 소리와 요동치는 심장도 지금은 점차 평온해졌다.

시스템

지휘 센터는 위협이 해제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수송기는 20분 이내에 도착 예정이니 제자리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투가 끝난 뒤, 연기가 뜨거운 바람을 타고 21호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수송기를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 주위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21호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땅에 누워있었어.

왠지 모르게 21호는 그냥 생각이 났어. 만약 바닥에 누워있는 게 리더와 녹티스라면……

그리고 리더랑 녹티스가... 진짜 땅바닥에 누워있는 걸 봤어.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시각 모듈이 교란된 거야. 21호는 알아.

21호는 그저 임무를 완수하고 싶었을 뿐인데 전투에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어.

[player name]이(가) 올 때까지.

그녀는 재빨리 대답한 뒤 무언가를 눈치챈 듯 코를 훌쩍이며 앉았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봤더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침식체가 파손된 명패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공중 정원 집행 부대의 표식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리더나 녹티스게 아니야.

……인간의 냄새가 나.

21호는 고개를 저었다.

구조체이지만 살아있는 냄새가 안 나.

병사에게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때만큼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몇 번을 겪어도 이런 일에 익숙해지지도, 익숙해져서도 안된다.

21호

뭐 하고 있어?

21호

애도……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도 그들은 모를 거 같아.

왜 이렇게 해야 해?

……21호, "이유" 없어.

21호는 전투만 알아.

21호……괴로워서 제어가 안돼.

그런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기에 싸워야 해.

바람이 땅 위의 모래 먼지를 일으켰고, 멀지 않은 하늘에서 수송기가 점점 다가오는 굉음이 들려왔다.

21호는 순환액과 흙 속에 묻힌 명패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충동이 생겼다. 그녀도 이 충동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주변에서 자신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인간의 마음이 연결을 통해 자신의 쪽으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태도에서 본능적으로 이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수송기를 타고 떠나기 전에 그녀는 파손된 명패를 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