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베라·작망·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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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작망·그중 여섯

"용사는 재앙을 부르는 붉은 장미를 들고 마왕의 전당으로 향했고, 그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척을 하며 그녀의 호감과 믿음을 샀다."

"용사는 망설임 없이 마왕조차 깰 수 없는 저주를 이용해 어둠의 그림자를 단숨에 움켜쥐고 정화했다!"

데이터 흐름은 매끄러웠지만, 중간중간에 불분명한 문자들이 튀어나와 무작위로 조합하더니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햄릿

데이터 수정 감지...

스크립트 프로그램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새로운 데이터 흐름을 출력했다:

"마왕이 사라지기 전, 용사는 성의 대전으로 돌아갔고, 함께 춤을 추자고 제안했다."

"자정이 되고, 마왕이 곧 어둠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용사도 함께 그림자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천명을 지닌 존재로써, 그 어떤 독에도 침식을 당하지 않는 용사는 그 어둠의 그림자를 단숨에 움켜쥐고 정화했다!"

햄릿

데이터 훈련 라벨링 완료.

프로세스 중지, 테스트 ID 출력 중——

출력, 출력, 출력, 테스트, 테스트, 테스트...%*&*(%)/~*@)@#!——#

그림자를 찢고 나온 인간은 이를 악물고 날카로운 기세로, 한 손에 햄릿의 혼란스러운 데이터 흐름을 거머쥐었다.

햄릿

#*~&¥<*!)@*/*/!@{!#!#¥~#@*#)——

??

지휘관... 정신 차려...

인간의 의식은 끝없는 허공 속을 떠도는 듯했고, 귓가엔 아직도 무도회의 잔향이 맴돌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부름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잡음에 신경 쓸 틈이 없었고, 미쳐버린 이 셀프 수정 시스템을 당장 짓뭉개버릴 생각뿐이었다.

??

지휘관...!

어떡하지...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네...

???

그냥 응급 처치부터 하자! 기계가 어디 있었더라...

치지직!!!

인간은 가슴을 부여잡고, 테스트 캡슐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아이라와 레오니의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

다행이다! 지휘관이 일어났어!

방금 워낙 급한 상황이고, 생명의 별의 구급 대원들도 도착하지 않아서... 바로 AED를 쓴 거지!

지금은 좀 어때? 눈 좀 떠봐, 이게 얼마야?

지휘관은 아이라의 손짓을 바라보며 그녀의 질문에 답하려 했으나, 당장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신 애써 손을 들어,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후…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어. 햄릿이 잠깐 어떤 바이러스에 침식됐던 것 같아. 그래서 너랑 다른 피실험자의 권한이 그 안에 갇혀버렸거든.

사람 죽는 줄 알았잖아. 실험 사고 안 난 게 정말 다행이지, 만세다 만세.

지휘관에게 큰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아이라와 레오니는 함께 다가가 그의 몸에 연결된 가상 접속 장치를 분리했다.

두 발이 다시 ‘현실’의 바닥을 밟는 순간, 오히려 약간의 비현실감이 밀려왔다.

손을 들어, 힘을 주어 몇 번이고 움켜쥔다. 근육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감각과 저항 속에서, 다시금 자신이 있는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아직 어딘가 불편한 데라도 있어? 생명의 별 VIP 병동에 침대 하나 비워놨거든…

레오니는 손에 든 휴대 단말기로 시선을 옮겼다. 익숙한 동작으로 컨트롤 패널을 띄우고, 데이터 화면을 확인했다.

상황은 별문제 없어 보이고, 관련 데이터도 무사히 수집됐어. 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나온 데이터라고 생각하니까, 왠지 좀...

이번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였어, 그래서 "햄릿"의 신규 플러그인 테스트를 전면 중단하고, 모든 데이터를 상부에 보고한 후,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하고 수정할 생각이야!

와... 데이터 파동이 엄청나게 강력한데... 피험자는 이 대본을 통해 아주 다양한 감정 충격을 느낀 거네. 참 귀한 참조 샘플을 출력했구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장담할게.

레오니는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문제 생긴 모듈을 찾은 것 같아! 바로 추적하러 갈게. 지휘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할 거야!남은 피드백 업무는 부탁할게, 아이라!

레오니는 바람처럼 방을 빠져나갔고, 그 자리에 아이라만이 남았다.

아이라는 손에 든 단말기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지휘관… 혹시, 시나리오에 대한 피드백을 조금만 더 적어줄 수 있을까? 설문지는 이미 다 준비해놨어!

어떤 의견이든, 예술협회에서는 정말 중시할 거야!

지휘관은 아이라가 건넨 단말기와 터치펜을 받아들었다. 그 위엔 빽빽하게 적힌 설문 항목들이었다.

어떤 ‘피드백’을 남겨야 할까? 터치펜을 쥔 손이, 순간 망설였다.

이 시나리오를 끝까지 겪고 나니… 처음과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에 생각이 잠시 끊겼다.

[player name]? 너도 여기서 땡땡이를 치고 있었던 거야?

그녀의 빨간 머리카락과 새로운 코팅을 보니, 잠시 현실감이 흐릿해졌다.

정신을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흔들렸다. 마치 이곳이 예술협회가 아니라, 다시 그 성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왜? 눈동자도 못 굴리겠어? 내가 좀 고쳐줄까?

베라는 문틀에 기대선 채, 맞은편에 있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곧 임무를 수행하러 갈 거야.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한가한 휴식은 여기까지. 세리카조차 네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나더러 널 찾으라고 했거든.

역시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내 ‘수색’을 피할 순 없지.

보호 구역 정기 조사랑 주변 정리. 네 명성에 걸맞은 ‘용사’라면,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겠지?

참, 이번 작전 동료는 나고.

도전적이지 않는 임무라 좀 지루하겠지만… 너랑 같이 있으면, 다른 재미라도 찾을 수 있을지도?

베라

인형을 다락방에 두고 왔다면, 이 모든 게 끝나기 전까지 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텐데.

익숙한 대사가 문득 마음을 건드렸다. 지금이 현실인지, 여전히 그 가상의 성 안에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성 안에서 지쳐 있던 실루엣과 눈앞의 베라가 서서히 겹쳐져 갔다.

멍하니 뭐해? 어서 임무 준비나 해. 난 널 기다려주지 않거든.

깊은 사색에 잠긴 지휘관은 베라의 말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고, 둘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이, 먼저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예술협회를 급히 빠져나와, 곧 시작될 새로운 임무를 준비하러 갔다.

붉은 머리의 구조체는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였다.

내가 준비했던 건 분명 《마왕성 도전기》였는데… 대본이 어쩌다 엉망이 된 걸까?

나중에 책임을 따지러 오겠어. 아이라, 난 먼저 갈게. 전에도 말했지만, 지휘관에게 또 다른 피실험자가 나라는 건 비밀로 해줘.

응, 물론이지.

그리고 너희 예술협회 말이야. 앞으로 석 달간 무료 오페라 티켓 제공하는 거, 그거 약속한 거니까 꼭 지켜.

지상에서 베라와 함께 수행한 임무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그녀가 사전에 말했던 것처럼, 정말 평범하고 간단한 임무였다.

베라가 동해하니 어떤 일이든 안심할 수 있었다. 이번엔 찰과상 하나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마침내, 모든 일이 끝난 평범한 오후.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세리카 말로는, 오늘 오후 공중 정원에서 무도회가 열린다고 했다. 직원이든 구조체든 모두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다.

무도회는 해질 무렵 시작되어 자정과 새벽을 넘기며 하루 종일 이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점심 시간부터 복도에서 무도회에 입을 의상을 논의하거나, 파트너 초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직원들이 보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그런 들뜬 분위기에 섞이고 싶지 않았다.

지휘관은 편안한 담요를 둘러싸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손에는 약간 바랜 종이책 한 권을 들고 느긋하게 책장을 넘겼다.

가죽 느낌의 표지는 제법 낡았지만, 그 위의 금박 필기체 제목은 여전히 눈에 띄었는데... 바로 《마왕성 도전기》였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할 때, 직원은 나름 놀란 기색이었다.

이 책을… 대출하시겠다고요?

《마왕성 도전기》라… 사실 이 책은 도서관에 들어온 뒤로 거의 대출된 적이 없거든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께서 빌리신다니, 참 드문 일이네요.

지난번 "햄릿" 모듈이 폭주한 뒤, 자기도 모르게 이런 ‘용사물’ 스토리를 뒤적이는 버릇이 생겼다. 이야기의 원작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럼 전설을 다룬 이 책은 참 좋은 선택인걸요.

사서가 미소를 지으며 책을 건넸다.

이 책에는 자매편도 있는데, 같이 대출하시겠어요?

작가가 큰일을 겪은 후,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짠 스토리라고 하더군요.

《용사의 환생: 세계의 지배자》

좋아요, 《마왕성 도전기》만 대출하는 거죠? 어머, 참 신기하네요, 이번 주에 이 책을 대출하는 분이 벌써 두 명이에요.

좋아요, 기록을 조회해 볼게요, 다른 한 명은...

어쩌면 며칠간의 긴장으로 신경이 너무 지쳐 있었던 탓일까? 지휘관은 약간 바랜 종이를 품에 안고, 졸음이 몰려왔다는 걸 의식했음에도 그저 순순히 받아들였다.

몸은 마치 기억의 전당 속 작은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듯했고, 마침내, 다시 마왕 성의 문 앞에 다다랐다.

눈보라가 성의 첨탑 위를 덮었고,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무도회장의 문을 밀어 열자, 바닥에 흩어진 장미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일어 주변을 맴돌았고, 희미한 향기를 풍겼다.

그리고 곧… 공기 속의 장미 향은 점점 짙어졌고, 꽃잎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이 뺨을 스치듯 지나갔다.

아주 푹 자고 있네...

이렇게 긴장을 푼 모습도 보기 드문데.

어쩌면... 칼을 목에 대도 느끼지 못하겠지?

얼굴에 무언가 닿는 게 느껴졌다. 다만 차가운 칼날이 아닌, 부드러운 촉감이었다.

그 부드러운 촉감은 뺨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천천히 목덜미로 이동했고, 간지러운 듯한 전율이 살짝 온몸을 스쳤다.

눈을 뜨자,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빨간 장미 한 송이와 그 장미보다도 더 눈부신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꽃을 든 그녀였다.

벌써 깼어?

참 아쉽네, 원래는 네가 자는 틈을 타서 뭐라도 좀 하려고 했는데.

쳇, "잠들지 않았어"라고 하는 목소리마저도 피곤한 것 좀 봐. 분명 졸려 죽겠던데?

베라가 어쩌다 이 시간에 휴게실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질문을 해야 마땅할지 잠시 망설이게 됐다.

다행히도, 베라는 지휘관의 표정만 보고도 그의 생각을 바로 꿰뚫었다.

보아하니 왜 내가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에 있냐고 묻고 싶은 모양이네?

그동안 그렇게 바빴는데, 내가 그레이레이븐 지휘관의 작전 파트너로서 직접 인사라도 해줘야지.

뭐, 이번엔 별로 챙겨온 건 없지만, 대신 온실에서 이 꽃 한 송이 꺾어왔어.

베라는 손에 들고 있던 장미를 아무렇지도 않게 옆 테이블의 컵에 꽂았다. 꽃잎 위에는 투명한 이슬이 아직 매달려 있었다.

어머? 무슨 책을 보고 있는 거야?

베라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순식간에 접근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지휘관의 뺨을 스쳤고, 머리카락 끝에서 은은하고 차가운 향이 풍겼다.

《마왕성 도전기》를 담요 속에 슬쩍 숨기기도 전에, 베라는 재빠르게 지휘관의 손목을 움켜쥐더니, 아직 덮지도 못한 책을 단번에 빼앗아갔다.

왜 숨기려고 하지? 자신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네 사소한 비밀이 날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

나한테 뭘 숨기면 어떤 결과가 따를지, 한번 확인하고 싶어? [player name]?

그녀는 얼굴을 더 가까이 했고, 눈동자엔 알 수 없는 웃음기가 어렸다.

그리고 한 손을 들어 지휘관의 이마를 향해 ‘사격’ 손짓을 했다.

잡았다.

지금의 넌 내 손에 쥐어진 전리품이야.

하하하하... 포로 신분으로 내 밑에서 살아갈 각오를 해야겠지.

그녀는 한 손으로 지휘관의 턱을 잡아들어, 억지로 얼굴을 들어 올리게 하며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

그녀의 다른 손에는 《마왕성 도전기》를 들고 있었는데, 마침 방금 전까지 읽다 만 그 페이지에 멈춰 있었다.

그녀는 턱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을 풀고, 대신 손끝으로 천천히 지휘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에게 이런 유치한 면이 있을 줄이야?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다니, 참 의외인데?

그래?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읽다가 잠이 들었을까? 궁금한걸.

자, 어떤 이야기인지 한 번 들려줘.

베라는 조용히 손을 놓고, 이내 소파 위로 몸을 기울여 함께 드러눕더니, 지휘관을 소파 구석으로 툭 차버렸다.

왜 갑자기 이야기의 뒷부분에 관심을 보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그녀의 요청에 마음이 움직이고 말았다.

시곗바늘은 조용히 흘러가고, 인공 햇살은 서서히 저물어간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음악은 무도회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 휴게실만큼은, 오직 두 사람만이 고요한 시간을 함께 누리고 있었다.

노을빛이 창문을 통해 비춰져 두 사람에게 은은한 광채를 드리웠고, 마치 세상이 온통 고요한 빛에 감싸인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지휘관은 베라가 접근하고 있는 걸 눈치챌 수 있었고, 어느새 옷 너머로 구조체 특유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는 다시 시선을 책으로 돌렸고, 한 글자씩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다음 장으로 넘기려는 순간, 베라가 조용히 눌러 막아섰다.

베라

잠깐, 마음이 바뀌었어. 네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을지... 궁금해졌어.

스토리 작가가 너였다면, 용사가 성에 들어간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석류석처럼 빨갛게 빛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문득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이 순간, 오직 자신과 그녀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지휘관은 책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

이야기의 결말은 정해졌고, 지휘관은 자신만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정해진 비극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모든 것이 끝나고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았으며, 이야기가 침묵 속에 사라지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를 따라, 끊임없이 맞서고, 끈질기게 버텨낸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해피엔딩이 그 마음에 응답할 것이다.

참 신기하네요. 이번 주 들어 이 책을 빌리신 건 두 번째시거든요.

잠시만요, 대출 기록을 확인해볼게요. 다른 한 분은...

케르베로스 소대의 베라 씨입니다.

인간이 다시 써 내려간 이야기는 마무리에 가까워졌고, 휴게실엔 다시 조용해졌다.

물컵 속의 장미는 여전히 피어 있고, 부드러운 바람이 무도회의 음악 소리를 실어왔다.

베라는 더 이상 지휘관을 바라보지 않았고, 그저 창밖을 묵묵히 응시하며, 노랫소리에 심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꺼낸 거야? 이 꽃이 마음에 안 들어?

그게 아니라면... 내가 준 선물을 거절하는 건가?

지휘관은 손을 내밀어 베라의 머리카락을 다듬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은 흐르는 물결처럼 손끝을 스쳤다.

아니... 내 머리카락이 그렇게도 마음에 들어? 왜 집착하는 거지?

쳇... 어린애들이나 하는 짓...

아직도 안 된 거야?

잠시 후, 지휘관은 그 장미로 베라의 붉은 머리를 올려 묶었다.

만개한 장미는 그녀의 관자놀이에 자리 잡았고, 같은 색깔의 빛깔이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베라는 웃으며 손을 내밀어 인간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마치 '그 성'에서의 그때처럼, 그녀는 지휘관의 손바닥에 손을 올렸다.

둘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방을 나서, 화려한 무도회로 함께 걸어갔다.

더 이상 어두운 성도, 차가운 저주도 없었다. 산들바람은 다시 한 번 장미 향기를 실어 보내왔고, 따뜻한 햇살이 몸에 내리쬐었다.

좋아, 나의 '전리품'.

그럼 나와 함께 춤을 추자... 이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도서관

한 달 전

저기... 이 책을 대출하기로 결정하신 건가요?

새하얀 '늑대 귀' 한 쌍이 책상 앞에 튀어나오더니, 먼저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청 단말기에 전자 파일 버전으로 다운로드하겠다고요? 당연히 가능하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3분 뒤, 사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용사의 환생: 세계의 지배자》를 시청 단말기에 다운로드했습니다!

그나저나 예술 협회에서 전자책에 관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거든요. 책의 내용을 현실에서 시뮬레이션하는 전용 모듈에 넣고, 리허설을 할 수 있다고 해요. 현실처럼 생생하다니까요! 한번 체험해 보실래요?

다른 사람이랑 같이 체험해보겠다고요? 물론 가능하죠!