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나·종언·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루나·종언·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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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에는 항상 기적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검증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의 존재를 믿고 싶어 했으며, 기적이 일어나기를 갈망했다.

기적이 인간에게 주는 것은 미래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희망이자 위안이기 때문이었다.

운명의 은총을 기다리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때로는, 그 기적이 정말로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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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ff4e4eff>가져가도록 해.</color>

세계는 고요해졌고, 난초는 만개하게 되었다.

지상

반이중합 탑

모든 시설이 설치 완료되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각 소대는 과학 이사회 멤버와 함께 파라미터 기록을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통신 채널에서는 탐측 소대 대원들 간의 소통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행자와의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반이중합 탑과 정화 구역도 이전 전투에서 이상 현상을 보였다. 이전까지 신뢰할 수 있었던 정화 구역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면서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한때 아발론이 존재했지만, 순식간에 신기루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곳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신속하게 대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공중 정원은 반이중합 탑 탐측 연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했고, 인간의 힘으로 인간만의 "정화 구역"을 건설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탐측 소대가 만들어졌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도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탐측 임무 수행을 돕기 위해 동행하게 됐다.

하루 전.

보통 휴가를 며칠 보낸 다음 임무를 배정하는 게 맞지만...

내가 설명하지. 간단히 말하면, 예전에 어쩔 수 없이 승격자 루나 일당과 잠시 협력했었다. 하지만 이것을 구실로 딴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나와 하산은 당분간 네가 이런 일들과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맞아, 근데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고, 이번 임무는 이전보다 수월할 거다. 그러니 편하게 생각하면 돼.

회의실을 나서려는 순간, 니콜라 사령관이 불러 세웠다.

[player name], 잠깐.

니콜라 사령관이 등받이에서 몸을 떼고 곧게 앉자, 각도로 인해 그림자가 얼굴을 가려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전에 루나와의 협력은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특수한 조치였다. 본인의 입장 정도는 잘 알고 있겠지?

니콜라 사령관은 시간을 물어보는 것처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player name] 님, [player name] 님...

정비 부대 대원이 부르는 소리에 생각을 멈췄다.

괜찮습니다. 오늘 일과가 거의 끝나가서 다들 저녁 식사를 뭘로 정할지 한창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끊임없는 떠돌이 생활에 지쳐 있었다. 그래서 정화 구역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에도, 전투가 끝난 뒤 일부 사람들은 이곳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만두죠. 여기 만두 맛있게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사장이 아직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녁에 누가 만두를 먹어요. 면을 먹어야죠.

저 멀리서 태양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석양빛이 곧 하늘을 물들일 것이다. 귓가에 들리는 탐측 소대 대원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들으니, 짧고 평범한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이 평화가 허상으로 가득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실한 것이었다.

문득, 하얀색 무언가가 시선을 끌었다.

그것은 돌무더기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데, 주위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마치 이미 완성된 유화에 하얀 안료가 한 방울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어서, 자세히 보니...

[player name] 님, 뭐가 좋겠습니까?

네? 난초를 식재료로 쓴다는 겁니까?

재빨리 그 하얀색 물체 쪽으로 다가가보니, 정말로 난초였다.

이런 폐허의 돌무더기 사이에서도 꽃이 피어날 수 있다니, 생명의 강인함은 언제나 놀라움을 안겨줬다.

다섯 장의 순백색 꽃잎을 지닌 난초였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니 은은한 향기가 났다.

이런 곳에서 난초를 보다니... 참 놀랍습니다. 음... 이 난초는 꽤 희귀한 종인 것 같은데, 갑자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 기억났습니다. 설광 난초입니다!

??

약... 속...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맞습니다. 우리 애가 이런 걸 좋아하는데, 지난번에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건 인공 재배된 난초입니다. 보통 꽃잎은 다섯 장이고, 1월에서 3월 사이에 꽃이 피어납니다. 그래서 오엽설이라고도 부릅니다. 관상 가치는 높지만 매우 희귀해서,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이 난초는 곧 죽을 것 같습니다.

네, 이런 꽃은 키우기가 나름 까다롭습니다. 이런 곳에서 한 송이를 발견한 것만 해도 기적입니다.

기적이라...

귀신에 홀린 듯, 이 난초가 그냥 이대로 조용히 시들어 버리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수소문해서 식물 이식 상자를 빌렸다. 그렇게 난초를 상자로 옮긴 후 기지로 돌아왔다.

유리 상자 속 난초를 보며 지휘관은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이 난초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이걸 보면 무언가가 떠올라서였을까?

갑자기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몸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과 후의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펑.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은 것처럼 압박감이 몸을 짓누르는 듯했다. 수많은 장면이 주위에 나타났다가 흐르는 빛이 되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귓가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가 사라졌다.

비명 소리, 총성과 달리는 소리.

소녀의 울음소리, 멀리서 들리는 폭발음과 간헐적으로 들리는 빗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작은 속삭임.

"안녕."

바람 소리와 함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러자 누런빛 하늘이 처음으로 보였다. 저 멀리 바라보니 공중에 떠다니는 모래알들이 시야를 가려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바위를 보니 뚜렷한 풍화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지휘관은 지금 황야 한가운데 있었다.

??

드디어 깼나 보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두 손으로 몸에 무장이 있는지 재빨리 확인했다. 총과 비수는 모두 사라졌었고, 단말기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맨손인 상태였다.

반이중합 탑 근처 주둔지에 있었던 자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신을 잃었고, 어디인지도 모르는 황야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옆에는 의도를 알 수 없는 대행자가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난 널 납치하지 않았어. 그리고 네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몰라.

난 할 일이 있어서 움직이려던 참이었는데, 네가 여기에 쓰러져 있을 줄은 몰랐어.

루나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상자를 내보였다. 그녀가 말한 "할 일"이라는 것이 저 상자와 관련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루나가 한 말은 진실일까? 만약 그녀가 나를 납치한 게 아니라면, 다른 잠재적인 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어.

대행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루나의 미소는 장난이나 조롱이 아닌 진심 어린 미소였다. 그리고 살짝... 다정함마저 느껴졌다.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미묘한 위화감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루나의 말이 진실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눈앞의 루나는 지휘관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만일 그랬다면 지휘관은 깨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아니지. 네가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군.

눈앞의 대행자는 말없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폭풍이 올 거야.

말한 그대로야.

최근 이 황야의 날씨가 상당히 불안정해.

곧 폭풍이 올 텐데,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꽤 위험해질 거야.

나와 같이 가자. 내가 밖으로 데려다줄게.

휘몰아치는 바람이 루나의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헤어진다면... 닥쳐올 폭풍과 정체불명의 납치범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과연 루나에게 저항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네 생각은?

실력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역시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널 구하러 온 이들은 날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

루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지휘관은 그 순간 망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