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로제타·아레테·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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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아레테·그중 여섯

철수 지점인 안전 가옥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인간은 눈 폭풍 속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발밑에서 눈이 짓눌렸다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인간은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 되돌아가 로제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올 때 남긴 발자국은 이미 바람과 눈에 대부분 묻혀 버렸고, 군데군데 끊긴 흔적은 마치 변수가 빠진 수수께끼처럼 도무지 풀 수 없었다.

그러다 인간과 구조체의 발자국보다 훨씬 더 깊게 패인 흔적을 발견했다. 금속의 몸체가 아니고서는 남길 수 없는 깊이의 발자국, 눈밭을 집요하게 수색하던 기계체 추격자들이 남긴 흔적이 틀림없었다.

불안이 인간의 가슴을 짓눌렀다.

인간은 눈보라를 거슬러 움직였지만, 그건 더 이상 뛴다고 부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강행군 끝에, 인간에게는 달리는 동작을 할 여력조차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온몸을 억지로 끌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려 애썼다.

로제타는 여전히, 자신을 덮쳐오는 설원과 힘겹게 맞서고 있었다.

그녀는 눈 폭풍이 자신을 붙잡아두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은 자들보다도 훨씬 더 강압적으로,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폭설은 그녀의 뒤에 남겨진 잔해와 시체들을 하얀 무덤 속으로 차곡차곡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 차례였다. 바람과 눈이 그녀의 몸을 넘어뜨렸고, 차가운 눈가루가 온몸을 때리며 이미 굳어 가는 팔다리를 저온으로 늦추려 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인내심이 많은 묘지기 같았다. 얼음과 눈은 이미 믿음직한 수의처럼 로제타의 몸을 감쌌고, 모든 건 이제 시간문제였다.

철수… 지점…

그녀는 문장을 제대로 끝맺을 힘조차 없었다. 눈앞의 방향감각은 완전히 흐트러졌지만, 인간은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리고 그 앞에는, [player name]와(과) 약속한 철수 지점이 있다.

아득한 의식 속에서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소리를 들었다. 바로 인간의 목소리였다. 눈보라에 씹혀 부서진 중얼거림처럼, 그 소리는 끝없는 밤의 심연으로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둡고 빽빽한 숲속을 힘겹게 걸어갔다. 겹겹이 얽힌 나무 그늘이 거대한 그물처럼 드리워져 햇빛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곳은 마치 나무들이 점령한, 하늘이 존재하지 않는 어둠의 왕국 같았다.

어릴 적, 포브와 함께 수없이 왔었던 숲, 너무 익숙해서 길을 잃을 리 없는 곳이었다. 로제타는 숲속의 동선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숲길을 여러 번 꺾어 지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숲 너머에서 쏟아지는 빛을 만끽할 수 있었다. 분명 숲 건너편의 세계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의식의 바다를 더듬으며 숲 끝에 무엇이 있는지 떠올리려 애썼다.

그다음은 뭐지? 숲 끝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이 순간 그녀의 의식이 흔들었다.

아니야, 여긴…

품처럼 포근한 항구, 익숙한 작은 마을.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툰드라의 틈새마다 수줍은 들꽃 몇 송이가 고개를 내밀고 차가운 극지의 봄바람에 가늘게 떨고 있었다.

이곳은 그녀가 출발했던 장소였다. 모든 죽은 자들과 작별한 뒤, 로제타는 다시 숲으로 들어갔었다.

길을 잃은 건가?

그녀는 분명 숲을 나오기 전에 할아버지가 예전에 표시해 둔 몇 그루의 나무를 확인했었다. 그 나무들은 여기가 숲의 반대편이라는 의미였다.

마을에서는 장례 행렬이 다시 묘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고, 죽은 자들은 여전히 낮게 슬픈 진혼가를 읊조리고 있었다.

이번엔 또 누구의 장례식이지?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너.

자신이 "곧 죽을 자"임을 예고하던 또 다른 자신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두 명의 로제타는 장례 행렬이 묘지로 들어가는 모습을 함께 바라봤다.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본인 장례식에 참석 안 할 생각이야?

수많은 의문이 로제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눈앞의 또 다른 자신은 그중에서도 가장 사소한 부분이었다.

내… 장례식이라고?

로제타의 눈에 의문이 가득했다.

죽은 자들의 나라가 지금 너를 받아들이고 있어. 이게 무슨 뜻일까?

"죽음"이 이미 네 손끝을 붙잡았다는 얘기야.

내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맞은편의 또 다른 자신은 고개를 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어쩌면 침묵이 가장 정확한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너는?

난 죽어가고 있는 너야.

그 순간, 로제타는 자신을 둘러싸고 울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포브, 리하, 얼굴이 흐릿한 부모님…

하지만 단 한 사람, [player name]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 말과 함께 관의 뚜껑이 닫혔다. 어둠이 다시 사방에서 밀려들어 왔다.

깊은 숲의 가지 위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매달려 있었고,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새 몇 마리가 둥지에서 나와 가지 사이를 가볍게 옮겨 다니고 있었다.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잘게 부서진 눈이 후두둑 떨어졌다.

로제타는 다시 한번 숲속으로 돌아왔다.

???

할아버지, 오늘은 뭘 사냥해요?

아이의 익숙한 목소리가 로제타의 의식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숲을 가로질러 이동했고, 눈 덮인 나무 그림자 사이로 포브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자신이 사냥을 배우는 중이었다.

이 계절엔 사슴 사냥이 제격이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할아버지?

당연히 사슴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지.

아이 특유의 예민한 감각 때문인지, 어린 로제타는 무언가를 느낀 듯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할아버지, 저쪽에 뭐가 있는 것 같아요.

포브는 한 박자 늦게 그 방향을 바라보았고, 막 몸을 낮춰 은폐한 로제타는 그 시선이 가림막을 뚫고 자신과 마주치는 걸 느꼈다.

글쎄… 사슴일지도 모르겠네.

와! 사슴이라고요?

어린 로제타는 활을 들어 로제타가 숨어 있는 방향으로 화살을 겨누려 했다. 하지만 노인의 넓은 손바닥이 그 동작을 멈춰 세웠다.

아직이야. 아직은 네 생사를 마주할 때가 아니야…

포브의 말에 어린 로제타는 아쉬운 듯 활을 내렸다. 곧이어 두 사람의 모습이 다시 깊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숲으로 들어가기 전, 포브는 한 번 더 은폐물 뒤에 있는 로제타를 돌아보았다. 그건 마치 따라오라는 신호 같았다.

눈보라의 인내심은 정말로 끔찍했다. 그리고 이 구조체의 인내심 또한 그에 못지않았다.

의식의 바다 경보는 이미 뇌 속에서 백색 소음처럼 반복되고 있었고, 혼란, 졸음, 피로, 그리고 상처에서 오는 고통까지, 모든 불쾌한 감각이 밀물처럼 몸을 덮쳐왔다.

하아… 하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말할 틈조차 없었다. 질식하듯 밀려오는 피로에 맞서기 위해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숨을 한 번, 또 한 번 몰아 쉬었다.

오랫동안 난폭하게 몰아치던 눈 폭풍이 마침내 힘이 빠진 건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의 그림자는 그 눈보라의 틈새 속에서도 끝없는 설원 위를 느릿하게 이동하며 무언가를 집요하게 찾고 있었다.

이번에 인간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이전보다 단순했다. 다만, 그 해답이 가리키는 결론은 조금도 안심할 수 없었다.

기계체 추격자들의 발자국이 한 지점으로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인간은 힘겹게 찾아다니던 단서를 얻게 되었다. 바로 기계체의 잔해 한 조각이었다.

인간은 눈 폭풍 속에서 큰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이 소리가 추격자의 주의를 끌게 될지에 대해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입을 나가자마자 광폭한 찬바람에 휩쓸려 멀리 가지도 못하고 서리꽃처럼 굳어 눈밭 위에 내던져졌다.

([player name]에게… 응답해야 해… )

기억 속에서 인간의 외침은 아득히 오래전에 들린 것 같았다. 하루 전일 수도, 단 몇 분 전일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의식을 유지하는 것조차 그녀에게는 이미 한계였다.

눈앞의 세계는 좁고, 흐릿했고, 시야를 태워버릴 듯한 흰색만이 무자비하게 모든 것을 덮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으로부터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전투 중 적에게서 버려진 총기 하나를 발견했다.

로제타는 방향을 틀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끌며, 눈 위에 비뚤비뚤하게 새겨진 "7"자 모양의 흔적을 남겼다.

깊은 숲속, 관목과 덤불, 그리고 나무들이 엮여 만들어 낸 어둡고 긴 회랑을 하나하나 지나며…

로제타는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자신을 따라잡았다.

하지만 포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린 로제타는 혼자서 눈더미 뒤에 엎드린 채, 활을 당기고 표적과 숨 막히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 표적은 기이한 빛깔을 지닌, 건장한 순록 한 마리였다. 로제타가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여러 번 마주쳤지만 끝내 손에 닿지 않았던, 바로 그 순록이었다.

이번엔 꼭…

그 순록은 이미 로제타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했다. 어린 자신이 조준하고 있음에도, 순록의 시선은 로제타가 숨어 있는 방향을 향해 있었다.

로제타는 순록의 눈동자 속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꼭 명중할 거야!

아이의 앳된 외침과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화살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고, 그 궤적은 순록의 눈에 또렷이 비쳤다.

아직 힘이 부족했던 탓인지, 그 화살은 깊숙이 박히지 못하고 털가죽을 스치며 가느다란 핏자국만 남겼다.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 그 한 발은 오히려 순록의 경계를 자극했다. 거기에 아이의 성급한 노출까지 겹쳐, 순록은 완전히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어린 자신의 무모한 행동에 로제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즉시 활을 들어, 곧 날뛰려는 순록을 겨냥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활을 붙잡았다.

손은 흔들리면 안 돼.

할아버지…

노인은 조급함과 놀람으로 풀려 있던 로제타의 손을 바로잡아 주었다.

아이야, 아직도 떠나지 않았구나…

극지에서의 오랜 세월은 노인의 얼굴을 얼음처럼 단단하게 깎아 놓았지만, 로제타는 그 굳어 있는 표정 속에서 깊이 눌러 담은 무거운 슬픔을 읽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 저쪽에…

로제타는 아이와 야수가 대치하고 있는 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노인은 마치 그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로제타의 활을 붙든 채 억지로 조준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로제타… 네 무거운 과거가 곧 너를 짓누를 것 같구나.

노인의 얼굴에 비통함이 스쳤다.

우리를… 이미 죽은 사람들을 짐처럼 지고 가지 말거라.

죄책감과 후회 속에 계속 갇혀 있지 말거라.

넌 아직 죽은 자가 아니야. 이미 지나간 화살에 계속 쫓길 필요는 없다…

그 말과 함께, 로제타의 기억 속에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처음 활을 배웠던 순간이 겹쳐졌다.

——!

활시위가 떨리는 감각,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화살의 날카로운 울음.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밀려왔다. 차가운 공기가 폐로 들어가, 수많은 얼음 바늘로 안쪽을 휘젓는 것 같았다.

몸에 난 상처들은 이미 얼어붙어 감각이 무뎌졌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면 잠시 봉인됐던 통증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전진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고통마저 흐릿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시야를 가득 채우던 흰색은 서서히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의식의 바다의 손상이 곧 시각을 앗아갈 기세였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눈의 감촉 속에서, 그녀는 드디어 목표를 찾아냈다. 적에게 버려진 그 총이었다.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고, 어쩌면 이 소리를 따라 누군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탕—!

둔중한 총성이 눈보라의 장막을 찢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인간은 잦아드는 눈보라 속에서 그 총성을 포착하고,

즉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한편, 빗나간 화살은 날카로운 소리를 남기며 깊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아이와 대치하던 순록은 고개를 돌려 화살을 쏜 로제타를 바라본 뒤, 몸을 돌려 숲속으로 도망쳤다.

포브

어서 가, 로제타!

로제타는 곁에 있는 노인을 바라봤다.

포브

밖에는 네가 아직 놓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너 자신까지 이 여기에 남길 필요는 없다, 로제타. 우릴 위해 너무 많은 걸 써버렸어.

이제, 돌아가야 할 때야...

포브

그 사람이 널 데리러 오고 있어.

로제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이런 흥분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숲속의 모든 순록들이 그 기이한 수사슴을 따라 함께 달리고 있었다. 사슴 떼는 마치 흐르는 강처럼 이어져, 그녀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포브

돌아가… 네가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네가 지켜야 할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로제타! 어서!

그녀는 언젠가 할아버지와 농담처럼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의 그녀는 정말로 사슴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사슴 떼를 지나, 숲을 지나, 극지를 지나 있는 힘껏 달렸다.

허망한 죄책감과 고인들을 향한 후회는 더 이상 그녀를 쫓아오지 못했다. 지평선이 발밑에 끝없이 펼쳐졌다.

그리고 빛이 모이는 그곳에,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수차례 그녀를 이끌어 주었던 그 기이한 순록이 유광을 밟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로제타는 끝없는 어둠 속에서도 달렸다. 방향조차 없는 그곳에서 아무 의미 없는 질주를 계속했다.

이곳에선 호흡조차 필요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지쳐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렇게 길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질주 끝에 그녀는 다시 희미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마치 신생아가 태어날 때처럼, 거대하고 무질서한 소음이 다시 그녀를 감쌌다.

로제타

기다… 렸어…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의식을 붙잡았다. 시야 속에서 인간이 조금 어설프고 우스운 모습으로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익숙하고 단단한 손이었다.

그다음은 조금 체온이 낮은 인간의 품이었다.

로제타

믿고…

로제타

[player name], 너를... 믿고... 있었어.

로제타는 인간의 품 안에서,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피로에 몸을 맡겼다. 고된 여정 속에서 버텨 온 모든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그녀는 증명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